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尹 체포영장 집행 때 韓 시위대 주목…"美 상징물 대거 등장"
트럼프 지지 세력 부정선거 주장 구호 등장
광주시서 버지니아주 표어 적힌 주기 나와
"정치 초보 윤석열, 극우 유권자 충성 유지"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5.01.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워싱턴포스트(WP)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당시 시위대 모습을 두고 찬성·반대 측 모두 미국 정치 상징물을 대거 사용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각) 조명했다.
WP는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할 당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시위대가 성조기를 들고 미국 국가를 부르는 모습이었다고 묘사했다.
한남동 관저 앞 시위대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사용한 구호인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이라고 적힌 팻말을 사용했다고 기술했다.
같은 날 광주시청 앞에는 미국 버지니아주 표어인 'sic semper tyrannis(폭군에게는 언제나 이와 같이 하라)'가 적힌 버지니아주기(州旗)가 휘날렸다고도 전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이 같은 반독재 구호는 영국을 겨냥한 것으로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뒤로는 전두환을 겨냥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풀이했다.
이 깃발은 지난해 11월 농업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광주시를 방문한 버지니아주 대표단을 환영한 데에 감사 선물로 글렌 영킨(공화) 버지니아주지사가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WP는 한국의 보수주의자는 오랫동안 집회에서 성조기를 내걸었다며 최근 '도둑질을 멈춰라'라는 구호가 나온 것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수사가 트럼프 당선인과 유사성을 점차 갖게 된 점을 부각한 것이라고 해설했다.
[광주=뉴시스]광주시청 게양대에 걸린 미국 버지니아주 깃발(오른쪽). (사진=광주시청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윤 대통령의 수사가 자신의 정적(政敵)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대규모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을 펼친 트럼프 당선인과 닮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 이유로 반(反)국가세력과 선거 부정 등을 거론한 바 있다.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는 매체에 트럼프 당선인이 윤 대통령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공동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WP는 "2022년 취임한 정치 초보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는데도 극우 유권자층의 충성도를 유지해 왔다"라며 "여론조사에 따르면 특히 계엄령 선포 뒤로 그들 사이에서 선거 부정론을 향한 믿음이 더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 중 상당수는 옛 소련의 지원을 받은 북한군이 친미 성향의 남한을 침공한 1950~53년 한국전쟁 이전에 한반도 북부에서 공산주의 박해를 피해 피난 온 기독교인으로 구성된 복음주의 개신교 기반에 속한 노년층"이라면서 "재임 동안 미국과 관계 개선을 우선시해온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지지자 사이에서 공감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3일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통령경호처가 경호법과 경호구역을 이유로 실내 수색을 불허하면서 5시간30분께 만에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했다.
경찰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철수한 뒤 박종준 대통령경호처 처장과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한은 오는 6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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