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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조직문화 '빨간불'…"치열한 경쟁·평가원칙 부재가 초래"

등록 2021.05.31 15: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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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이해진(왼쪽)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카카오 김범수 의장(오른쪽)

▲네이버 이해진(왼쪽)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카카오 김범수 의장(오른쪽)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고액 연봉과 탄탄한 복지·가파른 성장성·수평적인 기업문화로 구직자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려왔던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최근 인사(人事) 관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직장내 괴롭힘 사건과 성과평가로 인한 갈등 등이 잇따라 표면화되면서 조직 문화에 경고등이 켜졌다.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한 데 따른 조직관리 능력 부족, 개인에 초점을 맞춘 서구화된 성과평가 체계로의 전환, 사회적으로 공정한 성과 평가와 분배에 대한 원칙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심각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IT 업계에 따르면 40대 네이버 직원 A 씨가 지난 25일 오후 1시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옆 화단에 쓰러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A씨는 긴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당일 숨을 거뒀다.

A 씨는 유서를 따로 남기지 않았으나 경찰은 자택에서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메모 형식의 글을 자택에서 발견했다.

이에 네이버 노조는 지난 28일 입장문을 통해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이 생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명백한 업무상 재해다"고 발표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같은 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경영진은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경찰 조사와 별개로 외부기관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받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내부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 2월 '회사가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음에도 성과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산정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에 한성숙 대표는 물론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까지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연신 역대급 실적 고공행진을 하는 카카오도 사내 분위기가 흉흉한 것은 마찬가지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여민수(오른쪽) 카카오 대표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호텔 그리니치홀에서 열린 인터넷기업 현장소통 간담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19.11.13.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여민수(오른쪽) 카카오 대표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호텔 그리니치홀에서 열린 인터넷기업 현장소통 간담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19.11.13. [email protected]

카카오는 지난 2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소속 직원의 유서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오자 이를 계기로 카카오의 인사평가제와 보상 등에 대한 임직원 불만 글이 잇따랐다.

이달에는 일부 직원들에게 고급 호텔 숙박권을 지급하는 혜택을 두고도 한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은 "모든 직원이 동등하게 회사의 복리후생 시설을 누려야 한다고 명시한 원칙에 위배되는 선별적 복지"라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카카오 인사팀은 기존의 휴양시설 복지제도를 축소하거나 선별적으로 적용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번아웃이 우려되는 임직원에게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호텔 숙박권을 제공하는 단발성 포상제도라고 해명하며 사태는 마무리됐다.
 
이러한 양사의 잇따른 내홍의 원인은 다양하게 꼽힌다. 

우선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두 기업이 갑작스럽게 대기업 수준으로 커지면서 조직 관리에 구멍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에는 공격적으로 개발자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지만 외형적 확장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본사 사옥의 사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산발적으로 흩어져 일하고 있는 물리적인 한계로 리더들이 일찍부터 조직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코로나로 인해 장기간 재택근무까지 하게 되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네이버·카카오 조직문화 '빨간불'…"치열한 경쟁·평가원칙 부재가 초래"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아무리 비대면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고 하지만 조직 구성원이 여러 건물에 흩어져 일하다 보면 일부 조직원의 일탈 행위를 통제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라며 "조만간 통합 사옥이 완공돼 입주하면 사람 통제 및 조직 관리를 좀더 원활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는 올해 완공되는 제2 사옥 입주를 앞두고 있다. 카카오는 통으로 임차한 판교알파돔 건물에 내년 5월부터 카카오 판교 오피스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모두 입주시킬 계획이다.

전 산업계에 이뤄지는 디지털 전환을 양사가 주도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사내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나눠야할 성과물이 많아진 것이 사내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존 재벌 대기업과 차별화된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갖고 있는 두 회사에서 내부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자 노조를 통해 갈등이 여과 없이 대외로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네이버, 카카오뿐 아니라 최근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과평가 방식이 팀 단위보다는 개인 비중이 높아지는 등 빠르게 서구화됨에 따라 직원들이 받는 경쟁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밖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공정성과 성과 평가, 분배에 대한 합의된 원칙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한국의 역사적 배경도 갈등을 촉발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한국 사회는 개인 성과를 평가해 보상에 차별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기면서도 그럴 경우 조직 전체 사기가 저하되는 문화적 특성이 있다"며 "비교적 젊은이들의 비중이 높아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강한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에도 아직 이러한 공정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음에 따라 혼란을 느끼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더 많이 성과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 노조를 통해 불만을 적극 표출하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이어 유 교수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이 조직원의 성과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어느 기업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성장통을 극심하게 겪고 있는데, 사회 곳곳에서 공정성 시비가 잇따른 것에서 보다시피 기업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정한 성과 평가와 분배 원칙을 타협해 찾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제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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