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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자마자 달려왔다" 무안공항 합동분향소 조문행렬

등록 2025.01.01 12:41:25수정 2025.01.01 14: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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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통 잘 알기에" 세월호가족협, 신년행사 뒤 조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조문객 행렬 150여m '장사진'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 줄 지어 대기하고 있다.(공동취재) 2025.01.01 photo@newsis.com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 줄 지어 대기하고 있다.(공동취재) 2025.01.01 [email protected]

[무안=뉴시스]변재훈 기자 =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곁에 함께 있어주기 위해 왔어요."

새해 첫날인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새해 첫 해가 떠오른 직후인 오전 8시부터 분향소, 공항 청사 앞 2번 출구, 청사 밖 승하차장 끝 지점을 잇는 약 150m 구간에는 두 줄로 조문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광주·전남 곳곳 시도민, 일출을 보러 왔다가 들른 전국 각지의 시민, 봉사·구호단체 관계자, 사고 수습 당국 관계자까지 비극적인 참사에 애도 뜻을 더했다.

오전 내내 끊임 없이 밀려드는 조문객에 자원봉사자들은 20m 간격으로 '분향소 질서 유지해주세요' 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섰다. 조문 인파를 향해 "두 줄로 서주세요", "차분히 들어가세요", "양보해주세요"를 외치기도 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소속 세월호 유족 30명도 노란 패딩점퍼 차림으로 저마다 국화를 들고 분향소 앞에 섰다.
 
아침 일찍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새해맞이 희생자 상차림을 마친 세월호 유족들은 누구보다도 가족 잃은 이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고자 곧장 무안공항으로 왔다.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분향소에서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공동취재) 2025.01.01. photo@newsis.com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분향소에서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공동취재) 2025.01.01. [email protected]

장동원 세월호참사가족협 총괄팀장은 "대형 참사를 우리도 겪어 봤고 그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유족 곁에 함께 있어주고 싶었다. 올해로 11년째를 맞는 세월호부터 3년 전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변한 게 없다. 누구나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공감·연대의 뜻을 전했다.

이어 "감당할 수 없고 예기치 않은 참사를 맞은 피해자들이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요구는 일단 수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단원고 세월호 2학년8반 故안주현 학생의 어머니 김정해씨는 제단에 빼곡하게 들어찬 위패를 바라보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간신히 입을 뗀 김씨는 "우리 아이들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을 존중하고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니 유족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며 울먹였다.



새해 벽두부터 전국 각지에서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끓어오르는 슬픔을 주체하기 버거워 보였다.

가족여행을 다녀왔다가 함께 세상을 떠나 나란히 서 있는 희생자 영정을 바라보던 추모객들은 고개를 떨구거나 입으로 손을 막고 터져나오는 울음을 애써 참았다.

한 중년여성은 위패에 담긴 희생자 이름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추념했다. 한 30대 남성은 붉어진 눈시울을 애써 감추려 허공을 잠시 응시하기도 했다.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서로 감싸 안고 일출을 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5.01.01. photo@newsis.com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서로 감싸 안고 일출을 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5.01.01. [email protected]

새벽 일찍 대전에서 출발해 2시간 남짓 달려 분향소를 찾은 김중현(57)씨는 "성탄절·연말 연휴를 맞아 가족여행을 떠난 희생자가 많았다는 이야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가족과 함께 하며 즐거워야 할 연말연시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일평생 고통스러울 끔찍한 비극이 벌어져 정말 남 일 같지 않았다"고 했다.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사고 지점과 가까운 곳에 분향 장소를 마련해달라" 유족의 요청에 따라 전날 오후 문을 열었다.

앞서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동체 비상착륙을 하려다 공항시설물(콘크리트 구조물 기반 로컬라이저 안테나)을 정면충돌한 뒤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다. 기체 후미 비상구 쪽에서 구조된 승무원 2명만이 생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참사는 1993년 7월26일 아시아나기 해남 추락 사고(66명 사망·44명 부상)보다도 사상자가 많아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인명피해가 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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