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부모에 매달 100만원 받고도 가혹행위 한 팀닥터
"미국 의사면허 있다" 거짓말…운동처방사 2급 자격증만
몸관리 명목으로 최 선수에게서 총 1500만원 받아 챙겨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에 불참…행방 여전히 오리무중
'극한 상황 몰고 가 스스로 죽게 만들 수 있다' 동료 증언도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의 유족은 고인의 사망 후 고인이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모욕 및 폭행을 당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 최숙현 선수의 유골함. (사진=고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2020.07.02. [email protected]
팀닥터는 의사나 물리치료사 면허가 없는 운동처방사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6일 경주시체육회에 따르면 체육회는 팀닥터에 대한 법률 검토를 거친 뒤 조만간(오는 8일이나 9일) 수사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다.
◇팀닥터 "미국 의사 면허 있다?" 거짓말에 매달 돈 받기도
최 선수 가혹행위 중심에 있는 팀닥터는 의사나 물리치료사도 아닌 운동처방사 2급 자격증만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일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는 의사가 아닐 뿐 아니라 의료와 관련된 다른 면허나 자격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팀닥터는 운동 경기에서 선수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을 지칭한다. 하지만 경주시청 팀닥터는 의사 면허는 물론 물리치료사 등 다른 자격도 없다.
의협은 "의사가 아닌 사람을 팀닥터로 호칭하는 체육계의 관행이 근본적인 잘못이다"며 "이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도 잘못이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의 유족은 고인의 사망 후 고인이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모욕 및 폭행을 당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사진=고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2020.07.02. [email protected]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팀닥터는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이 없고 선수가 전지훈련 등을 할 때 개별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며 일시 고용한 사람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선수의 가혹행위를 주도한 팀닥터는 "자신이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의사"라고 선수단 등에 거짓말을 했다.
또 팀닥터는 선수단 부모들로 부터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선수의 아버지는 "(팀닥터) 본인도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의사라) 하고 주위 분들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그래서 자신과 동료선수 부모 모두) 그렇게 알고 있었다"며 "선수 몸 관리 비용으로 한 달에 100만원씩 팀닥터 앞으로 입금했다"고 말했다.
최 선수와 유족 명의 통장에서 팀닥터에게 이체한 금액은 1500여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팀닥터는 선수 부모로부터 월급 명목으로 돈을 받으면서도 가혹행위를 한 셈이다.
특히 팀닥터는 경주시청 A감독과 고향 선후배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팀 내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7.06. [email protected]
◇최 선수, 뉴질랜드 전지훈련 후 '매우 힘들었다'
최 선수가 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녹취록에는 팀닥터의 폭행 및 폭언 등의 가혹행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팀 닥터는 최 선수에게 "이빨 깨물어 이리와 뒤로 돌아", "나한테 두 번 맞았지? 너는 매일 맞아야 돼", "선생님들 마음을 이해 못 해. 욕먹어 그냥 안했으면 욕먹어" 등의 말을 하며 20분 넘게 폭행했다.
최 선수는 자신을 때리는 팀 닥터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 과정에서 팀 닥터는 최 선수에게 "감독님하고 나는 기본적으로 널 좋아한다. 이건 체중의 문제가 아니다. 너가 선생님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게 문제다"라며 폭행을 이어 갔다.
팀닥터는 최 선수에게 "나가. 내일부터 니 뭐 꿍한 표정보였다하면 니는 가만 안둔다. 알았어? 니는 일요일까지 먹을 자격이 없다"고도 폭언했다.
팀닥터는 최 선수 및 다른 선수들을 폭행하는 과정에서 감독과 함께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의 유족은 고인의 사망 후 고인이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모욕 및 폭행을 당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사진=고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2020.07.02. [email protected]
특히 최 선수는 뉴질랜드 원정 훈련을 다녀올 때마다 정신적으로나 심적으로 더욱 힘들어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최 선수는 원정 훈련 후 수개월 간 운동을 쉰 적도 있었다.
최 선수 아버지는 "숙현이가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다녀 올 때마다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특히 팀닥터는 "스스로 숨지게 만들 수 있다"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선수의 아버지는 "팀닥터가 우리 숙현이 심리치료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다른 남자 동료들한테 팀닥터가 '쟤는 내가 심리치료를 해서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 애가 스스로 죽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을) 들은 동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부산의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최 선수는 올해 경주시청을 떠나 부산시체육회에 입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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