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너무 많았나…'정시 이월' 100명대에 98%가 지방
SKY 자연계 정시 이월은 감소…'연쇄 이동' 없어
"의대 쓸 수험생 다 지원"…'대형 의대 1개급' 펑크
정시도 경향 비슷할 듯…성적 하락·모집난 우려도
"지방의대 낙인 효과 클 듯" 내년 자퇴 급증 우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의대 증원 여파로 전국 의대 정시 이월 인원이 100명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202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 접수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 30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2024.12.31. [email protected]
성적순 연쇄 이동이라는 문법과 다르게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소위 'SKY' 대학 자연계열의 정시 이월은 줄어들면서 증원 규모가 너무 많았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방 소재 의대 합격선 하락과 신입생 자퇴 급증 등 교육 현장에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31일 교육부가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집계한 전국 39개 의과대학의 2025학년도 수시모집 미충원 정시 이월 인원은 총 105명이다. 특별전형까지 모두 합한 수치다.
정시 이월 인원이 1명 이상 나온 의대는 25곳이었고 서울 고려대·경희대(각각 1명)를 빼면 모두 지방권 의대였다. 대구가톨릭대 17명, 충남대와 건국대 글로컬 각각 11명, 부산대 10명, 고신대 8명, 전북대 7명 등 순이다.
인원으로 보면 98.1%, 대학 수로는 92%가 지방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수시 일반전형을 기준으로 전년도 정시 이월은 33명이었고, 특별전형까지 합하면 43명이었다. 전년도 입시와 견줘 2~3배 안팎 늘어난 셈이다.
'정시 이월'은 수시 전형에서 등록을 포기한 합격생의 빈 자리를 대학이 채우지 못했을 때 정시로 넘기는 제도다.
입시 현장에서는 서울 수도권, 지방 국립대, 지방 사립대 순으로 선호도에 따라 매겨진 성적 서열에 따라 합격자들이 상위 대학으로 이탈하는 '연쇄 이동'이 통설이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찾은 수험생들이 입학 상담을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4.12.31. [email protected]
의대 정시 이월이 늘었지만 '빅5'라 불리는 주요 의대 중에서는 울산대(2명)를 제외하고 정시 이월이 1명도 없었고 서울·수도권에 위치한 의대도 자리를 다 채웠다.
다만 SKY 자연계열의 정시 이월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는 점은 이런 문법에 딱 맞지는 않는다. 종로학원이 대학들의 최종 정시 이월을 집계해 보니 전년 대비 61명(32.3%) 줄어든 128명으로 되레 3분의 1이 감소한 것이다.
입시 서열이 의대-치대·약대·한의대-SKY 자연계열 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대 정시 이월 규모가 증원 전 '매머드급' 의대 1곳의 정원인 105명이라는 수치도 시사점이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너무 신기한 일"이라며 "(수험생들의) 성적대가 연속성이 없고 단층화 된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의대 지원 가능권과 SKY에 원서를 넣는 상위권 간의 성적 격차가 크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도 "지역인재 선발전형은 입학 가능 자원 자체가 적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SKY 자연계열 지원자와 의대 지원자의 풀(수험생 인적 구성) 자체가 겹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의대에 갈 수 있는 수험생은 전부 의대에만 원서를 넣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원서) 쓸 상위권은 1장이라도 더 의대를 썼고 내신 최상위권 학생들이 이공계보다 집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최창민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2천명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31. [email protected]
정시도 수능 성적 최상위권이 의대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쏠림'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입이 끝나면 지역인재 전형 모집단위가 컸던 의대에서 미충원 여석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역인재 전형은 고교 3년을 대학 소재지에서 모두 다녀야 지원할 수 있어 전국 단위 전형보다 지원 가능 인원이 적다.
입시 전문가들은 내년 6월께 대학들이 공시하게 될 합격 점수, 이른바 '70%컷(최종 등록자 100명 중 70등)'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임 대표는 "정시의 최종 미충원 규모는 전년도에 5개 의대에서 5명에 불과했는데 늘어날 수 있다"며 "의대 수시 합격선은 보통 내신 1.3등급이었다면 이번에는 2등급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관측했다.
모집인원이 늘어난 만큼 내년 의대 신입생의 자퇴 등 중도 이탈도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의대생들이 증원 정책에 반대해 집단 수업 거부에 나선 상황이라 '증원의 수혜자', '합격선 하위권'이라는 낙인이 찍혀 지방의대 재학을 꺼리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이 소장은 "의사인 학부모가 '올해 의대에 입학한 아이들은 낙인 효과가 있을 것이고 지방의대는 그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하며 지방의대는 안 보내고 싶다'고 했다"며 "서울로 올라오려는 자퇴생들이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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