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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하나없는 '인구절벽' 시골마을…"삼시세끼 김치뿐"[초고령사회 식품사막①]

등록 2025.01.01 06:01:00수정 2025.01.01 10: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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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임실군 '내 집앞 이동장터' 시범사업 2일 종료

고령화·인구유출 등으로 전국서 식품사막 확대 중

CU이동장터 사업내역 고려해 지속여부 판단 예정

[진안=뉴시스] 송종호 기자=지난해 12월 26일 전북 진안군 평촌마을에 설치된 이동장터의 모습. 2024.12.27. s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진안=뉴시스] 송종호 기자=지난해 12월 26일 전북 진안군 평촌마을에 설치된 이동장터의 모습.  2024.12.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인구수 2만 4226명(2024년 10월 기준)의 진안군은 소멸 고위험 지역에 해당한다. 2023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위험지수'에서 전북 소명 고위험 지역 7곳 중 한 곳으로 분류됐다.

지방소멸은 저출산, 고령화, 인구유출 등으로 더욱 빨라지고 있다. 문제는 지방에 남은 사람들,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 식품구매를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마을 평균 연령이 80세를 넘어선 진안군 평촌마을도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 평촌마을 최인석 이장은 "자녀들이 자주 오는 어르신은 문제가 덜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식품 구매를 위한) 장보기조차 어려움이 있다"라며 "여기서 장을 보려면 장날인 4일과 9일에 맞춰 큰마음을 먹고 읍내로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피가 큰 것은 장을 봤더라도 가져오는데 또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덧붙였다.

[진안=뉴시스] 송종호 기자=지난해 12월 26일 전북 진안군 평촌마을 이동장터에 구비된 판매 제품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북도청, BGF리테일과 '내집앞 이동장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2024.12.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진안=뉴시스] 송종호 기자=지난해 12월 26일 전북 진안군 평촌마을 이동장터에 구비된 판매 제품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북도청, BGF리테일과 '내집앞 이동장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2024.12.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식품사막은 2025년 한국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다. 식품사막은 신선한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을 의미한다. 1990년대 영국 공공주택 지역에서 주민들이 신선식품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2020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를 보면 전국 3만 7563개 행정리 중 음식료품 소매업이 해당 행정리 안에 있는 경우는 26.5%에 불과했다. 반면 해당 행정리 외에 위치한 경우는 73.5%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북도청,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손을 잡고 '내집앞 이동장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그간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이동형 장터가 운영되더라도 축산물의 판매가 불가능하여 해당 지역 주민들이 돼지고기 등을 구매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식약처는 식의약 규제혁신 3.0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식품구매 취약지역의 이동형 점포에서 포장육 판매 허용' 시범사업을 개시했다. CU는 냉장고가 구비된 이동 편의점 차량을 지원했다.

앞서 식약처는 식품 소매 점포 운영자가 냉장·냉동 차량으로 포장육을 이동·판매 할 수 있도록 영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입법예고 했다.

이렇게 마련된 이동 장터는 매주 목요일 진안읍 평촌마을을 비롯해 상가막, 임실군 운암면 학암, 임실읍 신안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신선식품, 라면 등 가공식품, 세제, 두루마리 휴지 등의 공산품 등을 판매한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처음에는 많은 품목을 공급하려 다양하게 싣고 다녔지만 초기 운영 결과 어르신들이 찾는 물품이 뚜렷하게 나뉘었다"라며 "이후에는 찾지 않는 물품은 줄이고 주로 찾는 간식류 등의 물품으로 구성에 변화를 줬다"라고 말했다.

전북 진안과 임실을 돌던 이동장터 시범사업은 이달 2일 종료된다. CU 측은 그간의 사업 내역을 검토해 지속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진영호 CU 전무는 "그동안 수익보다 어르신들의 생활 편의 개선을 위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차량 노후화로 신형 차량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범 사업 기간 동안 CU 측이 벌어들인 돈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 장터 운영으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차량 운영·관리 등에 쓰이는 비용이 더 많기 때문이다.  CU는 판매 가격도 어르신들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낮췄다. 이날 삼겹살 등 판매하는 포장육의 가격을 10% 할인했다. 그렇다고 낮은 품질의 고기도 아니다. CU는 자사가 선별한 정육만을 이동장터에서 판매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26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전북특별자치도 진안·임실군 내 4개 마을을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포장육 등 식료품을 판매하는 ‘내집앞 이동장터’ 시범사업 현장(전북특별자치도 진안읍 소재 평촌마을회관)을 방문해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사진은 이날 '내집앞 이동장터' 시범사업의 모습. 2024.12.26. s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6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전북특별자치도 진안·임실군 내 4개 마을을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포장육 등 식료품을 판매하는 ‘내집앞 이동장터’ 시범사업 현장(전북특별자치도 진안읍 소재 평촌마을회관)을 방문해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사진은 이날 '내집앞 이동장터' 시범사업의 모습. 2024.12.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한 CU 이동 장터 운영을 위해서는 통상 4명의 본사 직원이 함께 움직인다. 어르신들이 물건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이동장터 계단 설치, 포스기 설치, 제품 진열, 판매 후 정리 및 철수 등을 사람이 직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작업을 마을을 방문할때 마다 반복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농협이 포천 등에서 운영하는 이동 장터는 계속된다. 식약처는 "농협은 회원 등의 생활 편의를 위해 이동장터를 계속 운영키로 했다"라고 전했다.

지역 주민들은 이동 장터 시범 사업이 정식 사업으로 안착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최인석 이장은 "고령의 마을 주민들이 가까운 이동장터에서 식료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어 생활 수준이 향상됐다"며 "시범사업 이후 하루빨리 마을에 정식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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