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도입, 유가 큰 폭 등락할 수 있어"
러시아 보복 여부에 따라 유가 향방 달라질 듯
"러시아 반발 어려워…유가 하방 압력 작용할 수 있어"
"러시아 보복시 유가 큰 폭 등락할 수 있어"
[칸스 시티(미 텍사스주)=AP/뉴시스]지난 2020년 4월8일 미 텍사스주 칸스 시티 인근의 석유 시추 장비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 OPEC+가 5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국제 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세계 경제에 대한 원유 공급을 하루 10만 배럴씩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2022.9.5
한국은행은 23일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제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상한제 가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나 시장에서는 러시아의 정치적 유인에 따른 감산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G7은 러시아의 원유판매 수입이 우크라이나 전쟁 재원으로 사용되는 것을 제한하는 동시에 글로벌 원유공급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러시아산(産) 원유 가격상한제 도입을 발표했다.
가격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12월 5일 이후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의 해상운송은 상한가격 이하로 구매한 경우만 실질적으로 가능해진다. 이를 어길 경우 해상운송 선적, 화물 등에 대한 해상보험(영국을 비롯한 G7 비중이 90%) 가입이 거부된다. 상한가격 수준은 러시아의 시장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현재 시장가격과 러시아의 생산비용의 중간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G7와 EU의 가격상한제 도입 발표 직후 러시아는 원유감산 및 가격상한제 참여국에 대해 원유수출을 금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이 조치 실행 이후 전개 방향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미국 등 G7은 최근 유럽 가스공급 중단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매출이 줄어든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러시아가 원유생산을 포기하기 어려워 가격상한제를 수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러시아 정부예산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 수출로 충당되고 있고 최근 전쟁이 장기화되고 천연가스 매출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원유수출 중단시 정부재정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의 8월 석유 및 가스 수입은 전월대비 13% 감소해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인도·터키로의 평균 수출량은 4월 이후 200만 배럴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어 한계치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 원유(우랄유)는 이미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어 가격상한제 도입이 러시아의 큰 반발을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9월 기준 우랄유 가격은 배럴당 68 달러로 브렌트유(배럴당 91 달러)보다 23 달러 가량 낮다.
[루브민(독일)=AP/뉴시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지난 2월15일 독일 북부 루브민의 '노르트 스트림 2'의 가스관 모습.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가 2일 미국과 동맹국 재무장관들의 러시아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적용 논의를 앞두고 러시아는 가격상한제를 적용하려는 국가들에 석유를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마켓츠 인사이더가 보도했다. 2022.9.2
반면 불안한 국제 원유시장 수급여건과 그동안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로 확보한 재정여력 등으로 러시아가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원유 수출시장에서의 러시아의 높은 비중(2021년 8.3%)과 최근 불안한 원유공급 상황을 고려할 때 원유시장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증대된 상황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 사우디 등 산유국협의체 OPEC플러스(OPEC+) 회원국 간 긴밀한 관계를 고려할 때 OPEC+와 감산 공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러시아의 영향력은 크게 높아질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가 그간 축적한 막대한 예비기금과 외환보유고 등을 통해 에너지매출 감소를 일정 기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석유·가스 수입으로 운용되는 예비기금 국부펀드인 국가복지기금(NWF) 잔액은 8월말 현재 11조 9000억 루블(러시아 GDP의 9%)이며 이는 지금까지의 전쟁 비용(10조1320억 루블)과 맞먹는 크기다.
최근 러시아산 원유 상한제 가격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그동안 에너지와 식량을 정치경제적 수단으로 사용해 온 러시아의 행보를 고려할 때 러시아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감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강영관 한은 국제종합팀 차장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의 향방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면서 가격상한제는 OPEC+의 추가 감산 여부 및 유럽의 겨울철 날씨 등과 더불어 향후 유가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원유 수출량 감소 등 러시아의 보복 여부에 따라 국제유가가 큰 폭의 등락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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