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팩트체크]日 여자 컬링팀 감탄한 한국딸기는 일본품종?

등록 2018.03.08 17:40:05수정 2020.12.29 18:23:4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일본 품종 교배해 만든 딸기 맞지만

신품종 인정받고 저작권도 국내에

일본에 사전 허락 구하지 못했지만

신품종 육성 경우엔 법적 하자 없어

【강릉=AP】 2월 25일 오전 강원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딴 일본 대표팀이 손을 흔들고 있다. 좌측부터 후지사와 사츠키 , 요시다 치나미 , 모토하시 마리 , 요시다 유리카, 스즈키 유미.

【강릉=AP】 2월 25일 오전 강원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딴 일본 대표팀이 손을 흔들고 있다. 좌측부터 후지사와 사츠키 , 요시다 치나미 ,  모토하시 마리 , 요시다 유리카, 스즈키 유미.

【서울=뉴시스】김광원 기자 =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일본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가 한국 딸기 맛을 칭찬하자 일본 농림수산상이 “한국 딸기 뿌리는 일본 품종”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농림수산상의 예민한 반응으로 한국 딸기품종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사이토 겐 일본 농림수산상은 2일 국무회의 후 기자들에게 "선수들이 (하프타임때) 맛있는 일본산 딸기를 먹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먹은 딸기는 일본에서 유출된 품종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교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달 25일 일본 여자 컬링 대표팀 스즈키 유미는 동메달 시상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간식타임에 먹은 한국 딸기가 놀랄 정도로 맛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이토 농림수산상이 언급한 한국딸기는 설향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설향은 2015년 기준 국내 딸기 재배면적 81%를 차지하는 한국 대표 딸기품종이다.
사이토 겐(齊藤健) 일본 농림수산상

사이토 겐(齊藤健) 일본 농림수산상

‘한국 대표딸기’ 설향은 일본 농림수산상 주장대로 일본에서 유출된 품종으로 교배된 딸기일까.

먼저 설향은 국내에서 일본 딸기를 교배해 만든 품종이 맞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설향은 1998년 충남농업기술원 산하 논산딸기시험장에서 일본 품종인 장희(아키히메)와 레드펄(육보)을 교배시켜 2005년 등록한 품종이다.

교배에 사용된 장희와 레드펄은 90년대 후반 국내에 도입됐다. 농가에 보급된 두 품종은 2002년엔 국내 재배면적 중 90%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됐다. 당시 국산품종 딸기 재배면적은 약 1%에 불과했다.

[팩트체크]日 여자 컬링팀 감탄한 한국딸기는 일본품종?

국산 품종 육성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자 논산딸기시험장은 열매가 많이 열리는 장희와 병충해에 강한 레드펄을 교배해 신품종 육성에 나섰다. 1998년 인공교배에서 얻은 288개체를 대상으로 8년간 실생선발, 계통선발, 생산력 검정, 지역 적응시험을 거쳤다. 결국 2005년 설향이라는 이름으로 신품종 심의를 통과했고 2012년엔 국립종자원 품종보호등록을 마쳤다.

비록 일본 품종을 교배해 얻긴 했지만 설향은 한국 품종이다. 신품종으로 인정받기위해서는 기존 품종과 다른 구별성이 필수다. 설향은 어머니 품종인 장희와 비교해 줄기와 이파리 형태 차이가 뚜렷하며 흰가루병에 강한 특성이 있다. 국립종자원이 진행한 품종보호등록 때도 장희와 14개 특성에서 구별성을 인정받았다. 품종저작권 역시 충청남도가 가지고 있다.

이종 교배를 통해 우수한 유전형질을 조합하는 과정은 신품종 개발의 기초다. 일본 역시 19세기 말 미국·프랑스·영국을 통해 딸기가 도입됐다. 그중 1949년에 도입된 ‘다나’가 일본 전역에 보급되어 딸기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일본 딸기품종도 서양에서 들여온 종자를 바탕으로 육성된 셈이다.
【수원=뉴시스】강종민 기자 = 2012년 1월 3일 경기 수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딸기 포장에서 직원들이 달콤한 향과 맛을 가진 국산 품종 '설향'과 '매향'을 수확하고 있다.

【수원=뉴시스】강종민 기자 = 2012년 1월 3일 경기 수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딸기 포장에서 직원들이 달콤한 향과 맛을 가진 국산 품종 '설향'과 '매향'을 수확하고 있다.


하지만 품종 재산권 개념이 있는 오늘날엔 법적인 규정은 없더라도 품종육성 때 원 육성자의 허락을 구하는 것이 순서다.

아쉽게도 설향 육성당시엔 일본 측 육성자의 허락을 구하지 못했다. 당시 설향 육성에 참여한 관계자는 “시험장 설립 초창기이다보니 (종자를 수집할) 인력과 시간이 부족했고 종자를 쉽게 내어주는 나라도 없었기 때문에 농가에서 널리 재배하던 일본 품종에서 종자를 수집했다. 일본 측 육성자에게 정식으로 허가를 구하지 못했다“며 ”지금이었다면 체계를 밟아서 정식으로 종자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법적인 하자는 없다. 한국과 일본 모두 신품종을 육성하기 위한 경우엔 품종보호권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입장에서는 자국 품종을 교배해 만든 딸기가 한국에서 재배되는 것을 눈뜨고 지켜보게 된 셈이다.

◇‘효자’ 설향, 로열티 절감·생산량 증대 한번에  

한국은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에 가입했다. UPOV에 가입하면 외국에서 재배되는 한국 품종에 대한 로열티를 받고, 한국에서 재배되는 외국 품종엔 로열티를 줘야 한다. 일본은 딸기를 보호품종으로 지정하고 국내에서 재배 중인 일본 품종의 로열티를 요구했다.

2006년 딸기 로열티 협상 당시 일본 측은 매년 재배면적 300평당 5만원을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한국에서 생산한 일본품종 딸기를 11~4월 중에는 일본에 수출하지 않을 것도 요구했다.

2005년 국내 딸기 재배면적 7090ha 중 일본 품종 비율은 86%에 달했다. 예상되는 딸기 농가 로열티 부담액은 매년 30억 원 이상. 더구나 로열티를 지급해도 딸기 제철에 해당하는 반년동안 일본 수출이 막힐 상황이었다.

결국 일본 측의 무리한 요구로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정부는 2012년까지 딸기를 품종 보호 대상작물에서 제외시키는 고육책을 내놨다.

이때 설향이 등장했다. 재배가 쉽고 열매가 많이 열리는 설향은 보급 되자마자 전국적으로 재배가 이루어질 만큼 농가 선호도가 높았다. 2006년 8.6%였던 설향의 재배면적은 이듬해인 2007년엔 28.6%로 급증했고 2009년엔 51.8%, 2015년엔 81.3%까지 확대됐다. 반면 2005년 86%였던 일본 품종 재배면적은 2015년엔 7%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설향 덕분에 국내 딸기농가는 로열티 지급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 동시에 딸기 생산량도 크게 늘어 2002년 5700억 원 가량이던 국내 딸기 생산액도 이제 1조3000억 원에 이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