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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사일러 "트럼프 바쁘고, 한국은 취약…北 도발 적기"[워싱턴 리포트]

등록 2025.01.05 08:00:00수정 2025.01.05 08: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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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 지낸 40년 경력 한반도 전문가

"북미 깜짝 이벤트 배제 못하지만 의미는 없을 듯"

"韓핵무장 논쟁 필요…트럼프, 방위비 압박 예상"

[워싱턴=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를 지낸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국(DNI)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이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서 뉴시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2025.01.05.

[워싱턴=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를 지낸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국(DNI)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이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서 뉴시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2025.01.05.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꼽히는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국(DNI)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과 한국 국내 혼란이 맞물리면서 북한이 부담없이 도발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경고했다.

시드니 전 담당관은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만나 올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우려가 있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갈길 바쁜 트럼프…"한국에 확전 자제 압박할 것"

시드니 전 담당관은 "김정은이 장기적으로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한국에서) 탄핵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선거는 어떻게 되는지 지켜본 뒤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면서도 "그가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짚었다.

이어 "김정은은 트럼프가 취임하면 아주 드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가자, 중국을 바라보면서 모든 국내 이슈들도 처리할 것이라 산만하고 한국 정부는 취약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는 20일 취임하는데 외교분야에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가자 분쟁 해결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때문에 북한이 설령 도발에 나선다고해도, 한반도로 시선과 역량이 분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보복 대응을 하지 않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 계엄 여파에 시달리는 한국이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도 물음표가 따른다.

시드니 전 담당관은 "혼란을 야기하는 도발적 행동을 취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다. 미국은 보복으로 확전되지 않도록 한국에 큰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북한은 한국 정부와 군을 당황케하고 모욕하며, 핵무기 보유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보복이나 비용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인상을 강화하는 목적을 달성하려 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3월, 4월, 5월 중 예상되는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2015년 7월27일 시드니 사일러 당시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김건 당시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2025.01.05.

[서울=뉴시스]2015년 7월27일 시드니 사일러 당시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김건 당시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2025.01.05.


"트럼프·김정은, 의미있는 회담 가능성 낮아"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북한 문제를 다루지는 않겠으나, 집권 중 언젠가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시드니 전 담당관은 의미있는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 

그는 "북한이 지난 30년간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로 아니다. 북한은 30년동안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배치하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핵보유국으로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기 희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의 동맹인 미국이 북한을 공식적인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트럼프 당선인이 과거 재임시절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여러차례 만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것도 이러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며, 이는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란게 시드니 전 담당관의 분석이다.

시드니 전 담당관은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북한의 목표는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하고, 북한의 핵 지위를 인정하는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었지만 트럼프는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은 그러한 관계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때 회담장을 나갔고, 이것이 2019년 이후 우리가 (북한과) 대화하지 않은 이유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나는 김정은과 트럼프가 의미있는 회담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거듭해서 주장해왔다"며 "전화 통화나 생일 또는 취임식 축하 메시지 등 깜짝 이벤트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거기까지다.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는 새로운 친구를 지닌 김정은이 왜 트럼프에게 의지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북러 협력이 점점 더 전략적 성격을 띠고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근본적인 협력관계로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서울=뉴시스]2014년 10월29일 시드니 사일러 당시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가 신재현 당시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하는 모습. 2025.01.05.

[서울=뉴시스]2014년 10월29일 시드니 사일러 당시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가 신재현 당시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하는 모습. 2025.01.05.


"한국 핵무장 논의필요하나, 남북 전쟁 부를수도"

북한의 핵능력이 점점 더 발전하고 한반도 안보 위협 또한 증가하면서 한국에서는 어느 때보다 자체 핵무장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 상당수가 필요성을 공감한다는 조사 결과가 이어졌고, 일부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필요성을 주장한다.

반면 미국은 세계 비확산체제(NPT)를 흔들 수 있는 한국의 핵무장을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반대론자들은 한국이 핵개발을 강행하면 경제제재를 받게되며, 한미동맹에도 균열이 갈 것이라 우려한다. 중국, 러시아 등 기존 핵보유국과 긴장이 심화되고 일본 등 이웃국가들의 연쇄 핵개발을 부를 것이란 지적도 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한국 핵무장론과 관련해 "논쟁을 환영한다. 심각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북한이 설마 핵무기를 같은 민족에 사용하겠나, 협상 카드로 쓰려는 것이다'라는 인식이 높았으나, 결국에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기 위해 이러한 무기들을 개발한 것이 분명해졌다고 언급했다.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시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안보 능력을 약화하기 위함이란 것이다.

