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세대의 몰락, 톱시드 벨기에의 충격 탈락
아자르 형제와 루카쿠·더브라위너 앞세우고도 조 3위
팀 분위기부터 뒤숭숭…서로에게 책임 미루는 모습도
[알라이얀=AP/뉴시스] 벨기에 선수들이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F조 마지막 경기에서 득점없이 비기고 조 3위로 16강 진출 실패가 확정된 뒤 실망스러워하고 있다. 2022.12.02.
[서울=뉴시스]박상현 기자 = 한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까지 올랐던 벨기에가 탈락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톱시드를 제외하고 벨기에가 이번 월드컵에서 유일하게 16강에 오르지 못한 톱시드 팀이 됐다.
벨기에는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F조 마지막 경기에서 득점없이 비기면서 1승 1무 1패, 승점 4에 그쳤다. 벨기에는 2승 1무(승점 7)의 모로코와 1승 2무(승점 5)의 크로아티아에 밀려 조 3위가 되면서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무려 24년만에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벨기에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에 이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32년만에 4강까지 진출했다. 벨기에는 러시아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 두 대회 동안 벨기에를 지탱해왔던 벨기에의 황금세대는 2022년 대회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이번 대회 3경기에서 캐나다를 상대로 1-0으로 이겼을 뿐 나머지 2경기에서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벨기에는 3경기가 보장된 월드컵 체제에서 처음으로 1골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벨기에는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16강에 오르지 못한 사실상 유일한 톱시드 팀이 됐다. 카타르도 톱시드지만 FIFA 랭킹이 아닌 개최국 자격으로 받은 것이기에 실력으로 톱시드를 따낸 팀 가운데에서는 유일하다. 다른 톱 시드 팀인 브라질, 프랑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포르투갈은 모두 16강 진출을 확정했고 E조의 스페인은 아직 1승 1무이긴 하지만 일본전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16강 진출이 유력하다.
벨기에가 이처럼 힘을 쓰지 못한 것은 나이의 영향도 없진 않다. 그러나 아직 30대 초반의 선수들인데다가 각자 소속팀에서 에이스급이기 때문에 단순히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한 경기력 저하라고는 보기 어렵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와해된 조직력이라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팀 분위기 자체가 뒤숭숭했다. 케빈 더브라위너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기에 너무 늙었다"는 말은 내뱉으며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모로코전 0-2 패배 이후 얀 베르통언은 "공격진들의 나이가 너무 많아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고 책임을 공격수들에게 돌렸다.
여기에 라커룸에서 선수들끼리 논쟁을 벌였다는 뒷얘기가 나왔다.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와 더브라위너가 사생활 문제로 서로 대회도 나누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어색하다는 소식도 나왔다. 쿠르투아가 진화에 나섰지만 팀 분위기는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또 일부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도 눈에 보였다. 에당 아자르는 이미 전성기의 몸상태도 유지하지 못한채 '계륵'이 됐고 첼시에서 불만만 터뜨리다가 이탈리아 세리에A로 돌아간 로멜로 루카쿠 역시 선발 공격수로 활약하기에 무리였을 정도로 컨디션이 나빴다. 루카쿠는 크로아티아전에서 두 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등 날카로운 모습이 아니었다.
벨기에의 황금세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의 등장도 거의 없었다. 제레미 도쿠가 각광을 받았지만 경기에 나선 대부분 주전들은 브라질 대회, 러시아 대회에 이어 유사했다. 벨기에는 세대교체도 실패한채 러시아 대회 독일에 이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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