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보이는 사고 현장서 떡국 올린 유가족들…갈대밭 너머 통곡 이어져
참사 나흘째인 1일 유가족들 사고 현장 방문
떡국·귤에 헌화도…유가족·추모객 슬픔 잠겨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2025 을사년 첫 날인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2025.01.01. [email protected]
[무안=뉴시스] 오정우 류형근 이신의 기자 = "OO야…아빠가…미안하다"
1일 오전 11시50분께 검게 그을린 여객기 기체만이 덩그러니 놓인 사고 현장 앞. 비명에 가까운 통곡이 갈대밭 사이로 울려퍼졌다.
같은 곳에서 두 번의 절을 마친 뒤 한 손으로 무릎을 짚은 채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고령의 여성도, 마지막 절을 10초간 올린 뒤 하늘을 바라보며 흐느끼는 중년의 여성도, 안경을 벗고 울음을 토해내는 '상주' 남성도. 여전히 지난해 12월29일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나흘째 되는 이날 오전 11시께 유가족들이 처음으로 사고 현장에 방문했다. 당초 희생자 수습과 수사 등의 이유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으나 유가족 대표단이 정부와 협의한 데 따른 것이다.
박한신 대표는 이날 오전 9시께 무안공항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전 11시부터 한 희생자당 가족 (구성원) 최대 4명으로 제한해 사고 현장 바로 앞까지 갈 수 있게 조치해놨다"며 "떡국과 귤 등 간단한 상차림과 국화를 준비했다. 절을 드리고 싶으신 분들은 절을 올리면 된다"고 밝혔다.
오전 11시께. 사고 현장 출발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오자 유족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우리 OO이 보러 가자" "여기 서야 돼" 라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객기 잔해 앞에 무릎을 꿇은 유족들은 그간 간신히 눌러왔던 울음을 토해냈다.
'비나이다'와 같은 자세로 합장을 하다가 울음을 참지 못하거나, 연신 손을 저으며 오열해 자녀들이 간신히 부축하는 장면도 보였다.
대기열에 있을 때 울지 않던 유가족들도 절을 올리자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기체를 손으로 가리키며 순서를 기다리던 한 여성은 합장을 하다가 양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눈물을 흘렸고, 발을 동동 구르며 우는 중년의 여성도 있었다. 버스 주변에는 이에 대비한 듯 구급차와 들것이 곳곳에 배치돼있었다.
유가족뿐만 아니라 추모객들도 사고 현장 인근에서 함께 슬픔에 빠졌다.
버스가 유족들을 태우고 공항과 사고 현장을 오가는 사이, 사고 현장 인근으로 발걸음을 옮긴 추모객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절을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추모의 의미로 술과 음식을 놓기도 했다.
이러한 장면은 총 16대의 버스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한편, 전날 오후 7시께부터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무안공항 청사 1층 2번 게이트 쪽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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