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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창' 만들고, 예술·과학으로 채웠다…대전신세계 가보니

등록 2021.08.27 06:00:00수정 2021.08.27 08: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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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유통 노하우 담긴 13번째 미래형 백화점

"에루샤 없어 실망이지만 브랜드 많고, 체험 많아"

AI카메라, 공기 살균기 설치에도 인파 몰려 '불안'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의 하늘공원 모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의 하늘공원 모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통창을 내고 옥상에는 흙, 나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야외 정원을 조성했다. 10m의 대형 디지털 미디어가 눈을 즐겁게 하고, 예술품 관람은 물론 스포츠를 즐기면서 땀을 내고, 놀이로서 과학을 즐길 수 있는 공간까지 들어섰다.

'소비의 전당'으로 불리는 백화점 이야기다. 시간의 흐름을 숨기기 위해 백화점에는 시계와 창문이 없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나 때는 말이야'를 일삼는 '꼰대'들의 언어가 됐다. 1993년 대전엑스포가 개최된 곳에 문을 연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Art & Science)'는 쇼핑은 물론 하루 종일 보고, 듣고, 뛰어놀 수 있는 아이템들로 가득 채우며 신개념 미래형 백화점을 보여줬다.

27일 그랜드 오픈을 하루 앞두고 대전신세계를 찾은 방문객들은 연신 '넓다'는 감탄사를 쏟아냈다. 영업면적만 9만2876㎡(2만8100평)으로 신세계백화점 중 센텀시티점, 대구신세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매머드급 점포로 조성한 탓이다. 한 개 층 면적은 최대 최대 3800평으로 국내 최고 매출을 자랑하는 강남점(2000평)보다 크다.

신세계의 13번째 점포인 대전신세계는 뉴욕 허드슨 맨해튼 타워, 도쿄 롯폰기 힐즈를 설계한 미국 뉴욕의 초고층 전문 건축설계 업체인 KPF이 외관 설계를 맡았고 로만 윌리엄스, 제프리 허치슨, 록웰 등 세계적인 건설사가 인테리어를 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은 무창 건물로 건축하지만 '더 글라스 박스'를 도입한 미래지향적 건축물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층별로는 ▲지하 1층 식품관·생활·아쿠아리움 ▲1층 화장품·명품·시계·주얼리 ▲2층 해외패션·남성럭셔리 ▲3층 여성패션·남성패션 ▲4층 스포츠·아동 ▲5층 영캐주얼·스트리트패션·식당가 ▲6층 과학관·스포츠시설·영화관·갤러리 ▲7층 아카데미·키즈카페·과학관·영화관·옥상공원 등으로 구성됐다.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의 6층 아트 테라스 모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의 6층 아트 테라스 모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예술·과학·스포츠까지…그야말로 놀이터

6층 아트 테라스에서는 커다란 통창으로 대전을 가로지르는 갑천을 바라보며 방문객들은 연신 사진을 찍었다. 최병훈 작가의 아트벤치를 설치해 휴식을 취하면서 진귀하고 놀라운 컬렉션을 모은 캐비닛 갤러리까지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장르와 형식의 전시가 가능한 신세계 갤러리는 물론 미술품, 오브제를 구입할 수 있는 아트샵까지 미술관을 방불케 했다.

과학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넥스페리움'에는 벌써 부모님과 아이들이 흥미롭게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었다. 표정을 인식해 분위기에 맞는 변주곡을 연주하는 인공지능 피아노 앞에선 아빠와 손을 잡고 온 아이가 연신 표정을 바꿔가며 신기한 듯 음악을 들었고, 옆으로는 '클릭봇' 클래스를 듣기 위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넥스페리움은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개발하고 제작한 에듀테인먼트 공간으로 3대 미래 과학 분야인 로봇, 바이오, 우주를 테마로 구성했다. 국내 최초의 사립 과학 아카데미로 '로봇 플레이 놀이터', '사이언스 렉처', '신기한 실험실' 등 체험형 스튜디오에서는 전시물의 원리를 배울 수 있는 클래스까지 제공하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충청권 최초의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인 '스포츠 몬스터'는 오감 만족 체험의 끝판왕이다. 스타필드 하남, 고양, 안성에 이어 버라이어티해진 로프 코스와 수직으로 떨어지는 버티컬 슬라이드, 아트 클라이밍을 체험할 수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인기 종목인 양궁은 물론 축구와 트램플린을 즐길 수도 있다.

국내 최초 미디어 아트 결합형 '대전 엑스포 아쿠아리움'은 27일 오픈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탓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대신 입구에 설치된 국내 최장 길이 27m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에는 그리스 신화 속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스토리를 담아 방문객들을 붙잡았다. 아쿠아리움에선 4200t 규모의 수조에 250여종, 2만여 마리의 다양한 생물을 전시할 예정이다. 국내 최초로 360도 파노라마 탱크에서는 혹등고래 등 희귀 자연보호생물을 미디어아트로 영상화했다.

