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1·잠실진주, 공사비 갈등에 일정 지연…'제2 둔촌주공' 우려
[공사비 갈등]②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일정연기에 조합장 해임
잠실 진주아파트 조합, 공사비 인상 총회서 부결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시공 사업단과 공사비 관련 극한 대치 중인 가운데 은행들과도 이주비대출 금리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정비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조합과 대출 은행들은 26일 총 2조1000억원의 대출 연장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7000억원의 사업비 대출과 1조4000억원 규모의 이주비 대출이다. 사진은 26일 오전 공사가 중단된 지 10일이 넘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2022.04.26. [email protected]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조합은 지난 15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 감사, 상근이사, 이사 등을 해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최고 25층, 28개동, 총 2451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짓는 대조1구역은 당초 지난해 5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8월께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분양이 6개월째 밀리면서 사업비와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조합 내에서 조합장 부정선거 의혹 등을 둘러싸고 소송전이 계속되면서 일반분양이 미뤄지고, 1800억원 상당의 공사비 지급이 계속 밀리자 결국 올해부터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조합 내에서는 이에 집행부 전원을 해임하고 조합원 10% 동의를 확보해 새 조합장을 선출할 전망이다. 그러나 새 집행부 선임을 위해서는 최대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해 일정은 또다시 밀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 역시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진주아파트 조합은 지난해 12월 임시총회를 열고 총공사비를 기존 7947억원에서 1조4492억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조합원 과반수 반대로 부결됐다.
총 2678가구 규모 신축단지를 짓는 해당 사업지는 사업계획대로였으면 지난해 분양을 진행하고 오는 2025년 상반기 중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공사비 인상·공사일정 연장 갈등으로 분양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해당 사업지는 이미 한 차례 공사가 중단된 바 있어 이번 공사비 갈등의 여파는 더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잠실진주아파트는 2015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2019년 거주민들의 이주를 완료하고 2020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철거와 착공이 진행됐다. 그러나 2021년 재건축 사업 부지에서 백제 주거지 흔적이 발견돼 공사가 일시 중단됐고, 1년간의 협의 끝에 가까스로 공사를 재개했지만 이번엔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노원구 최대의 정비사업지로 꼽히던 '상계주공5단지'에서는 추가분담금에 대한 부담으로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들은 지난해 재건축 예상 공사비를 바탕으로 분담금을 추산한 결과 84㎡ 재건축 아파트를 받으려면 분담금이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를 추진했다. 이는 최근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인 5억원대와 동일한 가격이었다.
이에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들은 지난해 11월 전체 회의를 열어 시공사인 GS건설과의 시공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하고, 정비사업위원회 위원장·위원에 대한 해임안건도 통과시켰다. 이에 GS건설은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시행사와 정비사업위원장을 상대로 6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자재값 인상 및 고금리 상황으로 인해 전국 어느 사업장이든 공사비가 실시간으로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부터 새로운 시공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찾더라도 전보다 공사비를 더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공사비 문제로 사업 기간이 늘어나면 분양가 산정, 입주자모집공고 등 모든 일반분양 일정도 연기되고, 이는 결국 전체 공급량 감소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분양 물량은 지난해보다 8753가구 줄어든 5만9850가구로,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갈등 해결을 위해 관계 기관과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대로라면 계약당사자들간의 합의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지만 향후 체결되는 정비사업의 공사계약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1·10 대책 중 '지자체 도시분쟁조정위의 조정에 확정판결과 동일한 재판상 화해효력을 부여하는 것'이 있는데, 이 부분은 소송 및 분쟁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 역시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기에 한계는 분명히 있겠지만, 지자체의 유도 등으로 표준공사계약서를 사용하는 정비사업장이 하나둘 늘어나면 추후 실무적으로 정착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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