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추가 공격 시사한 반러 민병대, '성동격서' 노렸다
우크라군 대반격 앞서 전선 '교란' 효과낼 듯
러시아 언론 "러시아인 신파시스트" 주장해
지휘관 "우익 성향이지만, 파시스트 아니다"
[수미=AP/뉴시스] '화이트 렉스'로 알려진 러시아의용대(Russian Volunteer Corps)의 지휘관이 2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 러시아와의 국경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부 벨고로드 지역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70여 명을 사살했으며 이번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자유군단'(FRL)과 '러시아의용대'(RVC) 등 2개의 민병대를 지목했다. 2023.05.25.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지난 22~2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 벨고르트주를 침공한 반러시아 성향 민병대가 러시아 본토 추가 공격을 시사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의 침공을 '소규모 내전'이라고 규정했다. 민병대를 이틀만에 진압한 러시아군은 이번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자유군단'(FRL)과 '러시아의용대'(RVC) 등 2개의 민병대를 지목했다. 이들의 공격은 '성동격서'식의 교란 작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지원을 받지만, 독자적인 행동으로 작전을 펼친다는 이들의 행동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전선에는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반러시아 성향의 민병대로 지칭되는 이들의 정확한 정체는 아직 파악된 바가 없다.
러시아 국경 침공, 병력 분산 등 전략적 가치
우크라이나 진영에서 러시아 국경을 넘어선 습격에 러시아군이 신속한 진압에 실패하자 침공은 이틀 동안 이어졌다. 러시아군은 현지 보병과 공군력, 포병을 동원한 교전 끝에 침투자 70명 이상을 제거하면서 힘겹게 사태 진압을 마쳤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을 두고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나서기 앞서 러시아군의 병력 재배치와 우회를 노린 전략적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친다는 '성동격서'를 통해 러시아의 방어선을 얇고 길게 만들어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서 돌파하기 유리하도록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수미=AP/뉴시스] 러시아의용대(Russian Volunteer Corps) 병사들이 2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 러시아와의 국경 부근에서 장갑차에 올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 지역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70여 명을 사살했으며 이번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자유군단'(FRL)과 '러시아의용대'(RVC) 등 2개의 민병대를 지목했다. 2023.05.25.
아울러 본토를 공격함으로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황하도록 만들고자 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이번 기습은 1년 3개월에 도달한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중 러시아 영토에서 벌어진 가장 파괴적이고 직접적인 지상 공격이다.
24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부착된 장갑차가 러시아 남부 벨고로트 지역을 주행하고 있으며, 농장 상공에서 폭발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담겨 있는 사진을 확인했다"고 당시 공격 상황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해당 단체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 러시아인이 스스로 국경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크렘린궁은 "러시아는 이번 공격이 러시아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바흐무트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기획했다고 믿고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러시아 정치 분석가를 인용해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전쟁을 지지하는 단체 사이에서 러시아의 군사력에 대한 불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도 "동시에 푸틴 대통령을 향한 결집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러시아민병대가 지난 22일 습격한 러시아 국경 지역 벨고르트. (사진=구글지도 갈무리) 2023.05.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그들은 누구?
다만 러시아자유군단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스로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민병대임을 강조했다. 러시아 자유군단은 1년 3개월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주요 전투에 참여한 이력이 없다. 러시아의용대도 이와 유사한 성격의 또 다른 반러시아 민병대로 추정된다.
민병대원이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주장을 두고,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공격이 러시아인이 수행한 작전이라고 강조했다.
안드리 유소프 우크라이나군 정보국 대변인은 "이 작전이 러시아 시민에 의해 수행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러시아 언론은 신파시스트 성향의 러시아인이 이번 공습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휘관 화이트 렉스는 자신을 우익이라고 표현하면서도 파시스트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지난 습격을 주도한 러시아자유군단은 "우리는 더 이상 권력을 가진 범죄자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 우리와 당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면서 "이제 모두가 자신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때다. 크렘린의 독재를 끝내야 한다"고 무장투쟁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수미=AP/뉴시스] 러시아의용대(Russian Volunteer Corps) 병사들이 2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 러시아와의 국경 부근에서 기자회견 준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 지역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70여 명을 사살했으며 이번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자유군단'(FRL)과 '러시아의용대'(RVC) 등 2개의 민병대를 지목했다. 2023.05.25.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