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둔덕' 조성, 누가 언제 어떻게…책임 논란 커져
2007년 개항 때 둔덕 내 콘크리트 기둥 세워
작년 콘크리트 상판까지 올려 더 단단해져
국토부 관리·항공청 승인 두고 책임론 거세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ARAIB)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방위각 표시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조사하고 있다. 2025.01.03. [email protected]
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문제의 콘크리트 둔덕이 2007년 개항 때부터 이미 파손성(frangibility)을 갖추지 못했는지, 지난해 30cm 두께 콘크리트 상판을 덧댄 개량공사가 결정적이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항공사고철도조사위원회(사조위)는 현장조사를 비롯해 블랙박스, 관제기록, 탑재용 항공일지 등 다각도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고 당시 조종사가 조류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사실을 관제탑에 고지한 점, 착륙 때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점 때문에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 가능성까지 다 열어놓고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한 역대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데에는 활주로 끝단에서 251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로컬라이저 지지 콘크리트 둔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로컬라이저는 여객기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안테나의 일종이다.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에 설치된 설비는 2m 높이의 흙으로 덮인 콘크리트 둔덕 위에 지어졌다.
이번과 같은 이·착륙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내외 규정상 활주로 인근 일정 거리 안쪽을 종단안전구역을 설정하고 비행기와 충돌했을 때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시설물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는 당초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둔덕이 규정에 맞게 지어졌다"고 주장했으나 다시 입장을 보류했다. 평시 정밀접근활주로인 무안공항의 경우 종단안전구역 설정 기준이 첫 장애물인 로컬라이저 둔덕을 포함한다는 해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해당 콘크리트 둔덕이 규정에 맞게 지어졌는지 규정 관계와 전문가 의견, 해외사례를 살펴 다시 조만간 입장을 내기로 했다.
콘크리트 둔덕의 설치가 규정에 맞는지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이에 따라 책임소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정 위반이라면 누가 언제 어떻게 시설물을 설치했는지 여부가 중요해진다.
국토부는 무안공항이 최초 개항 때부터 로컬라이저 설치 흙 둔덕 아래에 콘크리트 기둥 10여 개가 들어있었다고 밝힌 상태다. 국토부는 공항이 최초 설계 당시 구조물 시공 경위도 파악하고 있다.
[무안=뉴시스] 류형근 기자 = 지난해 12월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미국합동조사단이 로컬라이저(착륙유도시설) 둔덕에 올라 조사를 하고 있다. 2024.01.03. [email protected]
지난해에는 내구연한 및 안전성 강화를 이유로 콘크리트 기둥 위에 30㎝ 두께의 콘크리트 상판을 올려 더 단단해졌다. 한국공항공사는 용역 발주서에 로컬라이저 지지대를 보강할 때 파손성을 고려해 설계하도록 명시했지만 정반대로 설계 또는 시공이 이뤄진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개량공사를 설계한 A사가 여수공항의 콘크리트 둔덕 설계에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항공안전 관련 규정을 비롯해 공항시설 관리·감독을 총괄하는 국토부, 개량공사 승인을 내준 부산지방항공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해당 발주서 내용에 대해 "한국공항공사에 문의한 결과 개량 공사 설계 용역 발주 시에 둔덕 윗부분 장비 안테나 등 설계 시 부러지기 쉽도록 고려한 취지였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조위 한·미 합동조사단은 지난해 12월31일 무안공항 현장조사 첫날 콘크리트 둔덕 위부터 올라 현장을 살피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 역시 전날 무안공항과 부산지방항공청,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에 대해 동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관들은 항공기 운행·정비·시설과 관련된 전자 기록·서류 일체를 확보하고 수사 과정에서 책임자가 가려지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수사 경과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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