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뒤 벌어진 일…"안 아픈데가 없네" 몸 곳곳 '경고음'[비만약 열풍①]
'위고비'·'젭바운드'로 비만약 신드롬
비만 유병률 2배↑…세계 건강 위협
고혈압 2.5~4배·당뇨 5~13배 위험↑
'비만은 질병이다' 국민 인식 높아져
[AP/뉴시스] 비만은 단순히 체중 증가 문제를 넘어 심각한 건강위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 AP 세계보건기구 자료사진)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일론 머스크의 비만약으로 유명한 '위고비'를 개발한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2023년 9월 시가총액이 4280억 달러(약 620조원)를 돌파하며 최대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비만치료제 '젭바운드'(마운자로) 개발 후 글로벌 제약사 시총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23년 말 기준 약 5242억 달러(약 760조원)였던 이 회사 시총은 작년 12월 약 7288억 달러(약 1059조원)로 뛰었다.
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비만치료제 신드롬'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덴마크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끌어올리게 할 정도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기존보다 크게 업그레이드 된 약 효능 때문 뿐 아니라 비만이 단순히 체중 증가 문제를 넘어 심각한 건강위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방조직의 비정상적인 축적을 수반하는 비만은 21세기 들어 전 세계 보건학적 문제로 대두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1990년 이후 비만 유병률이 2배 가까이 증가했고, 2022년 기준 세계 성인의 43%가 과체중이다. 국내 역시 2022년 성인 비만 유병률이 약 37%에 달하면서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
비만은 건강의 적인 동시에 경제의 적이다. 작년 3월 대한비만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를 보면, 2017~2021년 5년간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의료비, 간병비, 교통비, 생산성손실액, 생산성저하액, 조기 사망에 따른 미래소득 손실액)은 연평균 7% 증가했다. 2021년에는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약 16조원에 달했다.
비만하면 고혈압 2.5~4배·당뇨 5~13배 발생 위험 높아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비만한 사람은 비만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관상동맥질환 1.5~2배, 고혈압 2.5~4배, 당뇨병 5~13배 발생 위험이 높다. 나아가 심근경색 및 뇌졸중 등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질병의 발생 위험 역시 높인다. 비만하면 대사적 이상이 없더라도 비만 그 자체로 인해 합병증이 동반되는 것이다.
이는 비만이 있는 경우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잘 못 만들게 해서다. 세포 숫자도 점차 줄어든다. 지방세포에서 인슐린 작용을 억제하는 물질들이 분비돼 인슐린이 있어도 잘 작용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 상태로 만들게 되므로 당뇨병을 부른다.
또 혈액 속에 지방이 많아지고, 지방세포에서는 나쁜 물질이 나와 혈관 손상을 일으켜 동맥경화증을 가속화시킨다. 비만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50% 높일 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과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50% 높일 수 있다. 비만도가 증가할수록 고혈압 빈도도 증가해 정상체중에 비해 고혈압이 동반될 위험이 남녀 각 2.5배, 4배 높아진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던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작용제가 비만약 위고비 등으로 재탄생한 건 이런 연관성에서 기인한다. 위고비가 비만 환자의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줄이는 데 쓸 수 있도록 추가 승인된 것도, 젭바운드 임상 3상 결과 심부전 위험을 줄인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
'비만은 질병' 인식 높아져…"비만 관리로 동반질환도 개선"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가 지난해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만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79%)이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했다. 단순한 체중 증가 문제가 아니라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치는 질병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10여년 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사회적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비만 관리를 통해 다른 동반질환을 예방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는 인식도 높았다. 응답자의 90%가 비만 관리로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동반질환을 예방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큐비아 이강복 상무는 '비만 인식과 치료의 새로운 지평' 보고서에서 "비만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전문가의 도움 필요성을 인지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인식 변화는 비만 치료에 대한 관심과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치료 환경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비만 치료 환경은 새로운 치료제 등장으로 변화 시기를 맞았다"며 "고도 비만과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에 대한 치료제 급여기준을 완화하는 등 패러다임 변화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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