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개최국 이점無…文, '평화체제' 관여 제동
평화협정 체결 후 日과 협력 '선긋기'
中의 '난징 책임 인정' 요구에 진땀
【도쿄(일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와 9일 오전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제7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2018.05.09. [email protected]
아베 총리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양장 정상회담 및 오찬에서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선언을 언급하며 "평화체제가 구축되려면 지역 안전 보장이라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동북아 안전보장 논의에 일본도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판문점선언에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하는 거로 명시됐음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국내 정치적으로도 '모기장 밖으로 밀려났다'는 조롱을 듣고 있는 상황에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공세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관측이다. 더욱이 개최국의 이점을 내심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평화협정은 전쟁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것"이라며 관여 가능성을 전면 차단했다. 나아가 "넓은 의미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에는 일본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협력해줘야 한다"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논의 과정에는 배제될 거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일 양자회담과 오찬이 지난 2월 아베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진행됐던 양자회담 때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가 "내정 문제 거론은 곤란하다"는 날선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공동성명 문안 조율 과정에서도 일본은 개최국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 3국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종료하고 공동언론발표를 진행했으나, 이 자리에서 공동성명 채택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판문점선언을 지지하는 내용의 특별성명도 오전에 내지 못했다.
당초 계획은 최종적인 문안 조율을 마무리하고 발표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중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와 관련한 표현 수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이 난징대학살 관련 일본의 책임 인정을 촉구하는 문안을 넣으려 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다자회의 공동성명에 개최국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반영되어 왔으나, 이번에는 일본 측의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중국 측의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통한 반등을 꾀했으나, 되려 체면만 구기게 된 셈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찬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의 중요성도 강조하며 "한국이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납북자 문제에 관해서는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이번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는 지난 2015년 11월 한국에서 개최된 이후 2년6개월 만에 열렸다. 아베 총리는 2016년 12월에 제7차 회의 개최를 추진했으나, 한국의 탄핵정국과 중국의 미온적 태도로 끝내 열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정치적 입지가 축소된 상황에서 성공적인 회의 개최를 통해 기반을 다시금 다지려 했던 아베 총리가 만족스럽지 못한 회의 결과로 인해 더욱 위축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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