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판사 "성폭행 11분은 너무 짧다" 감경…시민들 분노
"특정 신호 보냈다"며 피해자 책임 묻기도
시민들 항의 시위…정치권도 비난 목소리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스위스 한 판사가 성폭행 범행 시간이 너무 짧다며 항소심에서 형을 감경해 공분을 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온라인 매체 '20분'은 최근 스위스 바젤 항소법원이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A(32)씨에게 징역 4년3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으로 감경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스위스 바젤에서 친구 B씨(17)와 함께 한 3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클럽에서 만난 이 여성을 쫓아가 집 앞에서 성폭행을 저질렀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4년3개월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을 맡은 판사는 "스위스 형법 맥락에서 볼 때 보통 수준의 잘못"이라며 징역 3년으로 감경했다.
이 판사는 특히 "성폭행이 11분밖에 지속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짧았다"며, 피해 여성이 영구적인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경 요인으로 거론했다.
여성이 "불장난을 했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기도 했다. 클럽에서 다른 남성과 신체 접촉을 해 남성들에게 '특정 신호'를 보냈다고도 했다.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분노하며 항의에 나섰다. 시민 500여명은 지난 주말 바젤 항소법원 앞에 모여 "11분은 11분이다. 너무 길다"며 판결을 규탄했다.
시민들은 "짧은 성폭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법 체계가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피해 여성 측 변호인도 "법원 판단에 충격 받았다"며 "피해자에게 부분적으로 책임을 돌리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론야 얀센 바젤 젊은사회민주당 대표는 "이번 평결은 여성들의 성범죄 신고를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며 "합의된 관계와 강간을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우 스위스국민당에서도 "도대체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 거냐", "피해 여성이 평생 받을 고통에 비해 형량이 너무 짧다"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바젤 검찰과 피해자 측은 수주 내 판결문이 나오는 즉시 검토에 착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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