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해 낮춰야? 높여야?…'20% 법정최고금리' 어떻게[서민금융 진단②]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30일 서울 시내의 한 거리에 카드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반면 정치권에서는 서민들의 이자부담 경감과 불법사금융 근절 등을 이유로 법 최고금리를 인하하는 법안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를 올려야 서민들의 대출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과 이를 내려야 서민들의 금융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상반된 두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전대차 계약상 최고이자율은 '이자제한법'에 따라 연 25%로 규정되고 있다. 다만 여신금융기관과 등록 대부업의 최고이자율은 이자제한법 대신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는데 연 27.9%로 제한되고 있다.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은 모두 해당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에 의해 최고금리를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18년 2월 24%로 힌하된 데 이어 2021년 7월에는 20%까지 낮아졌다.
법정 최고금리는 금융기관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대출시장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다.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최저신용자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대신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받는 대부업에는 사실상의 가격상한제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대출금리를 20% 이상 받을 수 없어 수익성이 악화된 대부업체들이 대출규모를 줄임으로써 대부업 시장에서마저 금융취약계층이 소외되고 오히려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리고 이같은 우려는 최근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의 '2024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중개업자를 포함한 등록 대부업자는 2022년말 8818개에서 2023년 6월말 8771개, 2023년 12월말 8597개, 2024년 6월말 8437개로 1년 반 사이 381개(4.32%) 줄었다.
대부업 대출잔액도 급감했다. 전국 등록 대부업자 대출잔액은 2022년말 15조8678억원에서 2023년 6월말 14조5921억원, 2023년말 12조5146억원, 2024년 6월말 12조2105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며 이 기간 감소율이 23.05%(3조6573억원)에 달했다.
대부업체 이용자 수도 2022년말 98만9000명에서 2023년 6월말 84만8000명, 2023년 12월말 72만8000명, 2024년 6월말 71만4000명 등 지속적인 감소세에 있다.
대부업체는 기준금리 인상기에 자금 조달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연체율 증가로 대손비용도 함께 증가하는 등 영업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는 20%까지로 제한돼 부실 가능성이 높은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은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체의 영업규모 축소에 따라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취약계층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4일 서울시내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4.03.04. [email protected]
이에 따라 서민 급전창구로서의 대부업 시장 기능을 회복하고 불법사금융 피해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법정 최고금리는 조정되지 않아 대부업 시장 기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그동안 이어져 오던 법정 최고금리 인하기조는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대부업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법정 최고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조속하게 논의할 시점"이라고 한 바 있다.
다만 법정 최고금리가 인상되면 현재 최고금리 수준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의 금리 부담만 자극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대부업에서조차 배제된 최저신용자에게 대출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채 기존에 대부업을 이용하고 있는 중저신용자의 대출금리만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 결과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를 20%에서 18%로 2%포인트만 낮춰도 카드·캐피털·저축은행 등이 대출을 거부해 대부업으로 밀려나게 되는 차주가 약 65만9000명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나아가 정치권에서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정 최고금리를 15%로 낮추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법률상 최고금리 한도를 10~22.5%로 제한하는 다수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는데 이번 국회에서도 비슷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 금리가 10~17%인 점을 감안할 때 법정 최고금리 인하시 대부업법 뿐만 아니라 2금융권 대출 위축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법정 최고금리를 둘러싼 상반된 시각이 대립하는 가운데 법령으로 최고금리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시장금리와 연동해 탄력적으로 조정하자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른바 시장 연동형 금리상한제인데 현재처럼 일률적으로 최고금리 상한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같은 지표를 정하고 그에 맞춰 법정 최고금리가 자동적으로 조절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KDI도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하면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 배제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며 "조달금리 상승 폭만큼 법정 최고금리가 오르면 배제되는 취약차주 대부분에게 대출 공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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