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조류 충돌 하나가 아닐 것" 가디언
전문가 인용해 보도…복합적 오류 가능성에 무게
"다중 조작장치 있어 기체 랜딩기어 작동했어야"
"순풍 타고 착륙했을 수도…답보다 의문이 많아"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의 잔해와 동체 착륙의 흔적이 남아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가디언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을 두고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하나만으로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30일(현지시각) 복수의 전문가를 인용해 참사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된 조류 충돌을 비롯해 또 다른 요소가 결합한 복합적 오류라는 판단을 내놨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에서 항공우주설계를 강의하는 소냐 브라운 박사는 조류 충돌은 현대에 너무 빈번한 일이기 때문에 기체가 이를 고려해 설계돼 있다며 "조류 충돌만으로는 탑승자가 생존 가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박사는 "특히 한 쪽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기체에는) 여전히 충분한 동력이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본 것과 같은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보잉 737과 모든 상업용 여객기에는 (기본 제어장치가) 고장 나더라도 기본적으로 중력으로 작동하는 유압체계 없이도 랜딩기어를 펼칠 수 있는 다중장치가 있다. 랜딩기어는 여전히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들은 두 개의 독립적인 유압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조류 충돌로 인해 독립적인 두 유압계통이 모두 고장 날 가능성은 아주 낮다"라며 "이 사건에는 더 많은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기본적으로 기체는 많은 양력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인 날개 플랩, 슬랫, 스포일러 등 비행제어체계도 다중장치를 채용하고 있다. 그 때문에 기본 제어장치가 제 기능을 못 해도 조종사가 다른 방법으로 이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뉴시스] 국토교통부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 기체가 활주로의 3분의 1 지점에 착지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항공기는 무안공항 관제탑으로부터 29일 오전 8시54분 착륙허가를 받고, 8시57분 새 떼를 주의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이후 2분이 더 지난 8시59분에 기장은 메이데이(긴급구난신호)를 선언했고 9시3분 항공기가 외벽을 충돌하며 사고가 발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더그 드루리 호주 센트럴퀸즐랜드대 항공학과 교수도 조류 충돌만이 참사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는 데에 동의했다.
비행 경험이 풍부한 드루리 교수는 "한 엔진에서 새가 충돌한다고 해서 모든 체계가 완전히 고장 나는 것은 아니다. 보잉737 기종은 한쪽 엔진만으로도 비행할 수 있다"라면서 "동체착륙을 하려면 실속속도(失速速度) 정도로 속도를 줄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비행기는 엄청난 에너지를 내며 활주로로 미끄러지듯 내려왔다"고 짚었다.
그는 "비행기는 활주로 역방향으로 착륙했다. 이는 기체가 순풍을 타고 착륙했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비행기는 일반적으로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이 같은 바람을 거슬러 착륙한다"며 "왜 그렇게 빨리 갔겠나. 현재로서는 답보다는 의문이 더 많다"고 진단했다.
사고 직후 가장 조명 받은 가설은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에 동력을 공급하는 엔진이 고장 나 위험한 동체착륙을 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조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무안공항에 설치된 콘크리트가 포함된 둔덕 형태로 설치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는 사고 원인을 규명할 블랙박스와 항공일지를 수거한 상태다.
[무안=뉴시스] 류형근 기자 = 2024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특수전사령부 전문재난구조부대 대원들이 유류품 등 수색 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와 위로의 편지가 놓여 있다. 2024.12.31. [email protected]
태국 수도 방콕에서 출발해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도착 예정이었던 제주항공 7C2216편은 29일 오전 9시3분께 공항 착륙 도중 랜딩기어를 펼치지 못하고 활주로를 이탈, 공항 외벽과 충돌했다. 여객기는 충돌 직후 산산조각 난 뒤 화염에 휩싸였다.
국토부는 사고 직전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주의보 교신을 한 지 얼마 안 돼 조종사가 '메이데이(긴급구난신호)'를 선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메이데이 선언 직후 복행(재착륙을 위해 다시 떠오르는 것)하지 않고 당초 착륙 방향이 아닌 19방향(반대 방향)으로 착륙하려다 활주로를 지나 담벼락까지 충돌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사고 기체는 미국 보잉사가 제작한 보잉737-800 모델이다. 189좌석을 갖춘 737-8AS로 2009년 8월 제작됐다. 15년 기령으로 비교적 신형에 속한다.
사고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 승무원 6명 등 모두 181명이 탑승했다. 태국인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탑승객 전원이 한국인으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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