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아파트 아파트"…로제, K-팝 여가수 첫 빌보드 '핫100' 톱5(종합2보)
글로벌 차트는 정상 탈환
'아파트' 듀엣한 마스, 레이디 가가와 협업곡으로 1위도
[서울=뉴시스] 로제. (사진 = CJ ENM 제공) 2024.12.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6일(현지시간) 빌보드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예고 기사에 따르면, 로제가 지난해 10월18일 공개한 '아파트'가 11일자 '핫 100'에서 5위를 차지했다.
지난 주 34위를 차지했는데 캐럴 러시의 '홀리데이 시즌'이 끝나자마자 29계단을 역주행했다. 이 차트에 총 11주 연속 진입했다.
특히 해당 차트 자체 최고 기록이자 여성 솔로, 여성 그룹 통틀어서 최고 순위인 8위(지난해 11월2일자)마저 넘어섰다. K팝 여성 가수가 '핫100' 톱5에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K팝 여성 가수 중 '핫100' 톱10에 들어온 것도 로제 '아파트'가 처음이었다. '아파트' 이전 그룹 포함 K팝 여성가수 중 해당 차트에서 최고 순위는 로제가 속한 블랙핑크가 미국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와 협업한 '아이스크림'이 차지한 13위였다.
지금까지 그룹, 남성 솔로 포함 K팝 가수 중 '핫100' 톱10에 들어온 팀(솔로)은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이 팀의 멤버들인 지민과 정국 그리고 가수 싸이뿐이다. 방탄소년단, 지민, 정국은 '핫100' 1위를 차지했다.
'핫100'은 특히 라디오 에어플레이 비중이 큰 데 현지 대중적인 인기보다 소수 마니아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빌보드 200'에서 주로 성과를 내는 K팝 가수에겐 아직도 '꿈의 차트'로 통한다. 특히 톱10에 드는 건 현지 가수들도 어려워 로제 '아파트'가 마니아층을 넘어 현지 풀뿌리 시장에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증거가 된다.
그간 핫100에 들어온 K팝 걸그룹으로는 원더걸스, 블랙핑크, 트와이스, 뉴진스, 피프티 피프티, 르세라핌, 아일릿이 있다. K팝 여성 솔로 가수 중에선 로제, 제니 외에 블랙핑크 동료인 리사 그리고 '투애니원(2NE1)' 멤버 겸 솔로가수 씨엘(CL)뿐이다.
[서울=뉴시스] 로제·브루노 마스 '아파트'. (사진 = 더블랙레이블 제공) 2024.12.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주 '빌보드 글로벌 200'과 '글로벌 200(Excl. US)'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고, 두 차트에서 총 10주간 정상에 올랐다. 특히 '글로벌 200'에서 10주 이상 정상에 오른 다섯 번째 곡이 됐다.
'아파트'는 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아파트 게임'에서 착안했다. K-술자리 게임으로 통하는 이 게임은 참여자들이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를 외치다 한 사람이 특정 숫자를 언급한 뒤 다 같이 손을 쌓을 때 해당 숫자에 손이 있는 참여자가 술을 마시는 것이다.
로제가 앞서 미국 패션지 '보그'의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된 영상에서 곡 발매에 맞춰 '아파트 게임'과 한국의 술 문화를 소개한 것은 여전히 화제다. 특히 로제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술로 '소맥(Somaek)'를 꼽으며 소주와 맥주를 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K-유희적 요소가 부각되면서 2012년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싸이 '강남스타일'을 언급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강남스타일'은 유희성으로 인해 밈(meme)이 되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같은 단어를 반복하거나 K-술자리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알 만한 건배를 노랫말에 삽입했다는 점에서 싸이의 '젠틀맨' 작법을 떠올리게도 한다.
곡에 펑키(funky)함을 불어넣은 마스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마스는 노래는 물론 춤, 작곡, 연주, 퍼포먼스 등 전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팝뿐만 아니라 펑크, 솔, 레게, 힙합,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만큼 이번 로제와 협업에 관심이 쏠렸다. 마스는 지난해 8월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첫 듀엣곡인 발라드 '다이 위드 어 스마일(Die with a Smile)'를 내놓기도 했다. 이 곡이 이번 주 '핫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마스는 톱5에 듀엣곡 두 곡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다이 위드 어 스마일'이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스는 특히 재작년 6월 17~18일 올림픽주경기장서 두 번째 내한공연을 해 양일간 10만1000명을 끌어모으는 등 국내에서 팬덤을 구축 중이다.
[서울=뉴시스] 브루노 마스, 로제. (사진 = CJ ENM 제공) 2024.12.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로제 '아파트'의 작사·작곡 크레디트를 보면, '미키' 원작자들인 프로듀서 겸 송라이터 듀오 '친 앤드 채프먼(Chinn And Chapman)'의 마이클 도널드 '마이크' 챔피언과 니콜라스 베리 '니키' 친이 이름을 올렸다.
'아파트'는 '미키'를 인터폴레이션(Interpolation)했다. 샘플링과 인터폴레이션은 종종 혼동돼 사용되는데 두 경우 차이는 명확하다. 샘플링은 원작의 음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K팝 업계 대표적인 예는 미국 '디스코 여왕' 글로리아 게이너의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 간주를 샘플링한 그룹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가 있다.
반면 인터폴레이션은 원작의 음원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새로 녹음하거나 변형한 것을 가리킨다. K팝계 앞서 대표적인 예는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의 첫 싱글 '핑크 베놈'이다. 리사가 이 곡에서 바베이도스 출신 미국 팝스타 리애나의 데뷔곡 '폰 데 리플레이(Pon de Replay)'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인 '잇 고즈 원 바이 원, 이븐 투 바이 투(It goes one by one, even two by two)'의 가사와 멜로디를 가져와 불렀다. 인터폴레이션은 이렇게 추억과 새로움을 동시에 환기시키는 기술이다.
이와 함께 '아파트'라는 노래 제목은 국내에선 자연스레 가수 윤수일의 동명이곡(同名異曲)을 떠올리게 해 국내에선 또 다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수일은 윤수일밴드로서 1984년 발표한 3집 타이틀곡인 '아름다워'는 최근 MZ세대에서 '한국 시티팝 원조'로 통하며 디깅(digging)되고 있는데, 로제의 '아파트'로 다시 젊은 세대에게 재조명됐다.
로제의 '아파트'는 이와 함께 11일 새로 발표되는 영국 오피셜 차트 싱글 톱100에선 1위 자리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이 차트 최고 순위는 2위인데, 지난 주에 이 자리를 탈환했다. 새해 초부터 '아파트'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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