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의 심장…현대차 마북연구소의 비밀[한국의 신기술 전진기지④]
수소연료전지 개발 전 과정 소화
극한 환경 구축해 부품 평가 진행
연구개발에 품질·구매조직 한곳에
정몽구·정의선 부자, 수소 선도 결실
[서울=뉴시스] 현대차그룹 마북 환경기술연구소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2024.12.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현대차그룹의 수소 개발 '심장'인 마북 환경기술연구소(이하 마북연구소)는 글로벌 1위 수소전기차의 기술력을 총망라한 공간이다. 그만큼 현대차그룹에서 보안이 철저하다.
경기도 용인 구성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이지만, 연구소 내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3개 연구동에서 각각 어떤 연구개발을 진행하는지 서로 모를 정도다.
이 마북연구소 개발 계획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소연료전지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한 현대차그룹은 2005년 마북연구소를 건립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현대차는 2004년 독자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스택(수소를 전기로 변환하는 부품)에 만족하지 않고 수소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김덕환 현대차그룹 수소연료전지설계1실 실장은 "이 노력의 결실로 2013년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인 '투싼 ix Fuel Cell'을 출시하며 수소전기차 시대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NEXO)'를 출시하며 대중화를 이끌었다.
김 실장은 "현재까지 수소전기차 분야 누적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2025년 차세대 수소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끊임없는 혁신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총 8700평 규모의 3개 연구동으로 꾸려진 마북연구소에선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전 과정을 연구한다.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막전극접합체(MEA) 뿐 아니라 스택 설계 및 조립, 완성한 스택의 성능 평가까지 진행한다. 수소연료전지 개발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첨단 연구 설비를 완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에는 수소연료전지 연구 인력만 900여명에 달한다.
김 실장은 "마북연구소는 수소 저장 장치 개발과 수전해 시험 설비까지 갖추고 있어, 수소 생산부터 저장, 활용에 이르는 수소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소전기차 시장의 수요 증가에 발맞춰 지속적인 시설 확충과 최첨단 기술 도입을 통해 최적의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현대차그룹 마북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수소전기차 성능을 평가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2024.12.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영하 40도·초고압 등 극한 환경 구축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운전을 위한 제어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시스템 구동을 통한 목표 성능 구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운전, 목표 내구성 달성 등이 가능하다.
이 모든 제어 기술을 마북연구소에서 개발하고 있다. 김 실장은 "하드웨어 설계와 제어 기술 개발이 마북연구소에서 동시에 이뤄져 개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북연구소는 극한 환경에서 부품들을 평가할 설비도 보유하고 있다.
영하 40도 이하의 극한 환경과 875바(bar)의 고압 환경에서 고압 부품의 기밀성 및 여러 부품의 성능과 내구성을 검증하는 설비가 즐비하다. 이 때문에 단순 연구소를 넘어 현대차그룹의 수소 모빌리티 기술 혁신을 이끄는 핵심 엔진이라는 평이다.
설계 및 성능 개발 조직뿐 아니라 품질, 구매, 생산 조직이 한 곳에 모여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통합적인 조직 구조를 구축해 개발 초기 단계부터 양산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긴밀하게 연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개발 초기 단계에서 최종 양산 시점의 모든 과정을 꼼꼼히 점검할 수 있다.
김 실장은 "단순히 이론적인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양산까지 고려하는 실용적인 연구 개발을 지향하는 것이 환경기술연구소의 강점"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2000년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CaFCP)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2024.12.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정몽구·정의선 부자, 수소전기차 선도
정 명예회장은 2005년 마북연구소 방문해 "한번 만들어서는 절대 잘 만들 수 없다"며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젊은 기술자들이 만들고 싶은 차는 다 만들어 보라"고 했다.
그는 "돈 아낀다고 똑같은 차 100대 만들 필요 없다"며 "100대가 다 다른 차가 되어도 좋다"고 격려했다. 정 명예회장의 이 같은 수소전기차 미래에 향한 투자와 연구개발 독려가 글로벌 수소전기차 1위의 초석이 됐다.
정 명예회장의 수소전기차 선도를 향한 혁신은 그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어받았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초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에서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인 'HTWO'를 발표했다.
또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 전반에 걸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HTWO Grid' 비전을 공개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수소 관련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수소 등 에너지 영역 전반의 기술 개발을 이끄는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김창환 부사장은 "올해 새롭게 선보일 넥쏘의 후속 모델인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지난해 10월 공개한 바 있다"며 "새로운 SUV는 연료전지 시스템의 성능 향상 및 배터리와의 최적 조합으로 최대 150㎾(킬로와트)의 고출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1회 충전 주행 거리 개선(650㎞ 이상의 주행 거리 확보) 등을 통해 상품성을 더 보강한 차량이다.
김 부사장은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시장 전략을 통해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할 것"이라며 "수소연료전지를 우리 후대를 위한 핵심 기술로 지속 발전시키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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