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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법원 제동에도 이민자 추방…아이비리그 의대 교수까지(종합)

등록 2025.03.17 11: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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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 중단 명령에도 비행기 이륙…돌아오지 않아

'적성국 국민법' 근거…18세기 제정 후 3차례 발동

레바논 국적 'H-1B' 비자 소지 의대 교수도 추방돼

[테콜루카(엘살바도르)=AP/뉴시스] 16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엘살바도르로 이송된 갱단 단원들이 테콜루카의 테러리즘 구금센터에서 머리를 숙이고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2025.03.17. *재판매 및 DB 금지

[테콜루카(엘살바도르)=AP/뉴시스] 16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엘살바도르로 이송된 갱단 단원들이 테콜루카의 테러리즘 구금센터에서 머리를 숙이고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2025.03.1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혜원 구자룡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6일(현지 시간) 18세기 법을 들어 베네수엘라 갱단원 수백명을 추방했다.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E. 보아스버그 판사는 추방 신청을 몇 시간 만에 기각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 판단이 나오기도 전 추방 항공편을 이륙시켰다.



판사의 추방 중지 명령 나올 때 비행기는 이미 하늘에

법원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민주주의 전진 재단(Democracy Forward) 등 시민 단체들의 고발로 열린 청문회에서 정부의 추방 명령 신청을 기각했다.

보아스버그 판사는 "추방이 잠시 지연된다고 해서 정부에 어떤 손해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추방 대상자들을 실은 비행기 두 대는 이미 출발해 비행 중이었다. 한 대는 엘살바도르, 한 대는 온두라스로 향하고 있었다.



판사는 구두로 비행기를 회항시키라고 명령했다. 비행기는 회항하지 않았다.

600만 달러(87억여원)를 들여 약 300명의 이민자를 자국 교도소에 1년간 수용하기로 합의한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엑스(X, 옛 트위터)에 "아…너무 늦었어요"라고 올렸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이 게시물을 다시 공유했다.

부켈레 대통령과 이민자 수용을 협상했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엘살바도르가 공정한 가격으로 아주 좋은 감옥에 수감하기로 합의한 250명 이상의 외국인 적 대원들을 보냈다. 이를 통해 납세자 세금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3.17.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3.17.


조지타운대 법학센터의 스티브 블라덱 교수는 "판사의 구두 지시가 최종 명령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 명령의 정신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앞으로 법원이 명령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내리고 정부에 움직일 여지를 주지 않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고 말했다.
 
보아스버그 판사는 "그들이 나라를 떠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AP는 엘살바도르 정부가 공개한 동영상엔 공항 활주로에 폭동 진압 장비를 착용한 경찰관들이 줄지어 있고, 추방당한 남성들이 비행기에 내려오는 모습이 담겼다고 전했다.

경찰과 군용 차량이 지키고 있는 대형 버스 호송대와 최소 한 대의 헬리콥터를 타고 교도소로 이송되는 모습도 담겼다.

[테코루카=AP/뉴시스] 16일(현지 시간) 엘살바도르 테코루카 테러구금시설에서 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 갱단원들이 구금된 모습. 사진은 엘살바도르 대통령실 제공. 2025.03.17.

[테코루카=AP/뉴시스] 16일(현지 시간) 엘살바도르 테코루카 테러구금시설에서 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 갱단원들이 구금된 모습. 사진은 엘살바도르 대통령실 제공. 2025.03.17.


역사상 단 3차례 발동…2차 대전 이후 처음 꺼내든 '적성국 국민법'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이민자 추방 근거로 제시한 법은 1798년에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이다. 미국 역사상 제1차 대전, 제2차 대전, 1812년 미영 전쟁 등 세 차례만 발동됐다.

이 법은 대통령이 미국이 전쟁 중임을 선언하면 이민법이나 형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외국인을 구금하거나 추방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부여한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 내 일본계 주민을 강제 구금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마지막으로 사용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한 갱단에게 침략당하고 있으며, 정부가 그런 갱단 멤버들을 미국에서 추방할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내용을 소장에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 '트렌 데 아라과'(TdA) 갱단원을 추방하겠다며 "적성국 국민을 즉시 검거, 구금, 추방하기 위한 재량권이 국토안보장관에게 부여된다"고 선포했다.

TdA는 지난달 미 국무부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과 함께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한 8개 갱단 중 하나다.

[워싱턴=AP/뉴시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2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무장관과 사진 촬영하고 있다. 2025.02.17.

[워싱턴=AP/뉴시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2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무장관과 사진 촬영하고 있다. 2025.02.17.


이와 함께 미 국무부는 43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입국이 전면 금지되는 '적색 목록'에는 북한·이란·베네수엘라·예멘 등 11개국, 입국이 부분 제한되는 '주황색 목록'에는 러시아 등 10개국이 포함됐다.

고숙련 비자 소지 전문직도 추방…법원 "심각한 혐의"

갱단뿐만 아니라 적법 비자를 소지한 전문직도 추방 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NYT에 따르면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인 브라운대 의대 신장이식전문의 라샤 알라위(34) 교수는 유효한 비자와 추방을 일시 차단하는 법원 명령에도 추방됐다.

레바논 국적인 알라위 교수는 지난달 친척을 방문하기 위해 레바논을 방문했었다. 이후 여행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지난 13일 구금됐다.

법원은 14일 추방 48시간 전 법원에 통지하라고 정부에 명령했지만, 알라위 교수는 곧 파리행 비행기에 태워졌다.

구체적인 추방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산디에고=AP/뉴시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을 관장하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16일(현지 시간) 산디에고 국제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2025.03.17.

[산디에고=AP/뉴시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을 관장하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16일(현지 시간) 산디에고 국제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2025.03.17.


알라위 교수 측 변호인은 레바논 주재 미국 영사관이 알라위 교수가 레바논에 체류하는 동안 고숙련 외국인의 거주 및 취업을 허용하는 H-1B 비자를 발급했다고 지적했다.

그전까진 외국인 유학생에게 발급하는 J-1 비자를 소지했다. 알라위 교수는 2015년 베이루트 아메리칸대를 졸업, 2018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와 워싱턴대에서 의학 펠로우십을 받았다. 이후 예일대에서 레지던트로 일했다.

법원은 16일 관세국경보호청이 추방 전 법원에 통지하라는 명령을 고의로 어겼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며, 당국에 "심각한 혐의에 대해 답변하라"고 했다.

브라운대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국무부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 미국 외 지역으로 개인 여행을 연기하라"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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