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여자가 좋아할 그림이라? 김원숙 '그림자 드로잉'

등록 2012.06.01 06:44:00수정 2016.12.28 00:45:1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즉흥적이고 가벼운 드로잉을 무거운 성질의 브론즈로 만들었죠. 그 사이에 그림자라는 요술쟁이가 끼어들었어요. 그런데 이 그림자가 주인공이 됐어요. 불을 끄면 사라져버리는 도깨비같은 존재지요."  화가 김원숙(59)이 5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ashley85@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즉흥적이고 가벼운 드로잉을 무거운 성질의 브론즈로 만들었죠. 그 사이에 그림자라는 요술쟁이가 끼어들었어요. 그런데 이 그림자가 주인공이 됐어요. 불을 끄면 사라져버리는 도깨비같은 존재지요."

 화가 김원숙(59)이 5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1976년 첫 개인전 이래 63번째다. 브론즈로 만든 드로잉 조각으로 인해 흰 벽면에 생기는 그림자를 작품으로 하는 '그림자 드로잉' 시리즈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집' 시리즈와 '일상의 신화', '숲 속의 정경'까지 모두 4가지 테마로 이뤄진 전시다.

 드로잉은 모든 작품을 시작할 때 머릿속의 생각이나 이미지들을 종이에 내려놓는 첫걸음이다. 김씨는 쉽고 무심하게 생각되는 드로잉을 무겁고 잘 생각해야하며 힘들게 만들어지는 브론즈 드로잉으로 재탄생시켰다.

 작업의 밑그림이 되기에 어떻게 보면 주인공은 아닌, 그러나 솔직하고 신선한 드로잉의 느낌을 좀 과장해서라도 단단히 걸어놓고 싶어서 만든 브론즈 드로잉 작업을 통해 작가는 '그림자'를 횡재했다. 조명의 방향에 따라서 움직이기도 하고 브론즈의 형태를 따라 춤을 추기도 하다가 빛이 사라지는 순간 그림자도 이내 없어져버린다.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즉흥적이고 가벼운 드로잉을 무거운 성질의 브론즈로 만들었죠. 그 사이에 그림자라는 요술쟁이가 끼어들었어요. 그런데 이 그림자가 주인공이 됐어요. 불을 끄면 사라져버리는 도깨비같은 존재지요."  화가 김원숙(59)이 5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ashley85@newsis.com

 '집' 시리즈는 작가가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그려온 '집' 그림들이다. 그림을 집 모양의 캔버스 안에 가두는 것이다. "집이라는 메타포를 항상 즐겨 써요. 무슨 생각이나 이미지든 집이라는 테두리 속에 그려 넣으면 나만의 소유가 되고 나의 우주가 되죠. 꼭 주머니 안에 집어넣은 느낌입니다."

 '일상의 신화'는 일상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를 개인의 신화를 만들어내듯 그린 그림이다. 슈만의 피아노곡 '숲 속의 정경'을 듣고 느낀 숲의 기운을 표현한 이 시리즈는 춤추는 요정들이 어우러져 음악을 그려내는 그림들이다.

 네 개 시리즈 모두에 '이야기'라는 요소가 흐른다. 일리노이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어느 교수는 그녀가 낙서처럼 그린 그림을 보고 "이런 그림, 너의 이야기가 가장 너 다운 작업"이라고 조언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 스스로 내면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소소한 일상의 개인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하면서도 보는 이에게 따뜻한 위안과 공감을 전한다.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즉흥적이고 가벼운 드로잉을 무거운 성질의 브론즈로 만들었죠. 그 사이에 그림자라는 요술쟁이가 끼어들었어요. 그런데 이 그림자가 주인공이 됐어요. 불을 끄면 사라져버리는 도깨비같은 존재지요."  화가 김원숙(59)이 5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ashley85@newsis.com

 "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물론 내 안에도 어두움이나 아픈 과거는 있지만 굳이 그것을 끄집어내 표현해서 관객들에게 괴로움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요. 관객들이 이야기가 있고 기분좋은 내 그림을 걸어놓고 기뻐하는 것이 좋죠."

 작가는 현대미술이 관객과 괴리된 현실을 짚고 넘어간다. "현대미술이 도도해졌고 이해하기 힘드니까 관객들은 아예 접근을 안 하게 됐어요. 거대하고 전위적인 조형물을 전시해놓고 위용을 뽐내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도 많죠. 흔히 제 작품을 두고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이라고 하더군요. 비꼬는 뉘앙스가 없다고는 못하죠. 하지만 그런 말이 나쁘지는 않아요. 여성들이 좋아하는 그림이라고 꼭 비하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계속해서 기분좋은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그릴겁니다."

 6월 내내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 02-2287-3591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