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2024…LG 손주영 "작년에 야구 그만뒀으면 큰일 날 뻔했죠"
2017년 1라운드 지명 받아 입단…올해 잠재력 터뜨리며 9승
지난해 야구 그만둘 생각해…어머니가 경찰공무원 권하기도
올해 1군서 꾸준히 기회 받으며 성장 "이제 야구에 눈 떴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5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7회초 2사 주자 1,3루, LG 교체투수 손주영이 kt 공격을 막아낸 뒤 밝은 표정을 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24.10.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인생이 바뀔 뻔했는데, 너무 다행이죠."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2023년의 여름을 떠올린 LG 트윈스 투수 손주영(28)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그대로 마운드를 떠났다면 팀과 함께 웃은 2024년은 없을 뻔했다.
손주영은 올해 LG가 거둔 최대 수확이다. 28경기에 등판해 9승 10패 1홀드 평균자책점 3.79를 올리며 선발 한 자리를 책임졌다.
여기까지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7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에 지명된 그는 입단 때부터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1군에서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남긴 성적은 22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6.99에 그쳤다.
지금은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지난해는 야구를 계속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도 했다.
손주영은 최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구속이 안 오르는 데다 2군에서 너무 못 던지니 원래 잡혀있던 1군 등판 계획도 취소가 됐다. 그때 마음이 완전히 내려앉았다"고 지난해를 회상했다.
"놀면서 야구를 했으면 아쉬움도 없었을 거였다. (2022년) 팔꿈치 수술도 하고, 열심히 훈련도 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더라. 그만둘까를 한 달 정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기술직으로 진로 변경까지 생각하던 그에게 어머니는 경찰 공무원을 권하기도 했다. 고민이 깊었던 그는 지난해 7월 구장에서 짐을 챙겨 나갈 생각도 했다.
손주영은 "딱 한 번 짐도 다 쌌다. 그만두겠다고 캐리어에 짐을 꾸렸다"며 "사실 도피하려고 한 것 같다. 갈 데도 없어서 다시 짐을 풀었다. 너무 창피하더라"고 멋쩍어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그때도, 훈련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너무 아깝더라. 잘 안되다 보니 마음이 약해졌던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한 시간을 버텨내자 꿈만 꾸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제 그는 어엿한 1군 선발 투수다. "지난해 마음이 확 돌아서서 야구를 그만뒀다면 큰일 날뻔했다. 후회를 엄청나게 했을 것"이라며 "인생이 바뀔 뻔했는데 (그만두지 않아) 너무 다행이다" 크게 웃었다.
"이제 야구에 눈을 좀 뜬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인 손주영은 "1군 경기를 나갈수록 이닝도 늘어나고, 기록도 나오더라. '선수들이 이렇게 성장하는구나'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며 "팔꿈치 수술 후 기초부터 잘 다진 게 잘 된 것 같다"고 짚었다.
[대구=뉴시스] 김금보 기자 = 1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말 LG 선발 손주영이 역투하고 있다. 2024.10.15. [email protected]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만년 유망주에 머물던 손주영이 쑥쑥 자라난 데는 여러 선배의 도움도 있었다.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고 몇 번을 되뇐 손주영은 "시작은 (오)지환이 형"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오지환은 고향인 울산에서 훈련 중이던 손주영에게 연락해 "중요한 시기지 않나. (스프링캠프에) 선발대로 가서 훈련하자"며 캠프 비용을 모두 내줬다. 많지 않은 연봉에 선발대로 떠나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손주영은 선배의 배려로 따뜻한 곳에서 일찍부터 훈련할 수 있었다.
"경기 중 나도 모르게 흥분할 때는 지환이 형이 뒤에서 '심호흡하라'면서 컨트롤해 준다. 야구 외에 인생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해주는 고마운 형"이라며 거듭 마음을 전했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박동원도 큰 버팀목이 됐다. 시즌 첫 등판인 3월 2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하고도 "뭐가 뭔지 몰랐다"던 손주영은 "동원이 형이 말을 진짜 잘해주신다. 점점 볼 배합, 타자 스윙 등에 대한 이야기가 이해되고, 형의 의도가 보이더라. 올해 성적이 나는 데는 형의 역할도 컸다"고 고마워했다.
베테랑 투수 김진성은 따라다니며 배우고 있다. "몸 관리하는 클래스가 다르다. 진성 선배 옆에 딱붙어 있다"며 "포크볼도, 몸 관리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과 달리 꾸준히 1군에서 기회를 받은 것도 그를 더욱 성장시켰다. "4월 말쯤 계속 실점하면서 안 좋았는데도 염경엽 감독님께서 계속 써주셨다. 성적이 좋든 안 좋든 기용해 주시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예전에는 조금만 안 되면 '2군 가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있었다. 올해는 그런 강박 없이 던질 수 있었다"고 했다.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노력과 주변의 도움 속에서 손주영은 한 시즌을 건강하게 치러냈다. 그는 "유리몸이란 말도 많이 들었는데 건강하게 한 시즌을 뛰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5선발 경쟁자였던 지난 겨울과 다르게 확실한 선발 투수로 새 시즌을 맞는다.
손주영은 "책임감도 느껴지지만, 1년 잘하다 떨어지는 사람도 많이 봐서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올해 많이 던져서 내년에 못할 거란 시선도 있는데 그걸 깨보고 싶다. 그래서 딱 3주만 쉬고 지난달 18일부터 운동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내년 목표는 "15승"이다. 구체적인 숫자로 목표를 드러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선수도 많지만 그는 '말의 힘'을 믿기로 했다.
"올해 방송사 인터뷰를 할 때 '10승 이상은 할 수 있겠다'는 말에 '그건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그게 정말 너무 아쉽다. 딱 9승을 하지 않았나"라고 곱씹으며 "당당하게 15승을 목표로 하고, 이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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