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아내 흔적 담아 처가로"…참사 이주여성 남편의 소원
참사 당일 입국 앞둔 아내 통화 끝으로 이별
빈소 지키는 남편 "유품도 모두 타 없어"황망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31일 오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숨진 태국인 이주 여성의 빈소가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돼있다. 2024.12.31.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태국인) 아내 흔적 담아 처가를 찾고 싶어요."
31일 오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숨진 태국인 희생자 A(45·여)씨가 안치된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
부모님과 아들 등 고국에 가족이 있는 A씨의 빈소에는 그의 한국인 남편 B씨만 자리를 지켰다.
B씨는 갑작스런 아내의 사망 소식에 경황이 없었던 듯 빈소 제단 촛불을 켜 놓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허공만 바라봤다.
B씨는 영정사진 속 환하게 웃는 아내를 뒤로하고 이따금씩 씁쓸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7년전 일을 하러 한국에 온 A씨는 전남 나주에서 농업인인 B씨를 만나 5년전 결혼했다.
A씨는 1년에 한번씩은 고향을 찾았다.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남편과 태국 치앙마이를 여행한 뒤 고향을 찾았다.
A씨는 여행을 위해 입국을 미뤘고, B씨는 이달 중순 먼저 한국에 도착했다.
B씨에게는 사고 당일 입국을 앞둔 아내와의 마지막 통화 기록이 전부였다.
유품도 모두 현장에서 타버려 전해 받은 게 없었다고 전했다.
B씨는 건강상의 문제로 한국 빈소를 찾을 수 없는 처갓집 식구들을 대신해 "유골함을 들고 아내의 고향을 찾고 싶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9일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동체 비상착륙을 하려다 공항 시설물을 충돌한 뒤 폭발해 탑승객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다. 희생자 2명은 태국인 여성으로, 숨진 A씨는 나주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한편 광주시는 아내의 고향을 찾고 싶다 B씨의 바람을 고려해 지원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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