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실종 7년, 회사 저수지에서 백골로 발견된 남자, 무슨일이
"퇴근한다"며 아내와 통화한 지 7년만에 숨진 채 발견
극단적 선택, 실족사…국과수 부검
당시 경찰, 수색 대상에서 저수지 제외
실종자가 오간 것으로 추정되는 샛길에서 촬영한 .함안의 저수지. 실종자는 사진 속 공장을 다녔다.
경남 함안경찰서는 지난 6일 오후 1시께 함안군 군북면 한국제강 소유의 공업용수용 저수지에 차량이 가라앉아 있다는 신고를 받고 차량을 인양, 오후 3시40분께 차 안에서 A씨로 추정되는 백골 변사체를 발견했다.
이 회사의 협력업체 직원이 저수지의 물을 빼는 작업 중 수면 위로 드러난 차량의 뒷바퀴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차량은 스포티지SUV로 앞 유리가 깨지고 범퍼가 손상된 채 폭 40m, 깊이 3m 저수지에 거꾸로 박혀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7년 전 실종된 이 회사 직원 A(당시 51세)씨의 차량임을 차적 조회를 통해 확인했고, 소지한 신분증도 찾았다.
2014년 7월24일 A씨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자택에서 회사로 출근했으나 당일 귀가하지 않았다. 다음날인 7월25일 A씨의 아내가 실종신고를 했다.
A씨는 아내에게 퇴근한다고 전화를 한 뒤 연기처럼 사라졌다.
실종 당시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가 차량을 운전해 회사 정문을 나와 집 방향으로 1㎞가량 간 것을 확인했다. 옛 함안장례식장(현 김치공장)에세 A씨의 차량이 또 한 번 목격됐으나 이후 행적은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A씨가 다른 길목을 통해 다시 회사로 들어가기 위해 저수지 쪽으로 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가 일한 회사(공장)는 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B회사(공장)와 인접해 있다.두 회사 사이에 저수지가 있고 저수지를 옆으로 끼고 차 1대가 지나갈 만한 샛길을 통해 B회사를 거쳐 큰길가로 나와 A씨 회사의 정문으로 갈 수 있다. 샛길 끝에서 A씨 회사 정문까지는 약 300m다.
경찰은 A씨가 이 샛길을 통해 B회사 출입구를 거쳐 자신의 회사로 들어가려다 저수지로 실수 또는 어떤 원인에 의해 입수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12일 뉴시스가 찾은 저수지 옆 샛길은 폭 2m정도로 차량들이 교차하기에는 좁은 비포장 도로다. 저수지와 샛길 사이에는 바리케이드 등 안전시설도 없다.
사건이 발생한 함안 한국제강 소유 저수지. 차량 뒷바퀴가 보인다. *재판매 및 DB 금지
A씨가 종적을 감춘 7년 전 여름날에는 밀양과 창녕·합천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었다. 가시거리도 긴 편으로 차량운행에 큰 불편은 없었다. 비도 오지 않았다.
인근 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저수지는 많지는 않았지만 낚시꾼들이 재미삼아 와서 낚시를 하던 곳이었다.몇년 전부터는 B회사와 A씨가 다닌 것으로 추정된 샛길에 연두색 철문을 설치해 낚시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인가.
경찰의 당시 수사자료에 따르면, A씨는 내성적이었다. 하지만 우울증 등으로 병원을 다니거나 주변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는 증언이 있다. 채무 관계가 복잡하지 않고 원한 관계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A씨가 '퇴근한다'고 아내에게 말한 점, 차량에서 유서가 나오지 않은 점, 휴대폰 마지막 발신지가 회사 인근인 점, '배터리 분리'된 상태로 전화가 끊겼다는 점 등을 파악했다. 물에 빠지거나 인위적으로 배터리를 분리하면 나타나는 현상이 배터리 분리다.또 극단적 선택을 할 사람이라면 휴대폰을 제3의 장소에 놓고 갔으리라는 추정이다.
그렇다면 심장마비 등 다른 원인에 의한 실족사인가.
저수지에서 경찰과 소방당국이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은 시신의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고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했고 사망원인은 부검을 통해 조사할 예정이다.
1991년 3월26일 대구 달서구 마을의 초등학생 5명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선 '대구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역시 2002년 9월 와룡산에서 유골 발견 직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아이들이 입고 있던 옷가지 등을 대상으로 혈흔·독극물 검사 등을 했지만 성과는 못 얻었다.
경기도 화성 연쇄 살인 사건 용의자 이춘재를 특정한 결정적 열쇠는 DNA다.아홉번째로 살해된 여중생이 입고 있던 옷에서 이춘재의 땀이 검출되는 등 DNA 검사 기술은 상당히 발전했다.
DNA 검출 여부의 핵심은 보관 상태다.
법의학 전문가는 "증거물들이 바로 발견된 화성 사건과 달리, 이번 백골 시신 증거물은 7년 간 물 속에 있었기 때문에 박테리아나 곰팡이에 의해 모든 단서가 사라졌을 확률이 높다"며 DNA가 안 나온다는 법은 없지만 가능성은 극히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저수지에 빠진 차량의 범퍼가 파손될 정도라면 부딪히거나 한 흔적이 주변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7년이 지난 지금은 그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경찰이 왜 공장 바로 옆 저수지를 수색하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는다.
함안경찰서 수사관계자는 "당시 수사 자료를 기초로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고 있다"며 "부검 결과와 함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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