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인솔교사 유죄라니…안전장치 없는 현장체험학습 중단해야"

춘천지법, 담임교사에 금고6개월, 집유 2년 선고

"교사들이 현장학습 지도하며 교직 걸어야 하나"

"현장학습 중단 후 교육부·국회 대책 마련해야"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전교조가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가 없는 현장체험학습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5.03.18. [e-mail]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최근 강원도 속초 및 울산 현장체험학습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와 관련해 교사 개인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을 두고 "교사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 없는 현장체험학습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5년 2월 11일 춘천지방법원은 속초 현장체험학습 인솔 교사인 담임 교사에게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교조는 "교사를 보호해야 할 교육 당국과 관리자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교사 개인이 홀로 책임지도록 방관해왔다"며 "이러한 현실은 교사의 교육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의욕을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장체험학습은 교사가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 없는 공간에서, 교사가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큰 위험에 노출돼 있고, 안전사고에서 교사와 학생을 보호할 안전장치는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에게 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는 현장체험학습을 포함한 학교안전사고에 대해 학생과 교사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긴급하게 마련하고, 법적·제도적 안전장치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교사에게 강요하지 않도록 모든 학교에 안내해야 한다"며 "또한 개정된 학교안전법의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는 교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도 더 이상 이러한 현실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학교안전법을 개정해 교육활동 중 사고 발생 시 교사에 대한 소송을 기관이 대리하고,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과실에 의한 사고에 대해서는 교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이날 현장에서 "학교 현장체험학습을 뒤흔드는 역사적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그 역사적 판결의 부정적 영향이 너무나도 크고 아프다"며 "현장체험학습 지도를 하며 교직을 걸어야 하냐. 23명의 학생을 1명의 인솔교사가 뒤를 잘 돌아보며 주의를 기울이면 사고가 나지 않는단 말이냐. 너무나 가혹한 판결에 현장교사들은 비통하고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이한섭 전교조 정책실장은 "현장체험학습 상황에서는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고, 교사들은 현장체험활동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홀로 감당해왔다"며 "춘천지방법원의 판결은 사실상 교직을 떠나라는 판결이다. 더 이상 교사들은 현장체험활동에서 발생하는 예측불가능한 사고에 대한 위험을 감당하면서까지 현장체험활동을 진행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최고종 전교조 강원지부장은 "지금 교사는 현장체험학습에 두려움을 먼저 느낀다. 큰 사고가 나면 중과실을 피할 수 없고, 교직을 떠나야만 할 수도 있다"며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선의만으로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할 수는 없다. 당분간은 학교 밖 현장체험학습이 아니라, 꼭 필요하다면 학교 안에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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