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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야 할 꿈인데"…무안공항 곳곳 흐느낌

등록 2024.12.31 18:18:36수정 2024.12.31 21: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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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의 슬픔

사무관 시험 1등으로 통과한 장학사

퇴직 후 환갑여행 간 전직 해양경찰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올해 마지막인 31일도 전남 무안국제공항 곳곳에서는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진은 전날 오후 전남 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새롭게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명단 발표에 오열하고 있는 모습. 2024.12.30.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올해 마지막인 31일도 전남 무안국제공항 곳곳에서는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진은 전날 오후 전남 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새롭게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명단 발표에 오열하고 있는 모습. 2024.12.30. [email protected]

[무안=뉴시스]우지은 기자 = "아무 생각이 없었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꿈이면 깨어나야 될 꿈인데 안 깨어난 그런 기분."

이모(69)씨는 지난 29일 제주항공 참사로 50대 조카 A씨를 잃었다.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뉴시스 취재진과 만난 이씨는 "지성, 능력, 외모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소중한 조카였다"고 털어놨다.

딸을 잃은 여섯째 누나의 곁을 지키기 위해 이씨는 이날 공항을 찾았다. 그는 쉘터 안에서 서로 안부를 물으며 등을 토닥이는 형제들을 뒤로하고 홀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씨는 "조카가 장학사 동료 4명과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 내놔도 뒤쳐지지 않는 조카였다"며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사무관 시험도 1등으로 통과한 수재였는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전날 늦은 밤, 신원 확인 명단에서 조카를 발견했을 때 이씨의 가슴은 미어졌다. 그는 "걱정이 슬픔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며 "신원 확인이 안 됐을 때는 안타까움에 대한 슬픔이었고, 확인이 되니 현실에 대한 슬픔으로 바뀌었다"고 회상했다.

조카 A씨는 전날 늦은 오후까지 신원 미확인 희생자 32명 중 한 명이었으나 DNA 대조를 통해 뒤늦게 신원이 확인됐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는 5명이다.

이씨는 "가슴이 아리다는 표현을 어른들이 많이 쓰는데 그 마음"이라며 "내 가슴이 다 아릴 정도인데 조카 손주와 누나, 매형은 얼마나 상실감이 클지 가늠할 수 없다"고 했다.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한 유족이 주저앉아 머리를 붙잡고 있다. 2024.12.30.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한 유족이 주저앉아 머리를 붙잡고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신재환(72)씨는 처남을 떠나보냈다. 신씨는 무릎 관절이 아파 바닥에 앉아 있기조차 힘들지만 참사 당일부터 3일째 유족을 위해 설치된 쉘터를 지키고 있다.

처남 B(60)씨는 지난 6월 퇴직한 해양경찰이다. 전남에서 나고 자란 B씨는 환갑을 맞이해 오랜 인연인 고등학교 동창들과 태국을 방문했다가 참사로 숨졌다고 했다.

신씨는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나. 누가 즐겁게 여행을 갈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처남이 얼마나 똘똘한지 모른다. 집안의 기둥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마지막인 이날도 공항 곳곳에서는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항 출입문에 있던 한 유족은 "언니 나 미어 죽어. 어쩔까 언니야, 우리 막내 어떡하면 좋아"라고 소리치며 주저앉았다.

또 다른 유족은 쉘터 안에서 앳된 얼굴을 한 청년의 영정사진을 어루만지며 숨죽이며 울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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