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준씨 월북 판단 근거 '軍자산'…공개 시 자산 노출· 비밀주의 부작용 우려
미군 정찰기 등 활용해 감청했을 가능성
777사령부 등이 각종 첩보 종합해 분석
구체 내용 공개되면 북한 주파수 바꿔
김정일 양치질 논란으로 정보원 숙청
정보 공유·공개기준 명확히 설정해야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의 유가족을 면담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선대본 제공) 2022.01.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사건이 기록된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록물이 공개될 경우 군이 이씨 월북을 추정하게 한 정보 자산들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방부와 군은 2020년 9월 서해 해상에서 사건이 발생할 당시 여러 첩보를 종합한 뒤 이씨가 스스로 월북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과정에서 각종 첩보 자산이 동원됐지만 국방부와 군은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그간 이미 공개됐던 자료를 토대로 어떤 자산이 활용됐을지 추정할 수 있다.
한미 연합군은 남북 접경 지역에서 나오는 암호화된 통신과 전파를 잡아내 분석하는 첩보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군 정찰기가 대표적이다. 미군 통신 감청 정찰기인 RC-135V/W 리벳조인트는 550㎞ 범위 안에서 전자·통신정보를 탐지한다.
[목포=뉴시스] 류형근 기자 = 피격 실종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이 승선해 있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사고 일주일여만인 27일 오후 전남 목포시 전용부두로 입항하고 있다. 2020.09.27. [email protected]
한국군이 운용하는 신호 정보 수집기인 '백두'는 휴전선 인근을 포함한 북한 전역에서 발신되는 전자정보를 수집한다. 이스라엘제 헤론 정찰기도 서북도서에서 북한 움직임을 감시한다.
영상 촬영에 특화된 정찰기들도 있다. 고고도 전략 정찰기 U-2S 드래건 레이디는 휴전선 인근 15~20㎞ 고도에서 150㎞ 떨어져 있는 북한 지역 사진을 찍는다. E-8C 조인트 스타스는 300㎞ 떨어진 상공에서 지상 표적 600여개를 동시에 감시한다. 한국군 RC-800G 금강 정찰기는 최대 180㎞까지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최신예 고고도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 호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호크는 20㎞ 상공에서 지상 30㎝ 크기 물체를 식별해 사진을 찍는다.
정찰위성은 더 강력하다. 키 홀(Key Hole, 열쇠 구멍)로 불리는 미군 첩보 위성은 적외선 탐지기를 갖추고 있으며 북한 내 지상 10㎝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 라크로스 합성개구 레이더 위성(SAR), 적외선 탐지 조기 경보위성, 우주기반 적외선 탐지 체계 등 미군 자산이 북한 전 지역을 감시하고 있다.
탈북자 네트워크나 북·중 접경지역을 오가는 소식통 등 사람을 이용해 얻는 북한 내부도 있다. 이를 휴민트(HUMINT·인간정보)라고 부른다. 기술 발달로 휴민트가 정보 분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지만 휴민트는 기술력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북한 속사정을 파악하는 데 필요하다.
[연평도=뉴시스] 최진석 기자 = 피격 공무원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6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귀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09.26. [email protected]
777사령부는 북한 속사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진호 전 합동참모의장이 발간한 자서전 '군인 김진호'에 따르면 한국군은 북한군 내부를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자서전에서 북한군 교신 내용을 근거로 1999년 6월15일 발생한 제1차 연평해전 때 북한군 사상자가 130여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NSA(미국 국가안보국) 내부 자료에서도 한국군 첩보 능력이 드러났다. 스노든에 따르면 2006년 기준 한국군 첩보 인력은 3100명 수준이었다. NSA의 한국 지부인 서슬락(SUSLAK)에는 777사령부 요원과 주한미군이 함께 근무하며 수집된 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한다.
스노든 폭로에 따르면 NSA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한국 내 감청 기지는 22곳이다. 지상 고정 시설, 이동식 시설은 물론 해상과 공중에서 운용하는 장비도 있다. 첩보 기지는 서북도서에서 동해안에 이르는 접경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정보 자산 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북한에 노출될 때다.
[연평도=뉴시스] 최진석 기자 = 피격 실종 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해양경찰이 2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해상조사를 하고 있다. 2020.09.25. [email protected]
국방부와 군은 민감한 첩보 사항들을 임의로 가공하거나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은 임무 수행에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 SI 첩보 사항을 유출하는 것은 한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어떤 정보 자산으로 어떤 정보를 수집했는지 북측에 고스란히 알려주는 격이기 때문이다.
SI가 유출되면 북한은 통신 주파수를 바꿔버리거나 해당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이 사용하는 새로운 주파수를 찾는데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북한은 감청을 피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해왔다. 북한은 광케이블 유선 통신망을 평양과 전연지대 사이에 가설해 활용했다. 또 무선 교신의 경우 주파수 대역과 암호 체계를 지속적으로 바꾸는가 하면 역정보를 흘려 한미 정보당국에 혼선을 일으키려 한다.
SI 첩보 수집 방식이 노출되면 정작 파악해야할 북한 고급 정보를 놓칠 수 있다.
[연평도=뉴시스] 최진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군은 경계태세 강화 시지가 내려진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해안경계를 하고 있다. 장병들 위로 보이는 바다가 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이 피격된 북한 황해남도 옹진군 등산곶 해안이다. 2020.09.25. [email protected]
그 결과 한국 정부는 2011년 12월19일 김정일 위원장 사망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정보 당국은 당일 낮 12시 북한 발표에 나오기 전까지 파악하지 못해 비판이 일었다. 당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김정일 사망 사실을 북한 조선중앙TV 방송을 통한 발표 전까지 모르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15년에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미국산 세스나 경비행기를 이용하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세스나 탑승을 중지했다. 당시 군 정보 당국은 김 위원장의 세스나 이용을 특수정보로 파악하고 김 위원장 동선 파악에 활용했지만 이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다만 지나치게 비밀주의를 유지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거나 명백한 실수를 했을 때도 정보 자산 보호를 이유로 실체를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이씨 사건과 같은 논란이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대북 첩보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거나 공개하는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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