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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법관독립 훼손하다니"…블랙리스트 여진 계속

등록 2018.01.23 13: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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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17.09.22.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17.09.22. taehoonlim@newsis.com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해소 안돼 논란 남아
판사동향 수집·보고…"사법행정권 부당개입"
원세훈 2심때 靑과 교감 새 '뇌관'으로 부상
양승태·김명수 고발 사건 검찰 수사도 주목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동향 및 성향을 파악한 문건이 다수 공개되면서 법원 안팎으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1년여간 사법부를 갈등과 혼란 속으로 내몬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명확히 규명 짓지 못하면서 논란은 재점화할 조짐이다. 추가조사위원회는 "블랙리스트 개념에 논란이 있어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함께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결과 드러난 법원행정처의 광범위한 정보 수집과 판사들 동향 분석 및 성향 분류는 사법행정권의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법행정 업무 수행과 사법불신 대응을 내세웠지만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을 '거점 법관'으로 정보 수집에 활용하고 심의관들에게 보고를 지시한 것은 그 권한과 범위를 넘어선 부당 개입이라는 지적이다.

 법원행정처는 당시 입법을 적극 추진했던 상고법원 등 주로 사법정책을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하며 경계했다.

 그 주축은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우리법연구회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촉발 계기가 된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특정 연구회 소속 판사들로 봤다. 특히 이들을 핵심그룹과 주변그룹으로 나누고 설득부터 압박책까지 '집안 단속'을 위한 단계별 대응방안을 짰다.

 판사들을 이념 및 정치 성향으로 분류해 그 자체로 '낙인'을 찍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사들의 사법행정 참여를 위한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추천 과정에서 우리법연구회 출신을 파악하고 보수나 진보, 온건 및 강성 여부 등 정치적 성향을 규정했다.

 추가조사위가 "진보 성향 법관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온건하거나 보수 성향의 법관들을 추천하고 이른바 '강성'으로 평가된 법관들을 배제하려고 노력한 정황이 나타난다"고 평가해 실제 배제됐는지 의혹도 남는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의 책임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대책 문건을 지시했고 기획조정실에서 판사 동향 문건을 다수 작성한 만큼 사법부 최종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같은 판사 동향 문건을 블랙리스트로 볼 수 있을지를 두고 내부 온도차가 있어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가 '사찰' 성격의 판사 뒷조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이라는 입장과, 법원 내외부 동향을 파악하는 업무 영역의 일환이며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내용이 없어 블랙리스트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동향 및 성향을 파악한 문건을 다소 작성했다는 추가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2018.01.23.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동향 및 성향을 파악한 문건을 다소 작성했다는 추가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2018.01.23. stoweon@newsis.com


 추가조사위는 대응 방안 실행 여부와 관여자 등은 조사대상과 범위를 넘는다며 조사하지 않아 미궁으로 남아 있다. 이에 관련자 문책 및 후속 조치 요구 목소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정 재판부의 동향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교감한 정황도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했다. 2015년 2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항소심 판결 선고 전후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문의에 우회적·간접적으로 담당 재판부 의중을 파악하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항소심 선고 후에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사법부에 불만을 표시하며 전원합의체 회부를 희망했다는 내용이 적혔는데, 실제 원 전 원장 사건은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로 올라가 유무죄 판단 없이 증거능력 문제로 파기됐다.

 법관의 독립을 누누히 강조해온 법원으로서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는 평가다. 재판의 공정성 훼손 및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관여하려 했다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비밀번호가 설정된 파일 약 760개는 조사하지 못해 유사 문건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조사위는 조사과정에서 760개의 파일을 조사하지 못했는데 이중 300개는 삭제된 것을 복구했다고 밝혔다. 특히 확인하지 못한 파일 중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제목의 파일 5개가 나왔다. 임 전 차장의 컴퓨터가 조사에서 제외된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번 추가조사 발표로 검찰 수사가 진척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는 전·현직 대법원장이 나란히 고발된 이례적 상황이 펼쳐져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판사들을 뒷조사했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한 혐의로, 김명수 대법원장은 당사자 동의 없이 법원행정처 컴퓨터를 강제 개봉한 혐의 등으로 각각 고발된 상태다.

 대법원은 추가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낼 예정이며, 재발 방지 대책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일이 엄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자료를 살피고 여러 의견을 들어 신중히 입장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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