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좋아할 그림이라? 김원숙 '그림자 드로잉'
화가 김원숙(59)이 5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1976년 첫 개인전 이래 63번째다. 브론즈로 만든 드로잉 조각으로 인해 흰 벽면에 생기는 그림자를 작품으로 하는 '그림자 드로잉' 시리즈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집' 시리즈와 '일상의 신화', '숲 속의 정경'까지 모두 4가지 테마로 이뤄진 전시다.
드로잉은 모든 작품을 시작할 때 머릿속의 생각이나 이미지들을 종이에 내려놓는 첫걸음이다. 김씨는 쉽고 무심하게 생각되는 드로잉을 무겁고 잘 생각해야하며 힘들게 만들어지는 브론즈 드로잉으로 재탄생시켰다.
작업의 밑그림이 되기에 어떻게 보면 주인공은 아닌, 그러나 솔직하고 신선한 드로잉의 느낌을 좀 과장해서라도 단단히 걸어놓고 싶어서 만든 브론즈 드로잉 작업을 통해 작가는 '그림자'를 횡재했다. 조명의 방향에 따라서 움직이기도 하고 브론즈의 형태를 따라 춤을 추기도 하다가 빛이 사라지는 순간 그림자도 이내 없어져버린다.
'일상의 신화'는 일상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를 개인의 신화를 만들어내듯 그린 그림이다. 슈만의 피아노곡 '숲 속의 정경'을 듣고 느낀 숲의 기운을 표현한 이 시리즈는 춤추는 요정들이 어우러져 음악을 그려내는 그림들이다.
네 개 시리즈 모두에 '이야기'라는 요소가 흐른다. 일리노이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어느 교수는 그녀가 낙서처럼 그린 그림을 보고 "이런 그림, 너의 이야기가 가장 너 다운 작업"이라고 조언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 스스로 내면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소소한 일상의 개인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하면서도 보는 이에게 따뜻한 위안과 공감을 전한다.
작가는 현대미술이 관객과 괴리된 현실을 짚고 넘어간다. "현대미술이 도도해졌고 이해하기 힘드니까 관객들은 아예 접근을 안 하게 됐어요. 거대하고 전위적인 조형물을 전시해놓고 위용을 뽐내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도 많죠. 흔히 제 작품을 두고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이라고 하더군요. 비꼬는 뉘앙스가 없다고는 못하죠. 하지만 그런 말이 나쁘지는 않아요. 여성들이 좋아하는 그림이라고 꼭 비하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계속해서 기분좋은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그릴겁니다."
6월 내내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 02-2287-3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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