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운면 피서리는 '공항 예견된 안식처'…자연·문명의 충돌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주원인 조류충돌 지목
무안군 망운면 피서리 '공항 적지 예견지명'
조류활동 면밀하게 관찰해 비행충돌 막아야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항공기 엔진 폭발이 지목되는 가운데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떼가 날고 있다. 2024.12.29.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자연과 문명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사상 최악의 항공참사로 기록되고 있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주원인이 조류와의 충돌로 지목되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의 행정명은 전남 무안군 망운면 피서리로 공항이 들어설 수 있는 편안한 고장이라는 예견이 있던 지명이다.
무안(務安), 망운(望雲)은 안락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구름을 조망할 수 있는 마을이라는 해석이 있다. 망운면은 연간 안개가 끼는 날이 적어 일제 강점기부터 비행기 활주로로 이용돼 왔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두 차례의 간척사업에 이어 1970년대 말부터 1980년 초까지 창포만 바다가 매립되면서 광활한 육지가 생성됐다. 간척지에는 54홀 규모의 골프장과 120만평의 담수호인 창포호가 조성됐다.
창포호와 함께 간척지에는 벼농사를 위한 드넓은 논이 들어서 야생조류가 먹이활동을 하기 좋은 서식 환경이 됐고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해 왔다.
간척사업 이면에는 바다 갯벌 파괴가 자리하고 있다. 이후 자연과 문명의 충돌은 시작했다.
1999년 무안국제공항 건설사업이 시작하면서 망운면 피서리 일대는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됐다. 망운면 피서리와 목서리 일원 256만7000㎡의 부지에 폭 45m, 길이 2.8㎞의 활주로, 9면의 계류장 9만692㎡, 주차장 6만6990㎡가 2007년 11월 완공돼 개항했다. 인천국제공항의 보조공항으로 환황해시대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한다는 부푼 희망의 메시지도 담았다.
행정당국은 8년여 간의 대역사가 진행됐다고 했고, 그만큼 야산과 구릉의 자연환경은 본래 형체를 잃었다. 사람은 물론 야생동물도 터전을 잃고 떠나야 했다. 대역사가 쓰인 만큼 자연과 사람이 치러야 할 대가는 혹독했다.
참혹한 사고가 발생한 현실과 달리 무안국제공항이 들어선 피서리(皮西里) 마을은 혼잡한 세상을 피할 수 있다는 '피세(避世)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조선 중기 국정이 혼란하고 민심이 소란해 뜻있는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듯 철새 등 야생동물도 피서리 인근 간척지에 둥지를 틀었다.
공항이 들어서고 여객기는 물론 훈련용 경비행기가 상시 운항하면서 하늘길을 이용하는 비행체와 조류의 충돌은 불가피해졌다.
가창오리 등 일부 야생조류가 야행성이라 해질 무렵부터 이른 오전까지 군무를 이뤄 이동하기 때문에 같은 시간대 여객기와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
한국공항공사 집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8월 말까지 무안국제공항에서는 10건의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조기석 한국멸종위기야생동식물보호협회 무안지회장은 "제주항공 여객기가 조류와 충돌했다면 무안국제공항에 들어서기 5㎞ 전 쯤에서 발생했을 것"이라며 "조류 충돌이 발생한 같은 시간대, 비슷한 장소에서 대형 군무의 가창오리떼가 이동하는 것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류 서식을 관찰한 결과 공교롭게 사고 여객기와 가창오리의 이동하는 시간, 경로가 교차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사람과 조류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무안국제공항 인근의 조류 서식 환경과 이동시간, 경로 등을 정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지회장은 "국내 대부분의 공항이 야생조류 서식지 인근에 건설된 만큼 무안국제공항 뿐만 아니라 모든 공항의 비행시간대에 조류를 실시간 관찰해 관제탑에 정보를 제공해야 이번 같은 참사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조류 충돌과 함께 엔진 정비 이상 여부,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방위각 제공시설(로컬라이저) 적정 여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앞서 태국 방콕을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 2216편은 지난해 12월29일 오전 조종사가 조류 충돌에 따른 메이데이(긴급구난 신호) 교신을 한 후 동체착륙을 시도했으나 9시3분께 무안국제공항 방위각시설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하고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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