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둥이' 형제 새찬·새강, 부모품으로…미숙아 치료후 퇴원
세계적 드문 자연임신 다섯쌍둥이
이른둥이 치료후 형제 먼저 퇴원
"더 많이 사랑받고 건강히 지내길"
[서울=뉴시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한 날 동시에 태어난 다섯쌍둥이를 신생아중환자실 A,B 2개의 unit 병동에 나오는 순서대로 한 명씩 번갈아 입원 절차를 진행했다. 각 병동의 의료진들이 신속한 의료 처치를 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사전에 세심하게 준비한 결과다. 오둥이 중 둘째 새찬이와 셋째 새강이가 3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5.01.03. [email protected].
오둥이 아빠 김준영씨는 한 날 동시에 태어나 신속한 의료 처치를 위해 신생아중환자실 A, B 유닛에 한 명씩 번갈아 입원하며 3개월여 간 떨어져 있던 아들 둘이 함께 집으로 가게 됐다며 기뻐했다.
세계적으로 드문 자연임신으로 생긴 다섯 쌍둥이 중 남아 형제가 3일 먼저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 다섯 쌍둥이는 국내에서 임신부가 자연임신으로 생긴 후 분만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20일 이 병원에서 탄생한 다섯 쌍둥이 중 둘째 새찬이와 셋째 새강이가 이날 건강하게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아들인 첫째, 둘째, 셋째는 800~900g, 딸인 넷째, 다섯째는 700g대 체중으로 일반적인 신생아 몸무게 기준(3㎏ 내외)에 훨씬 못 미쳐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팡팡 레이저’인 오둥이 중 둘째 새찬이는 3.394kg, 셋째 새강이는 3.077kg로 몸무게가 늘어 먼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앞서 오둥이의 부모는 출산 전 뱃속의 아기가 다섯 쌍둥이로 확인된 후 태명을 '팡팡이'에서 멤버 5명의 활약상을 담은 '파워레인저'에 빗댄 '팡팡 레인저'로 바꿨다.
새힘이, 새별이, 새봄이도 빠른 시일 내 퇴원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서울=뉴시스]서울성모병원 간호팀이 만든 '새강이'와 파워레인저 합성사진.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5.01.03. [email protected].
작은 체구의 엄마 사공혜란씨는 임신 20주에 들어서자 힘이 들어 매일 울었다고 한다. 다섯 아기를 품고 있어 눕기도 앉아있기도 어려웠다. 임신과 관련돼 발생하는 고혈압성 질환인 전자간증(임신중독증) 진단으로 출산을 더 미룰 수 없게 돼 임신 27주 제왕절개 수술로 분만했다.
엄마는 출산 후 몸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세상밖으로 일찍 나와 병원에서 치료 중인 오둥이 면회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매일 모유를 얼려 전달했다. 첫째 새힘이가 젖병으로 직접 먹기 시작한 데 이어 남자 형제 둘도 형을 따라 젖병수유 연습을 시작했다.
퇴원 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오둥이 면회를 가기 위해 집에서 막 출발했을 때 막내가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은 순간이었다. 장에 구멍인 천공이 생겼는데, 구멍의 위치나 크기를 확인하기 위해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신생아 괴사성 장염이나 태변성 장폐색으로 천공이 다발성으로 발생하면 정상의 장 보다 매우 짧은 단장증이 생기거나, 일시적으로 장루(인공항문)를 달 수도 있다는 말에 병원으로 가는 길 내내 울었다고 한다. 다행히 천공이 한 곳에만 작게 생겨 소아외과 정재희 교수의 주도 하에 해당 부위만 꿰매고 한 고비를 넘겼다.
사공씨는 “출산을 위해 병실에 누워 있었을 때, 병실 밖이 소란스러워 보니 오둥이 분만을 준비하는 의료진들이었다”며 “아기가 한 명씩 세상 밖으로 나올 때 마다 통증으로 비명이 나왔는데, 교수님이 출산 과정 내내 '할 수 있다'며 손을 꼭 잡아주어 버틸 수 있었다”고 분만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오늘 아기들을 집에 데려갈 생각에 아침에 눈이 번쩍 떠졌다"며 “입원한 아기들 면회를 갈 때마다 건강 상태를 상세히 설명해 주시고, 수술이 있어 심적으로 힘들 때면 교수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꼭 안아 주며 용기를 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서울=뉴시스]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 중 백일을 맞았던 둘째 새찬이.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5.01.03. [email protected].
서울성모병원은 고위험 산모가 산부인과 진료와 함께 산부인과와 선천성질환센터의 협진으로 이른둥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보호자와 치료계획을 사전에 상의하고 준비한다.
주치의 소아청소년과 신정민 교수는 “서울성모병원은 아기를 최대한 집중 관찰하면서 만지는 횟수를 최소화하는 미니멀 케어로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세심하게 치료하고 있다"면서 "최선을 다 해주신 의료진분들과 긴 병원치료 시간동안 아기를 위해 함께 인내하고 믿어 주신 오둥이 부모님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주치의이자 신생아중환자실장인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는 “미숙아들을 치료 할 때 마다 내 아이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새찬이와 새강이가 건강히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돼 기쁘고, 앞으로도 세상에서 더 많이 사랑받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생아 집중 치료는 오케스트라와 같아 의사, 간호사, 타 과의 협진 등 팀워크를 잘 이뤄 좋은 하모니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모든 미숙아들이 건강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밤낮없이 애써주신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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