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보다 슬픔이 앞선 새해" 인천서도 애도 물결
고사리 손의 헌화…제주항공 사고 희생자 추모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2025년 을사년 첫날인 1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 인천애뜰 잔디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헌화를 하고 있다. 2025.01.01. [email protected]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새해가 밝았지만 마냥 기쁘지는 못합니다."
2025년 을사년 첫날인 1일 오후 1시 30분께,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과는 거리가 먼 무거운 공기가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 인천애뜰 잔디광장에 깃들었다.
지난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인천시민은 국화를 내려놓은 뒤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였다.
짧은 묵념 후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어깨가 천천히 떨리기 시작했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이내 눈가를 타고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참아왔던 울음이 터져 나올 듯 숨을 고르던 그는 끝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주저앉듯 몸을 낮췄다. 가늘게 떨리는 손끝과 굳어버린 자세는 깊은 슬픔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분향소에 나란히 선 가족들 사이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의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
한 어린아이가 조심스레 고사리 손으로 흰 국화를 들고 희생자를 향해 헌화하는 모습은 주위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했다. 아이는 부모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숙이며 짧은 시간이지만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의 뜻을 전했다.
분향소에 모인 시민들은 새해를 맞이한 기쁨보다는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감정을 더 크게 드러냈다.
가족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오혜영(42·여) 씨는 "새해가 밝았지만 마냥 기쁘지는 못하다"며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고 말했다.
장유나(35·여) 씨는 두 아이와 남편의 손을 잡고 헌화를 마친 뒤 "이번 사고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난다"며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안타깝다. 부디 희생자분들이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613명의 시민이 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전날인 12월 31일에도 1268명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며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2025년 을사년 첫날인 1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 인천애뜰 잔디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인천 시민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2025.01.01. [email protected]
인천시는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애도기간 운영 방침에 따라 지난 30일 분향소를 설치했다. 시민들이 함께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신속히 마련한 것이다.
합동분향소는 지난달 30일부터 4일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되며, 사고 희생자 179명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으로 많은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지난달 29일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동체 비상착륙을 하려다 공항 시설물(콘크리트 구조물 기반 로컬라이저 안테나)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뒤 폭발했다.
기체가 산산조각 나며 불길에 휩싸여 모두 탔다. 12시간여 구조작업에도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다.
기체 후미 비상구 쪽에서 구조된 승무원 2명만이 생존,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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