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는 어디로]①尹 입당후 제3지대 동력 상실…김동연이 불씨 당길까
尹 공백으로 제3지대 동력 상실, 김동연 존재감은 커져
여야 비판 양비론, 역으로 여야 모두 선택 가능 '양시론'
후보단일화 가능성 낮아…캐스팅보트·보완재 역활 가능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김동연 유쾌한반란 이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금융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청년들과 공감, 소통의 장, 영리해(Young+Understand)’ 강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5.21. [email protected]
야권 유력 대선주자들이 국민의힘을 정권교체 플랫폼으로 택하고 집결함으로써 제3지대는 사실상 동력이 많이 빠진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보수와 진보, 중도를 한번에 아우르는 '빅플레이트론'으로 한동안 장외에서 독자행보를 고수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제3지대론은 힘을 잃은 상태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역설적으로 제3지대에 홀로 남은 김 전 부총리의 몸값을 높여주는 티핑 포인트(전환점)가 됐다",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에서 연기를 피워서 몸값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 전 부총리는 흙수저 출신, 충청대망론, 경제전문가라는 점에서 대권주자로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 관료 출신이지만 최저임금 문제를 놓고 여권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현 정부와 각을 세웠다는 점도 보수·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인지도에 비해 낮은 지지율이 제3지대를 띄우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미미한 지지율로는 거대양당 후보를 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지만, 김 전 부총리는 제3지대론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영입 대상인 김 전 부총리는 "양당에서 모두 직간접적 연락이 오고 있다"면서도 "한 번도 어느 당에 별도로 의사 표시를 한 적이 없다. 사회·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강고한 양당 구도로 해결할 수 없다"며 기성정당 합류에는 선을 긋고 있다. 대신 제3지대에서 신당 창당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 신당 후보로 출마를 강행하더라도 자금과 조직 등의 면에서 압도적인 원내 제1, 2당에 맞서 자생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 대선 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철회에 따른 '제3지대 실패' 학습효과로 국회의원들이 리스크가 큰 제3지대에 몸을 실어 모험을 할 가능성도 낮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역 앞에서 은평갑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들과 함께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2021.08.03. [email protected]
김 전 부총리는 한 라디오에서 “우리 정치에서 모든 것을 양극단으로 재단하는 것 같다. 저는 지금 여야 구도로, 또 여야가 바뀐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문제나 또는 경제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될까에 대해 회의적이다”며 “정권 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보면 정치세력의 교체, 또는 의사 결정 세력의 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정치 교체'를 내세운 양비론으로 읽혀질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여야 어느 정당과도 단일화 국면에서 손을 잡을 수 있는 여지를 둔 양시론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부총리의 의도는 중도, 제3지대를 지향하면서 몸값을 높여 여야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유도하려는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가면서 제3지대가 굉장히 축소된 상황에서 오히려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윤석열 공백'을 틈타서 제3지대에서 영향력을 키워 여야 어느 쪽하고 연대 혹은 딜(거래)을 하려는 노림수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3지대론의 운명이 역설적으로 기성정당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에서 독자 세력화를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여야 대선지형에 따라 제3지대론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전이 2~3% 차이의 접전 양상일 경우김 전 부총리가 야권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에서 열린 본경선 2차 TV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1.08.04. [email protected]
만약 김 전 부총리가 중도 실용 노선을 표방하는 국민의당과 손을 잡고 제3지대 구축에 나선다면 더 큰 무게감이 실린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3지대의 성패 여부를 두고 여권의 움직임을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친문재인 진영에서 반(反)이재명 정서가 약화되더라도 이 지사가 경제정책을 놓고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 만큼 대체재는 아니더라도 '보완재'로서 민주당이 김 전 부총리를 영입해 경제 정책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에 남아서 존재감을 키우더라도 거대양당이 제3지대와 후보단일화나 '플랜B'로 김 전 부총리를 대선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쉽게 무너질 것 같진 않고 간혹 지지율이 출렁일 수는 있어도 야권에서도 후보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제3지대 주도권은 안철수 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김 전 부총리가 조연은 될 수 있더라도 주연이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김 전 부총리는 여권에선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흔들리면 중도층을 보완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통화에서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제3후보가 없다는 점인데, 제3후보가 등장하려면 성향상으로 친문재인 쪽도 아니고 국민의힘 쪽도 아닌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권에서 발탁된 사람이라 포지셔닝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며 "윤석열 전 총장이 무너지고 백중세일 때에는 주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플레이어라기보다는 종속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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