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끓는 가족들' 심신 쇠약에…트라우마 치유 지원 절실(종합)
무안공항 의료지원반 제주항공 참사 사흘째 666명 다녀가
탈진·두통·소화불량·불면증 증세 호소…4명 구급차 이송도
긴장과 기다림 속타는 나날…의료계, "마음 고통 치유 중요"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2024년 한 해 마지막 날이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 되는 날인 3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참사 유족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2024.12.31. [email protected]
[무안=뉴시스]박기웅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한순간 가족을 잃은 희생자 가족들이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두통과 소화불량 등 스트레스성 질환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처참한 사고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는 물론 끼니와 밤잠도 제때 챙기지 못하고 있어 유족들의 신체·건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31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 현장 의료지원반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난 29일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총 666명이 의료지원을 받았다.
첫날인 29일 141명을 시작으로 30일 197명, 31일 328명 등 날이 갈수록 의료지원 수요가 늘고 있다. 이들 중 4명은 극심한 두통과 어지러움, 탈진을 호소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유족들이 가장 많이 의료지원반을 찾는 시간대는 오후 11시부터 자정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두통과 어지럼증, 탈진, 소화불량, 불면증, 가슴 답답함 등 '스트레스성 질환'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갑작스러운 사고와 상실에 직면한 생존자와 유가족은 불안과 공포, 정신적 혼란, 슬픔, 무력감, 분노, 죄책감, 수면 문제와 신체 증상 등 다양한 트라우마와 애도반응과 같은 정서적 고통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유족에게 진정으로 이해해 줄 가족, 친척, 친구와 함께 슬픔과 고통을 나눠 볼 것을 권한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재난 회복 지원 그룹과 연결되는 것도 좋다"며 "고통이 심하고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난 트라우마는 사고 직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적절한 치료와 심리 지원을 충분한 기간에 받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안=뉴시스] 박기웅 기자 =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 운영 중인 의료지원반. 2024.12.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현장에 있는 의료지원반에서는 공중보건의와 구급대원, 보건소 직원 등이 배치, 증상에 따라 일반의약품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전문의약품은 처방할 수 없어 현장 직원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행이 오는 1일부터 전남의사회가 의사와 함께 약품을 지원하기로 해 영양제 등 수액 처방과 투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지원반 관계자는 "오랜 시간 긴장과 불안 속에 있으면서 두통과 복통, 불면증 등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유족들의 치료에 한계가 있다. 가족들의 심신이 쇠약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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