다만 동시에 사일러 전 담당관은 한국의 핵개발이 북한의 핵무기 선제 사용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는 '쓰거나 잃거나(Use or lose)'라고 부른다. 북한은 지금 당연히 한국보다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한국도 그러한 길로 가게되면 북한은 (핵무기를 쓰지 않으면 잃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한국이 더 많은 자원을 지녔기에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걸리는데, 따라서 한국이 독자적 억제력을 갖추기 전에 북한이 상황을 이용하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이것은 실질적인 위험이다"고 경고했다.

또한 한국 핵무장 후 실제 남북한 핵전쟁이 벌어지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북한이 강릉이나 춘천처럼 서울보다는 인구가 적은 도시를 공격했다고 해보자. 한국은 보복을 검토하겠지만 북한이 '만약 보복하면 이번에는 서울을 공격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핵전쟁 시나리오를 볼 때 이러한 고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핵을 가진 한국에 여전히 미군이 주둔할 것이라고 믿기는 힘들다"며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이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는 일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서울=AP/뉴시스]2014년 10월28일 시드니 사일러 당시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동북아 평화 협력 이니셔티브 회의에 참석한 모습. 2025.01.05.

[서울=AP/뉴시스]2014년 10월28일 시드니 사일러 당시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동북아 평화 협력 이니셔티브 회의에 참석한 모습. 2025.01.05.

"트럼프 시대, 방위비·무역수지 압박 있을 것"

한편 사일러 전 담당관은 트럼프 행정부 재출범으로 한미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주한미군 조정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는 관세와 무역적자 해결에 매우 진지하고,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가 510억달러였다는 점, 국방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3% 이하라는 점을 들여다 볼 것이다"며 "그래서 더욱 공평한 분배를 위한 압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이 진행될 때 한국에 있었다. 협상 끝에도 한미동맹은 여전히 건재했고 미군에 대한 한국의 지지도 SMA 협상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높았다"며 낙관했다.

주한미군 조정에 대해서는 "나는 1982년 이 문제를 처음 들여다봤는데, 그때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질거라고 상상도 하기 전이었다"며 "이제 40년이 지났는데 한국에 얼마나 많은 병력이 필요한지, 올바른 구성은 무엇인지 등을 들여다보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주한미군 역할 조정을 주장해온 엘브리지 콜비를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에 지명했다. 콜비 지명자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대응은 한국에 맡기고 중국과 대만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으며, 향후 주한미군 조정 논의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콜비 지명자와 DNI에서 함께 일했다. 그는 "콜비는 현실주의자지 고립주의자는 아니다"며 실제 분석가들 입장에선 중국이 대만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한 반면, 북한의 경우는 그렇지는 않기에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에 콜비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위해 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며 "대만과 관련한 주한미군의 역할이 무엇인지, 최소한 전진 배치나 병참 수송을 위해 기지를 사용할지 등을 논의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를 지낸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국(DNI)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이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서 뉴시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2025.01.05.

[워싱턴=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를 지낸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국(DNI)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이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서 뉴시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2025.01.05.


형편 탓 학업 중단하고 입대…한국 파병 후 美 최고 전문가로

사일러 전 담당관은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담당, 국무부 6자회담 특사, 주한미군 고위분석관, NIC 북한담당관 등으로 2023년까지 일하다 공직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비상임) 등으로 활동 중이다. CSIS는 "미국 내 최고의 북한 문제 전문가 중 하나"라고 소개한다.

40년 넘게 한반도 문제를 팠는데 분석 뿐만 아니라 정보 수집, 정책 수립, 대북 접촉 및 협상 등 다양한 실무 경험까지 지닌 인사로 평가된다.
 
처음부터 한반도 전문가를 목표로 달려온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초반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군에 입대했다. 1982년 해외로 파병됐고, 그게 한국이었다.

한국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19살 청년은 상부 지시에 따라 한국어를 공부했는데, "왠지 모르게 한국어가 매우 쉬웠다"고 한다. 이후 연세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는 등 15년 이상 한국에서 생활했다.

인터뷰 중에도 종종 유창한 한국어를 사용했으며, 새해 첫날에는 아내와 함께 떡국을 끓여 먹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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