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마크롱의 막중한 임무…이란 핵협정·자유무역 수호
23일 도착 후 트럼프 부부와 만찬…다음날 정상회담
마크롱 "트럼프 플랜B 없으면 이란 핵협정 유지해야"
【다보스=AP/뉴시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8.01.25
워싱턴포스트(WP)는 마크롱 대통령의 미 방문으로 이란 핵협정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크롱 대통령은 워싱턴 방문에 앞선 2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핵협정을 지킬 의사를 밝혔다. 그는 "핵협정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기로 결정하는 상황에 대한 '플랜B’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더 나은 선택지가 없는 한 미국은 핵협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2015년 핵무기 개발 금지와 경제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러시아와 핵협정을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를 '나쁜 협상'이라며 개정안을 내놓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경고했다. 다음달 12일로 핵협정 갱신 여부 결정 시한을 앞뒀다.
협정 당사국인 프랑스와 영국, 독일은 이를 막기 위해 핵협정 파기로 이어지는 개정이 아닌 후속 협정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는 일몰 조항의 기한 연장, 이란 핵 실험 검증 규정 강화,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험 및 개발 제한 등의 내용이 포함된 안이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주요 의제는 다음달 1일 만료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한시 면제 조치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WP에 "이번 방문을 중국의 경제 확장에 대한 통일 서방 전선을 세울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9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모든 상대와 전쟁을 하는 것은 너무 복잡하다"며 "중국에도, 유럽에도 무역 전쟁을 벌이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미국)은 동맹국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동맹국"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는 한편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공동 대응 전선 구축, 대테러 전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 방문 전 인터뷰 매체로 폭스뉴스를 선택한 것은 유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의 애청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폭스뉴스에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이 모두 정치적 이단아로서 매우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유대감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둘 모두 아마도 양쪽 시스템의 '이단아'(maverick)"라며 "우리는 기존 정치 체계의 일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같은 가치, 특히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미국이 세계 평화를 위해 오늘날 매우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마크롱은 트럼프의 친구가 아니다"며 "이 모든 것들이 '브로맨스’나 '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마크롱은 다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과 프랑스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23일 오후 미국에 도착하는 마크롱 부부는 이날 저녁 트럼프 부부와 함께 초대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저택이 있는 마운트버넌으로 이동해 저녁 식사를 한다. 이튿날인 24일 아침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1대1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마지막날인 25일에는 의회 연설 후 알링턴 국립묘지 방문, 조지워싱턴 대학 학생들과의 만남에 이어 기자회견이 예정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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