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야 버티지"…제주항공 참사 현장에도 찾아온 새해
참사 발생 나흘째…유가족 위한 식음료 지원 봉사 등 지속
무안군 주최로 새해 떡국 지원도…"떡국 맛있네" 등 반응도
[무안=뉴시스]새해 첫날인 1일 무안국제공항 관리동 2층에 마련된 떡국 배식 현장에서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등이 떡국을 먹고 있다. (사진=오정우 기자) 2025.01.01. [email protected]
탑승객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아침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는 유가족들이 슬픔과 함께 새해를 맞았다.
유가족들을 위한 쉘터(임시텐트)가 마련된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는 유가족들을 위해 지자체, 봉사단체 등이 준비한 식음료 지원봉사가 진행되고 있다.
유가족들이 참사 이후 희생자 신원 확인 등을 계속해서 공항에서 대기한 만큼 유가족들의 건강 상태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새해 첫날인 이날 무안국제공항에는 여전히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유가족들도 봉사단체들이 준비한 컵라면 등을 먹으며 힘을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합실 의자에 모여 앉아 라면 등을 먹는 유가족들은 "그래도 먹어야지" "먹어야 버틴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또 이날 무안군과 자원봉사센터는 무안국제공항 관리동에서 유가족을 위한 새해 떡국 지원에 나섰다. 사고 현장을 수습 중인 경찰과 소방을 위한 떡국 배달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전 뉴시스가 찾은 떡국 봉사 현장은 전반적으로 고요한 분위기였으나 삭막하지는 않았다. 공항 관리동에 마련된 80여석의 좌석이 떡국을 먹는 유가족, 자원봉사자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부분의 유가족들이 침묵을 지킨 채 새해 떡국을 먹는 가운데, 가벼운 미소와 함께 "떡국 맛있네" "한그릇 더 할까" 등의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했다.
여전히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유가족은 눈시울이 빨개진 채 떡국을 먹으며 한숨을 내뱉기도 했다. 고개를 창문으로 돌려 눈물을 삼키는 모습도 보였다. 떡국을 다 비운 뒤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는 유가족도 있었다.
한 유가족은 식사 이후 자원 봉사자의 손을 붙잡고 "전 지금 미안한 마음만 (있다). 더 열심히 살려구요"라고 눈물을 흘렸다. 자원봉사자의 손을 맞잡은 채 허공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날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 또한 마이크를 잡고 "1월1일 아닌가. 떡국이라도 좀 같이 드시라"며 현장에 있는 유가족,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떡국 배식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변모(59)씨는 "오늘 처음 왔다. 꼭 와야겠다 생각해 오늘 오전 5시에 일어나서 봉사하러 왔다"며 "유가족 분들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대부분 유족들 60~70년대생이라 동질감 느껴서, 아내와 딸까지 저희 세 가족이 다 왔다"고 말했다.
봉사단체 측에 따르면 유가족, 자원봉사자 등을 위한 떡국 배식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진행된다. 떡국 떡도 당초 직접 구매하려 했으나 외부에서 대량의 기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9시 기준 약 500그릇의 떡국이 배식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지난해 12월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는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동체 비상착륙을 하려다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정면충돌한 뒤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고 구조된 승무원 2명만이 생존했다. 현재 사망자 가운데 175명의 신원이 파악됐으며, 나머지 4명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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