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백년전 나미비아 식민지 학살을 '제노사이드'로 스스로 인정
5년 협상 거쳐 인프라 지원 형식의 1.4조원 보상금 합의
【비엘룬=AP/뉴시스】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폴란드 중부도시 비엘룬에서 2차 세계대전 80주년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독일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 또다시 용서를 구했다. 2019.09.01
28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이 같은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마스 장관은 내달 나미비아를 방문해 합의서에 서명하며 양국 의회가 이를 비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나미비아에 가서 직접 사죄를 표명할 것이라고 독일 언론은 말하고 있다.
한반도의 4배 크기인 나미비아는 나미브 등 사막이 대부분인 황량한 지역으로 1884년부터 1915년 독일이 식민지로 지배했다. 1904년 원주민인 헤레로족과 나마족이 독립 투쟁에 나서자 당시 군사행정 총독인 로타르 폰 트로타 장군은 헤레로족을 전원 몰살해 없애버리라고 명령했다.
훗날 역사가들은 4년 동안 6만5000명의 헤레로족이 살해되고 나마족도 1만 명 이상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마스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독일의 역사적 그리고 윤리적 책임감을 깨달으며 우리는 나미비아와 희생자 후손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5년 간 관련 협상을 진행했던 독일의 장관은 이어 "우리의 목적은 희생자를 기억하면서 진실한 화해에 이르는 공동의 길을 찾는 것"이라면서 "거기에는 독일 식민지 지배 시절의 사건들에 이름을 붙이는 것, 특히 1904년부터 1908년 사이의 잔학 행위에 완곡어법을 물리치고 가차없이 이름을 붙이는 것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마스 장관은 "지난 그 시절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우리는 지금의 전망과 잣대로 이제 공식적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우리는 제노사이드라고 부른다"라고 말했다.
종족 멸절을 위한 집단대학살의 제노사이드는 터키가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절 1차 대전 때인 1915년 식민지 아르메니아 인 150만 명을 죽인 것이 현대의 첫 사례로 여겨져왔다. 이 사건을 제노사이드로 부르느냐를 두고 터키와 서방 여러나라가 대립해왔다. 2000년 이후 프랑스 등이 나치의 600만 유대인 학살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면 형사처벌한 것과 비슷하게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를 역사적 사실로 인정했다. 미국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자세를 취했다.
독일의 나미비아 제노사이드는 아르메니아 학살보다 일찍 자행되었지만 국제사회가 관심을 덜 둔 '잊혀진 제노사이드'였다. 국제사회의 지적에 앞서 가해자인 독일이 스스로 앞장서 문제를 제기했다. 2004년 여성 개발장관이 나미비아를 방문해 사죄와 함게 "오늘날 시각에서 제노사이드로 분류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독일과 나미비아는 공식 협상을 시작했다.
독일은 1차 대전 때 나미비아를 영국령 남아공에게 넘겼으며 남아공은 나미비아에서도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를 실시하다 1990년 독립에 동의했다.
나미비아 인구는 260만 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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