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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민간인들 아조우스탈 탈출기…"이번 생 단 한번 기회 얻었다"

등록 2022.04.21 18: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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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 우크라군 최후 거점 아조우스탈 제철소 탈출 민간인 2명 증언

3월초 4000명 이상 민간인 공장에 대피…"50일 이상 머물줄 상상 못해"

19일 러시아군에게 포위 공격을 당하고있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풀의 아조우스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출처:데일리메일 *재판매 및 DB 금지

19일 러시아군에게 포위 공격을 당하고있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풀의 아조우스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출처:데일리메일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장모가 총격으로 숨진 후 나는 나머지 가족들을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내보내겠다고 약속했고, 우리는 이번 생 단 한번의 (탈출) 기회를 얻었다”

마리우폴을 지키는 우크라이나군의 최후 거점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가족과 함께 가까스로 빠져나 온 알렉시 요구루브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자신과 가족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피하고 이후 그곳에서 탈출한 과정을 증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 유지보수 부서 부국장인 요구루브는 러시아군의 공격이 막 시작됐던 지난 2월 아내, 두 딸 및 장모와 함께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하 시설에 대피했다.

요구루브는 “처음에 우리는 하루 세끼 씩 먹었고, 가족들은 요리와 청소를 분담하며 했다”면서 “우리는 긴장을 풀기 위해 보드게임도 하고 노래도 불렀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대피 인원) 모두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었고, 우리는 가족 같았다”며 “부족한 것은 단지 햇빛뿐이었다”고 말했다.

요구루브는 “그러나 식량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됐고, 몇 주가 지나자 우리는 음식을 배분해 먹기 시작했고 어른들은 하루에 한끼 정도 먹게 됐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전쟁 이전 이 제철소는 1만1000명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연간 430만t의 철강을 생산하는 마리우폴 경제 엔진 중 하나였다.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이후 이 제철소를 소유한 메틴베스트는 직원들에게 가족과 함께 벙커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이 강화되자 더 많은 사람들이 지하 벙커가 있는 이 제철소에 몰려들기 시작했고, 3월 초 4000명 이상 공장에 대피한 것으로 추정됐다.

직원과 그 가족의 공장 대피에 도움을 준 제철소 인적 자원부서 책임자 이반 골트벤코는 “(대피 당시) 사람들은 그곳에 50일 이상 머물게 될 줄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요구루브는 “공장에는 90개 벙커가 있고 각 벙커는 75명씩 수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3월 초 가족으로 데리고 제철소에서 나가려 했지만, 장모가 러시아군이 쏜 총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후 총상을 입은 장모는 병원에서 숨졌고, 요구루브는 간호사의 SNS 정보 업데이트를 통해 장모의 죽음을 알게 됐다.

요구루브는 공장 지하에 정교한 터널이 있고 통신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러시아 측의 주장과 달리 공장 내 상호 연락은 불편했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러시아군 폭격이 중단된 틈을 이용해 다른 벙커에 있는 사람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장모 사망 소식을 확인한 이후 요구루브는 탈출 기회를 찾았고, 결국 3월18일 우크라이군 도움으로 자신의 가족, 같은 벙커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대피에 성공했다.

요구루브는 “거기에 머무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두 딸 생각이 난다”면서 “그들은 영원히 거기에 머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반 골트벤코도 가족과 함께 가까스로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떠날 수 있었다.

그는 “도시의 가장자리 지역을 통해 대피하는 동안 두 개의 9층 건물이 우리 차 앞에서 폭격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면서 대피 당시 위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골트벤코는 “제철소 벙커에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서 “탈출한 것에 대한 수치심에 사로잡혀 있고, 그들과 남아있어야 마땅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에 현지시간 21일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8시)까지 투항하라고 최후통첩을 내린 상황이다.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는 체첸 자치공화국의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는 현지시간 이날 점심(한국시간 저녁)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완전히 장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제철소 지하 터널에는 군인 2500명과 민간인 1000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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