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 참사 이어 아파트 외벽 붕괴도 HDC…안전불감 '도마'
지난해 6월 철거건물 붕괴, 이번엔 신축 아파트 '와르르'
둘 다 재개발 지역, 현대산업개발 안전불감증 비판 직면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1일 오후 3시 47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고층아파트 신축 현장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1명이 경상을 입었고, 무너져 내린 건축물 잔해물에 주변 주·정차 차량 10여대가 깔렸다.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참사의 참혹한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같은 업체가, 같은 브랜드로 진행한 초고층 신축 아파트 외벽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부실 공사와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46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HDC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 내 건물 1개 동 23~34층 외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최소한 1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또 건축 잔해에 주변 주·정차 차량 10여 대가 깔렸다. 설상가상으로 무너진 잔해가 전신주를 덮치면서 이 일대 전기공급이 한동안 차단돼 인근 주민들이 추위에 떨었다.
공사 현장에서는 수 개월 전부터 상층부 합판이 떨어지고, 공사장에서 빠져나오던 대형 화물차에 행인이 치일 뻔 하는 등 안전사고 위험성이 늘 도사리고 있었고, 관련 주민 민원도 끊이질 않았다. 직간접 민원만 수 백건에 일부는 행정 처분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사고 현장에서는 영하권에 눈이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안전상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12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4구역 참사 현장에 추모객이 놓아둔 꽃다발이있다[email protected]
해당 사업의 시공사는 국내 굴지의 주택건설업체인 HDC 현대산업개발로, 공교롭게도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 참사와 같은 원청업체다.
학동 참사가 발생한 것은 지난 6월9일. 재개발 4구역 철거 현장에서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승강장에 정차중인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9명이 고귀한 목숨을 잃었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수사 결과 건물 해체 과정에서 수평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공사가 붕괴 원인으로 밝혀졌고, 이면에 숨어 있던 총체적 안전 관리 부실과 재개발 사업 비리 복마전도 속속 그 실체를 드러냈다.
참사 관련 직·간접적 책임이 드러난 형사 입건자는 3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붕괴사고의 직접 책임이 확인된 원청·하청 2곳(한솔·다원이앤씨)의 현장소장, 굴착기 기사(백솔 대표), 감리자 등 5명은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근본 배경으로 꼽히는 불법 재하도급 계약·입찰 담합에 부당 관여한 브로커 4명도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엔 현장소장에게 별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외벽 붕괴현장 인근 한 주민은 "학동 참사 이후 같은 브랜드 공사현장이어서 내심 불안불안했는데, 걱정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며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낱낱이 파헤쳐 더 이상은 이같은 부실사고가 재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외벽 붕괴사고가 난 아파트는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상태여서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광주지역 초고층 아파트 시대를 연 이 아파트는 지하 4층~지상 39층 8개동 아파트 705가구, 오피스텔 142실, 총 847가구 규모다. 청약결과 평균 경쟁률 67.58대 1를 기록했다.
2019년 6월 당첨자 발표 당시 공개된 평(3.3㎡)당 분양가 또한 1631만원에 달해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논란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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