3400평의 옥상 정원은 가족 단위 고객들은 물론 누구나 환호하는 도심 속 힐링 공간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를 들으며 상념에 빠질 수 있는 대나무숲,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패밀리 포레스트와 잔디밭, 공룡에 올라타 미끄럼틀을 타며 놀 수 있는 티라노 파크, 숨바꼭질을 할 수 있는 미로 정원 등은 여느 휴식 공간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공룡 미끄럼틀에서 네 살 아이와 함께 놀이를 하던 30대 남성은 "대전에 없는 키즈 브랜드가 많이 입점해 있어서 둘러보러 왔다"며 "쇼핑도 하고, 자연에 버금가는 옥상 정원에서 아이가 놀 수도 있어서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그니처 전망대인 '디 아트 스페이스 193'는 아쉽게도 다음 달 10일께 오픈할 예정이다. 대전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193m 상공에서는 현대 미술계의 가장 핫한 인물로 꼽히며 대규모 공공 미술 전시를 진행해온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인 올라퍼 엘리아슨의 특별전을 만나볼 수 있다.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 매장 모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 매장 모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에루샤 없지만 대전에 없는 브랜드 입점에 발길

오전 10시30분 프리 오픈과 함께 30대 커플은 입장하자마자 명품 매장으로 서둘러 발을 옮겼다. 이른 시각이었지만 명품 브랜들이 즐비한 1층에는 매장마다 한, 두 팀의 손님을 맞고 있었다.

대전신세계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그 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브랜드 입점을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 오픈과 동시에 구찌, 발렌시아가, 발렌티노, 토즈 등을 선보였고, 펜디,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몽클레르, 브루넬로 쿠치넬리, 로저비비에, 셀린느, 톰포드, 예거르쿨트르, 파네라이, 불가리, 피아제, 쇼메 등의 단독 브랜드도 준비했다.

대전에 사는 40대 여성은 "대전에는 명품 브랜드가 한정돼 있어서 좀 산다는 사람들은 서울로 쇼핑을 간다.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에스메스 아니면 샤넬 정도는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약간 실망을 했다"면서도 "에루샤가 들어오지 않아도 대전에 없는 다양한 매장이 많이 들어서고,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볼 만하다"고 말했다.

대전신세계는 MZ세대를 겨냥한 공간 조성에도 공을 들였다. 5층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브로 조성한 '베로나 스트리트'를 꾸며 이태리 피아제 광장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느낌을 줬다. 2030이 선호하는 디올과 샤넬 뷰티 매장도 이례적으로 1층에서 5층으로 올라왔고 뷰티 놀이터 '시코르',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APR)' 매장까지 들어섰다.

20대 여성은 "메종키츠네의 경우 그 동안 팝업존이나 편집샵 형태로만 있었는데 신세계에 매장이 생겨서 바로 찾아왔다"며 "아미나 아크네 등 20대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많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럭셔리 남성 전문관도 국내 최초로 오픈과 동시에 문을 열었다. 톰포드,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 돌체앤가바나 등 남성 브랜드 매장에는 20~30대 남성들이 쇼핑에 여념이 없었다. 화장품 브랜드는 47개로 지역 최대 규모다. 구찌 뷰티, 메종마르지엘라 퍼퓸 등과 함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에르메스퍼퓸, 스위스퍼펙션 등도 선보였다.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 지하 1층 푸드마켓 모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 지하 1층 푸드마켓 모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미식의 신세계…대전 거리두기 4단계에 방역도 만전

지하 1층 식품관은 뉴욕의 첼시마켓을 연상케 했다. 1890년에 완공한 과자 회사 건물을 1990년 푸드홀과 쇼핑몰로 개조한 것처럼 기본에 충실하지만 새로운을 더했다. 신세계가 직접 만드는 한식 시그니처 공간인 '발효:곳간'은 중앙에 자리했고 건강기능식품 편집 매장 '신세계 웰니스케어'에서는 한방과 양방을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을 소개했다.

5층 식당가의 '고메 스트리트'와 프리미엄 푸드 코트 '한밭 대식당'에서는 전국의 맛집을 선보인 탓에 방문객의 줄이 이어졌다. 중화요리 4대 문파 명장 유방녕 셰프의 중식 브랜드 '신차이', 홍콩 현지 느낌을 그대로 담은 '호우섬', 호텔신라 아리아케 출신 이승철 셰프의 '스시호산', 베트남 호이안의 유명 반미 브랜드 '반미프엉'이 대표적이다. 6층에는 브런치 카페 '익선잡방'과 함께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어주는 '봇봇봇'도 눈에 띄었다.

대전신세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따라 방역에도 만전을 기했다. 매장 천장과 스탠드로 설치된 30여대의 '열화상 AI 카메라'로 0.5초당 20여명의 체온을 동시에 측정하는 것은 물론 발열자를 감지하면 고도의 폐쇄회로(CC)TV 시스템과 연동해 밀접 접촉자를 파악하고 동선까치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최초로 엘리베이터 내·외부 버튼,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화장실 수전대 등 주요 시설물에 항균·항바이러스 특수 코팅을 시공했다.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에는 살균기도 마련해 세균 감염 및 바이러스 전파를 예방한다. 또 VIP 고객 라운지와 아카데미 등 고객 시설 곳곳에 소대형 공기 살균기를 설치했다.

하지만 오랫 만에 생긴 백화점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까지 누를 수는 없었다. 점심 시간이 되자 푸드 코트와 식당에는 줄이 이어졌고,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테이블이 빼곡하게 찼다. 식당마다 QR 체크인을 하고, 투명 칸막이가 테이블 사이에 설치돼 있었지만 방문객들의 우려도 여전했다. 30대 남성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가전제품을 많이 세일한다고 해서 왔다"며 "대전에도 하루에 몇 십명씩 확진자가 나오는데 식당 앞에 줄 서 있는 것을 보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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