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살해 24년만에 무죄' 김신혜 "사법체계 바뀌어야"

'존속살해 등' 무기징역형, 재심 재판서 무죄 인정

출소 직후 "잘못 바로잡는 게 이렇게 힘든가 생각"

"딸로서 아버지 명예회복 노력…집에서 쉬고 싶다"

[장흥=뉴시스] 변재훈 기자 = 아버지 존속살해 혐의로 복역 중 24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신혜(47·여)씨가 6일 전남 장흥군 용산면 장흥교도소에서 석방 직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씨는 다량의 수면제 탄 술을 마시게 해 아버지를 살해한 뒤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하다 이날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돼 풀려났다. 2025.01.06. [email protected]

[해남=뉴시스]변재훈 기자 = "우리 사법체계에서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김신혜(47·여)씨는 6일 오후 전남 장흥군 장흥교도소 정문을 나온 직후 "경찰과 검찰이 (수사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을 때 바로 잡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저도 힘을 보태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런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정치·사회 제도가 확실히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2000년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이었으나 이날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린 재심 재판에서 사건 발생 24년 만에 무죄가 인정돼 석방됐다.

또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싸우겠다.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셨는데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부끄럽지 않은 딸로 살았던 그 세월이 헛되지 않게 잘 마무리 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꽃다발은 들고 맞으러 나온 가족과 변호인 등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남아있는 일들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재판부 판사님께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집에 가서 좀 편히 쉬고 싶다"고 답했다.          

[장흥=뉴시스] 변재훈 기자 = 아버지 존속살해 혐의로 복역 중 24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신혜(47·여)씨가 6일 전남 장흥군 장흥교도소에서 석방 직후 정문 밖으로 나오고 있다. 김씨는 다량의 수면제 탄 술을 마시게 해 아버지를 살해한 뒤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하다 이날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돼 풀려났다. 2025.01.06. [email protected]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박현수 지원장)는 이날 존속살해·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김씨에 대한 재심 선고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2000년 3월7일 오전 1시께 전남 완도군 완도읍에서 수면제(독실아민 30알)를 탄 술을 마시게 해 아버지를 살해한 뒤 렌터카에 태워 돌아다니다 버스정류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2001년 3월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당시 경찰은 김씨 고모부의 진술을 토대로, 김씨가 이복 여동생과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성추행에 앙심을 품었고 보험금을 노린 범죄로 결론지었다.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김씨가 같은 해 1월 아버지 명의로 상해·생명보험 7개(9억대)에 가입한 사실도 확인, 김씨의 범행 동기가 충분하다고 경찰은 봤다. 

체포 직후 김씨는 수사기관에 범행 사실을 자백했으나 재판이 시작되자 자백한 진술을 번복했다.

진술 번복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발생한 해인 2000년 8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김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에 이어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무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김씨에게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뒤늦게 당시 경찰 수사의 위법성이 공론화되자 법원은 2015년 11월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재심 재판부는 "당시 수사경찰이 영장 없이 김씨의 집에서 노트 등 증거를 압수,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 이를 기초로 한 2차 증거 역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김씨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하게 된 경위나 상황에 비춰볼 때 다른 동기에서 허위로 자백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또 비록 김씨가 동생들을 이용해 허위 진술을 교사하고,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등 의심스러운 점이 많지만 이러한 사정 만으로 유죄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