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6만장 자료 요구한 공주시의원 "자료 많아, 질의 다음에"
행감에서 "자료 너무 많아 다 확인 못해…" 스스로 잘못 인정
의회 과도한 자료 요구에 자치단체 행정력·혈세 낭비 '심각'
요구자료 펼치면 서울시청에서 과천 서울랜드가는 18㎞ 거리
공무원 "질문 할 것도 아니면서, 궁금하면 무조건 자료 달라"
해당 의원 "실과에서 정산 보고서 건건이 보내와 양 많아져"
[뉴시스=공주] 아직까지 행정사무감사 자료가 일부 놓여 있는 공주시의회 A의원 사무실 모습. 2021.06.21.(사진=A의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주=뉴시스]송승화 기자 = 집행부에 대한 과도한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 요구에 행정력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행정사무감사(행감)는 의정 활동의 꽃으로 불릴 만큼, 선출직 시의원에게는 중요하며 시민들에게 자신의 진가를 보여 줄 수 있는 중요한 의정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일부 의원의 무리하고 방대한 자료 요구에 공무원은 행감 기간 다른 업무를 못하고 자료 제출을 위해 전 부서가 매달리면서 행정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 9일 열린 공주시의회 행감에서 A의원은 “자료가 너무 많아 다 확인하지 못했고 질의는 다음으로 미룬다”라며 자신이 요구한 자료마저 다 확인하지 못한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
평일 밤낮, 주말까지 반납하며 자료 준비에 공을 들인 공무원의 수고스러움이 한순간에 물거품 된 것이다.
해당 발언을 한 A시의원이 집행부에게 요구한 자료는 총 122건으로 A4, 20박스 분량이다. A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주시의원 11명이 요구한 요청 자료는 131건으로 의원 한 명당 11.90건으로 8배가량 자료를 더 요구했다.
A4 1박스에 약 최대 3000장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한다면, 20박스 일 때 페이지 수만 6만장 가량 된다. 6만장을 가로로 늘어놓으면 거리로는 18㎞로 이는 서울시청에서부터 과천 서울랜드, 공주시청에서 대전 유성 월드컵 경기장까지 거리다.
비용 측면에서도 만만치 않아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다. 공무원들이 자료 제출에 매달린 시간적 비용, 야근 수당 등을 제외하더라도 A4 종이 가격만 60만원이다. 여기에 복사 등 부수적 금액까지 더하면 비용이 더 많아진다.
공무원 B씨는 “행감에서 다룰 것도 아니면서 궁금하면 무조건 자료를 달라고 요구하는 의원님들이 있다”라며 “하지만 공무원 입장에서는 요구한 자료에 대해 공문, 법규, 당시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고 관련 기관에서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해야 하는 등 자료 하나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원님께서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차원에서 자료 요구는 당연하지만 과도한 자료 요구로 인한 행정 공백과 효율성 등은 생각해 볼 문제다”고 강조했다.
해당 A의원은 ‘자료가 너무 많아 다 확인하지 못했다’라는 부분 관련 “해당 실과 측에서 정산 보고서를 건건이 보내와 양이 많아 졌고 일부를 돌려 줬다”고 해명했다. 즉 해당 실과에서 요구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자료를 많이 보내 왔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100여건 훑어보는데 2~3일이면 된다”라며 “요구해 받은 자료들은 대부분 원본으로 받았고, 잘못된 부분은 표시해 고치도록 했으며 아직 검토 중이다”고 답했다.
한편 충남도의회 의원과 비교해 보면 과잉 자료 요구가 확인된다. 행감 기간 중 충남도의회 40명 의원들이 요청한 자료는 총 1564건이다. 이를 40명 의원별로 나눌 경우 의원 1인당 평균 39.1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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