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비판에도…은행권 "성과급 300% 받아야"
금융노조 산하 은행지부 성과급 인상과 특별격려금 요구, 총파업 단행도
이자이익 기반한 최대실적 근거로, 현 비상시국서 '돈 보따리' 자중 지적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한국노총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다. 2024.12.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은행지부들이 올해 견조한 실적에 맞춘 성과급 등 임금을 지급하라고 사측에 잇달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은 가계와 기업이 낸 이자 이익으로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돈 잔치'를 이어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노조 산하 지부들은 회사별 임금과 단체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임단협을 연내 마무리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사측과 노측이 제시안을 조율하는 단계로 해를 넘어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갈등이 커지거나 파업에 들어가는 곳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 노조는 올해 통상임금의 300% 수준의 성과급과 특별격려금 지급 등을 회사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측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등 일회성 비용이 많이 발생해 요구안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평균연봉 1억원을 훌쩍 넘긴 시중은행들은 앞서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지난해에는 돈 잔치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성과급을 200~300%대로 조정했다.
은행 노조들은 올해 견조한 실적이 예견되는 만큼 성과급을 포함한 임금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27일 파업을 단행하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올해 2조7528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보다 2.9% 증가한 규모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16조9245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5조1367억원 대비 11.8% 불어난 규모다. 지난 2022년 고금리 상황에서 기록한 15조6503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큰 폭으로 경신하며 1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KB금융은 지난해보다 11.0% 늘어난 5조654억원의 연간 순이익이 예상된다. 신한지주는 8.5% 증가한 4조8577억원, 하나금융은 11.6% 늘어난 3조8691억원, 우리금융은 19.2% 성장한 3조1323억원의 연간 순이익이 각각 예상되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기에도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차이를 벌리면서 이자수익이 불어난 영향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평균 1.15%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 8월부터 4개월 연속 확대되면서 5곳 모두 1%대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7월 3.542%에서 지난달 4.58%로 넉 달간 1.038%포인트 뛰었다.
이 같은 추이에 은행권은 올해도 높은 수준의 성과급과 희망퇴직금 등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최대 31개월치 임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금리 인상기에도 인하기에도 예대차로 방어하며 수익을 높이고 있다"며 "실적이 났으니 성과를 더 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막대한 이자이익의 배경과 현재 비상시국 상황 등을 고려해 자중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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