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로 미얀마 마약산업 급성장…악명 되찾나"
[서울=뉴시스]동남아시아 미얀마의 악명 높은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합성 마약들이 압수됐다고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18일 밝혔다. 사진은 관련 기사와 사진. <사진 출처 : UNODC 웹사이트> 2020.5.19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미얀마 군사 쿠데타 이후 경제·안보 위기로 불법 마약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고 닛케이 아시아가 28일 보도했다.
제레미 더글라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 동남아시아 지역 책임자는 닛케이 아시아에 "(미얀마에서) 마약 생산과 인신매매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미얀마 샨주와 태국, 라오스 접경 지대를 아우르는 '황금의 삼각지대(Golden Triangle)'는 유명한 아편 생산지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양귀비 재배는 감소하고 필로폰(methamphetamine) 같은 합성 마약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고 닛케이 아시아는 전했다. 특히 합성 마약 '야바'가 태국과 방글라데시에서 인기가 많다고 했다.
UNDOC 예비자료에 따르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아편 생산량은 2011~2020년 50% 감소했다. 반면 같은기간 필로폰 생산은 640% 증가했다. 특히 필로폰 생산이 집중된 메콩강 하류 지역에서 압수량은 지난해 175t으로 전년 대비 40% 가량 늘었다.
미얀마는 중국이 지난 2013~2014년 자국내 필로폰 산업을 단속하면서 주요 합성마약 생산국이 됐다. UNDOC는 미얀마를 태국과 라오스, 중국, 일본, 호주 등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필로폰 주요 공급원으로 보고 있고 세계 최대 필로폰 공급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얀마는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주요 펜타닐 공급원이었지만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지난 2019년 펜타닐 생산을 금지한 바 있다.
미얀마 카르텔은 인도나 중국에서 들여왔던 마약 원료 물질(drug precursors)도 자체 생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규제 성분을 이용해 원료 물질을 만들면 국제 규제 체제를 우회할 수 있다고 닛케이 아시아는 전했다.
국제위기그룹 미얀마 수석 고문인 리처드 호시는 "미얀마 마약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번창했고 경제가 다시 개방되고 규제가 해제되면 마약 수요 증가에 맞춰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마약 생산과 밀매가 증가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호시는 "최근에 대규모 압수가 있었지만 이는 거의 일상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합성 마약 생산은 비밀리에 이뤄지고 아무도 모르게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혼란에 빠진 미얀마 현실은 마약 생산이 증가하기 이상적인 상황이 됐다.
반다 펠바브-브라운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쿠데타 이후 경제 혼란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는 많은 사람이 합법 경제에서 기회를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람들이 불법 경제로 내몰릴 수 있다"고 했다.
미얀마에서는 최근 미얀마에서 대량의 마약이 계속 밀반출되고 있다. 태국은 이달 들어 2차례 대규모 야바 단속을 벌였고 호주에서도 한차례 대규모 필로폰 단속에 나섰다. 방글라데시는 국경을 넘어오는 마약을 정기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반면 미얀마에서는 정보 집계가 멈춰 정확한 마약 산업 규모를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얀마 경찰은 쿠데타 이후인 지난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한 마약 압수 현황 발표를 중단했다. 유엔도 미얀마 군부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쿠데타로 경제는 퇴보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미얀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 개발계획은 오는 2022년까지 인구 절반이 빈곤 속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도 점쳤다.
안보도 악화되고 있다. 군부는 시위대에 맞서 통제력을 유지하고자 미얀마 전역에서 유혈진압을 이어가고 있다. 닛케이 아시아는 법과 질서의 붕괴는 마약 밀매업자들의 활동을 용이하게 한다고 했다. 호시는 "카르텔이 기반을 굳히고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했다.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마약에 오랫동안 관여해왔다. 미얀마 군부와 전투가 격화되면 군비 마련을 위해 마약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호시는 "그들은 수익원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불법 행위를 의미하고 그중 일부는 마약"이라고 했다.
닛케이 아시아는 미얀마 군부의 전선이 확대되면서 불법 마약산업과 싸울 자원이 줄어들고 정권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대가로 소수민족 반군의 불법 경제 활동을 허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시는 "군부가 휴전협정 성사를 위해 소수민족 무장단체에 약간의 양보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군부는 지난 1988년 민주화항쟁 이후에도 유사한 행보를 했고 최근에도 동맹 체결을 조건으로 중국 범죄단체와 카지노 도시를 운영하던 소수민족 반군 카렌 국경경비대(KBGF)에 대한 단속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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