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군부독재때도 이렇게는" vs 정부 "증원 골든타임"(종합)
집행정지 심문…법무부 소송수행자도 참석
교수협 "직접 당사자인 교수와 협의 없어"
대리인 "군부독재 때도 이런 짓 하지 않아"
정부 "교수 입장서 학생 증가, 손해 아냐"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의과대학 증원 취소 행정소송 집행정지 심문 출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법률대리인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4.03.14. [email protected]
반면 정부 측은 의대 입학정원 증원의 주체가 대학일 뿐이라면서도 교수들이 주장하는 개인적인 손해가 무엇인지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집행정지 신청이 각하돼야 한다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14일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입학정원 증원처분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집행정지 심문 기일을 진행했다.
집행정지는 행정청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처분 효력을 잠시 멈추는 결정이다. 이날 법정에는 복지부, 교육부뿐만 아니라 법무부 등 17여 명의 정부 측 소송수행자들이 출석했다. 양측은 약 20분간 입장을 주고받으며 법정 공방을 벌였다.
협의회 측은 당초 주장했던 바와 같이 "2025학년도 대학 모집 정원이 이미 지난해 4월에 발표됐고, 이를 변경할 수 없다"며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처분 등은 고등교육법 강행규정에 위반해 당연무효"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대 입학정원을 늘리게 되면 (영향을 받는) 직접 당사자는 학생과 전공의, 교수들"이라며 "이들과 증원에 대한 협의가 전혀 없어 절차적으로도 위법하다. 처분이 진행된다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야기한다"고 말하며 조속한 집행정지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협의회가 신청한 집행정지 요건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며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고 맞섰다. 또, 보건 의료 위기가 심각한 상태에서 지금이 의대 입학정원 증원의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 소송수행자는 "의대 입학정원 증원의 주체는 대학이지 교수인 신청인들이 아니다"라며 "신청인들은 대학이 추진하는 것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 요건에 맞게 의대 증원 신청을 했고 정부는 이를 검토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봐도 교수 입장에서 가르치는 학생이 증가하는 것은 전혀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집행정지가 인용된다면 의사 한 명당 돌보는 환자를 생각할 때 2000명의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상상해 봐야 한다"며 "지역 의료도 이보다 더 심각해지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행정지 요건인) 긴급한 필요 또는 손해는 신청인들의 개인적 손해를 의미하는 것이지 공익상 손해, 제3자의 손해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결국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개인적인 손해가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의과대학 증원 취소 행정소송 집행정지 심문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 법률대리인 이병철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4.03.14. [email protected]
이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은 국가가 결정한 약속이고 공권력의 행사"라며 "대학이 (증원을) 결정하는 거라면 왜 대통령이 나서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왜 정부가 나서고 엄청난 국민적 갈등을 일으키는 것인가"라며 "전두환 군부독재도 이런 짓은 하지 않았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은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현장에서 노력 중인 의사들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현재 대학병원 교수들은 차질 없이 진료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실 은퇴를 얼마 남지 않은 분들도 지도를 잘하고 있다"며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언제까지 이런 일이 지속될지 모르겠다. 피로도가 높아지면 (의료사고로 인한) 민형사상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걱정이 많다"면서도 "외래진료를 보고, 입원환자를 보고, 당직을 서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원) 숫자에 몰입하고 있는 정부는 사실 협상에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더 논의해야 하지만 (양측이) 조금씩 물러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말을 맺었다.
복지부는 지난달 6일 2025학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5년간 총 1만명을 의대생을 증원한다는 취지의 처분을 내렸다. 교육부 역시 이 같은 증원 처분의 후속처분으로 의대 입학정원 수요 신청을 받기도 했다.
이에 반발해 전공의 1만여 명은 사직서를 제출한 뒤 근무지를 이탈했고 전국 의대생 1만3000여 명 또한 휴학계를 제출하는 등 강한 반발이 일었다. 복지부는 지난 4일부터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처분 절차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처분은 헌법원칙을 위반한 의료농단"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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