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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쌀 어쩌나"…냉동김밥에서 '윈윈 해법' 찾았다[같이의 가치]

등록 2024.08.05 05:01:00수정 2024.08.05 08: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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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김밥, aT 지원 받고 美 히트상품 도약

대기업·공공기관-중소기업 상생협력 효과

[서울=뉴시스]한국 냉동김밥에 관심을 보이는 미국인들.(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국 냉동김밥에 관심을 보이는 미국인들.(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냉동김밥(Frozen Kimbap)을 검색하면 음식을 즐기는 외국인들의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서툰 젓가락질로 김밥을 입에 넣은 후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K-푸드인 냉동김밥이 세계를 홀리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각종 대형마트에서 품절 대란을 불러온 냉동김밥은 올해도 그 위엄을 이어가며 히트상품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혁신과 지원의 만남"…미국행 비행기 오른 '냉동김밥'

지구 반대편 사람들을 완전히 홀린 냉동김밥은 민간기업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공공기관의 제도적 지원이 합쳐진 동반성장의 우수사례로 평가 받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유망 수출 품목 발굴과 상품화를 통해 국내 농가소득을 제고하고 수출기업까지 성장하는 식품기업 수출형 동반성장 추진했다. 특히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이 역대 최저인 56.7㎏(2022년 기준)까지 떨어진 점에 착안해 '쌀 소비 촉진'에 초점을 두고 움직였다.

공사는 상품화와 수출 의지는 있으나 예산, 마케팅 등으로 어려움이 겪는 기업을 찾아나섰다. 미국 현지의 높은 비건식품 선호를 만족시키면서도 K-스트리트푸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품목 조건도 설정했다.

이를 모두 충족한 곳 중 하나가 경상남도 하동군에 위치한 중소기업 복을 만드는 사람들(복만사)이었다.

이전에도 김밥은 해외 일부 식당가에서 상온으로 판매 중이었지만 원재료 보관관리와 짧은 유통기한으로 효율적인 현지 공급이 어려운 품목으로 분류됐다.

복만사의 냉동김밥 상품성과 기술력을 눈여겨본 공사는 '해볼만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냉동김밥 신화는 이렇게 막을 올렸다.

공사와 복만사는 이후 본격적인 협업에 나섰다. 공사는 연구개발 및 영양성분, 품질검사 등 시험분석 지원을 목적으로 금전적 지원을 시작했다.
"남아도는 쌀 어쩌나"…냉동김밥에서 '윈윈 해법' 찾았다[같이의 가치]

이를 등에 업고 복만사는 급냉처리로 냉동김밥을 12개월까지 유통할 수 있는 기술을 고도화했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육류를 대체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에 유리한 비건김밥(비빕밥·우엉·잡채 등)을 만들었고, 숱한 연구를 거쳐 수분 제어 기술의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덕분에 해동시 옆구리가 터지는 일이 크게 줄었다.

미국인들이 과연 냉동김밥을?…"없어서 못 먹는다"

앞서 미국에 냉동김밥이 수출된 사례는 없었다. 2019년 냉동김밥을 처음 선보인 복만사의 2020년 수출국은 홍콩이 유일했다.

미국을 뚫기 위해서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공사는 로스앤젤레스 지사를 통해 필리핀계, 페르시아계, 중국계 등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마켓테스트를 진행했다.

진출 초반에는 인지도가 높아 입점이 수월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한인마트로부터 거부당하기도 했다. 냉동김밥을 한국인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현지 정책과 관세 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아직 내공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겐 만만치 않았다.

조은우 복만사 대표는 "우리처럼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은 나라마다 다른 통관, 관세 기준 대응이 너무 어렵다"면서 "공사는 해외에 지사들을 두고 있는데 지역별로 자문을 많이 구했다. 현지 실정에 맞는 조언들이 우리에겐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공사는 한국 냉동제품이 입점한 대형마트 트레이더 조를 중심으로 마케팅 역량을 집중했다. 냉동김밥이 비건식품임을 강조해 유기농 전문 매장인 트레이더 조를 공략했다.

때마침 한국계 미국인 사라 수진 안이 트레이더스 조에서 산 냉동김밥을 먹는 영상이 순식간에 틱톡 조회수 1000만회를 넘어서는 대박을 쳤다.

이를 기점으로 복만사의 냉동김밥은 사라 수진 안이 시식한 또 다른 중소기업 '올곧'의 제품과 더불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2022년 50만 달러였던 복만사의 수출실적은 이듬해 100만 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현재 복만사의 제품은 전 세계 20개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서울=뉴시스]미국 마트에 진열된 복을만드는사람들의 냉동김밥.(사진=복을만드는사람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미국 마트에 진열된 복을만드는사람들의 냉동김밥.(사진=복을만드는사람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관련 수출 실적도 크게 재미를 봤다. 2023년 가공밥 수출액은 7780만 달러로 5년 전(2018년·2500만 달러)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쌀가공식품 수출액 1억7570만 달러는 역대 최고치다.

공사와 복만사의 협업은 대기업·공공기관과 중소기업의 우수협력 사례를 뽑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2기 윈윈 아너스' 중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상생협력, 이제는 선택 아닌 필수"

냉동김밥의 사례에서 증명됐듯 대기업·공공기관과 중소기업이 윈윈(win-win)하는 상생협력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양극화 해소를 꾀하고자 2004년 12월 대·중소기업협력재단(현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2006년 3월에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련 법률이 제정됐고, 2010년 12월에는 동반성장 문화를 조성 및 확산할 동반성장위원회가 탄생했다.

재단은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 및 창업을 지원하고, 기업간 거래공정화 사업으로 불공정거래 행위 방지와 중소기업 피해구제 및 애로해소를 돕는다.

동반위는 대중소기업간 거래상, 업종간 갈등요인을 발굴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 등을 담당한다. 궁극적으로는 공사-복만사 같은 동반성장 문화 성공 모델을 발굴·확산을 목표로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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