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저성장의 늪'에 빠진 韓경제…"한은, 새해 금리 3번 낮출 듯"
1%대 저성장 우려에 경제 부양 시급
1480원대로 치솟은 환율이 발목
연내 3회 가량 인하 전망이 다수
1~2월 인하 전망에 2분기 이후 예상도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11.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새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우리 수출 타격에 1%대 저성장 우려가 높아졌다. 여기에 국내 정치 불안까지 맞물리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건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1500원 가까이 차오른 환율이다. 한은이 저성장과 고환율 사이에서 고민을 이어가며 연내 3회 가량 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첫 인하 시점으로는 1월과 2월로 의견이 갈린다.
새해 1%대 성장 '경고등'…추가 인하 시사한 한은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1.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7월 초만해도 수출과 내수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해 올해 성장률을 2.2%로 예상했다가, 수출 및 내수 부진과 정치 불안에 6개월 만에 0.4%포인트 낮춰잡았다.
이에 앞서 한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로 1.9%를 제시했다. 한은 전망치에는 비상계엄과 탄핵 등 정국 불안에 따른 소비 심리 악화가 반영되지 않아 이를 반영할 경우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기관들도 우리 경제를 어둡게 보기는 마찬가지다. UBS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한은과 같은 1.9%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이보다 더 낮은 1.8%, JP모건과 노무라는 우리나라가 올해 1.7%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는 최근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심리 악화를 반영해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1.5%를 제시했다. 현실화되면 2023년(1.4%)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1%대 성장률로 잠재성장률(2.0%)를 밑돌게 된다.
저성장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연이은 탄핵 등 사령탑 공백에 재정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한은이 나서야할 필요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한은도 '2025년 통화신용 운영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며 통화 완화를 적극 시사했다.
그럼에도 발목을 잡는건 불안한 환율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신정부 출범과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시사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만해도 100선이던 달러지수는 이날 109선대로 올라왔다. 지난달 연준은 올해 인하 횟수 전망을 4회에서 2회로 낮췄다.
국내 정치 불안도 환율을 압박하고 있다. 국무총리 탄핵에 한때 1486.2원까지 치솟은 환율은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1400원 후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트럼프 취임에 따른 강달러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올해 상반기 15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피닉스=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2월22일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아메리카페스트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2024.12.30.
연내 3회 가량 인하…첫 인하는 1~2월
다만 새해 첫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1월과 2월로 의견이 갈린다. 트럼프 취임과 정책의 본격 실행에 앞선 1월이 금리 인하 적기라는 시각과 고환율을 피하고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 윤곽이 나오는 2월에야 금리를 움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HSBC는 한은이 올해 1월과 4월, 7월 3차례 금리 인하에 나서 경제를 뒷받침할 것으로 봤다. 씨티는 한은이 경제 성장 안정화에 우선 순위를 두고 내년 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도 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상반기 2회 인하 이후 4분기 한 차례 추가 인하를 예상한다"면서 "환율 상승은 부담이지만 한은은 여전히 경기를 우선시하는 스탠스를 당분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5년 1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이달 한은의 기준 금리 동결 응답자 비율은 60%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40%는 이번 달에도 강달러와 정국 불안에 따른 원화 약세에 환율이 상승 곡선을 보일 것으로 봤다.
노무라는 1월 한은의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바클레이즈는 "한국 경제가 정치적 충격에 직면해 심리 위축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현재 기본 전망은 내년 2월, 5월, 10월 인하지만 완화 사이클이 앞당겨지고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취임과 국내 정치 불안이 맞물리며 환율이 치솟고 있어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대선이 치러지는 5~6월까지 정국 불안이 제거되지 않을 가능성에 그때까지 한은이 금리를 움직이기는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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