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친구야"…초유의 온라인 개학, 애들은 싱글벙글
9일 전국 중·고등학교 3학년생 온라인 개학
선생님 "스마트 기기에 익숙해 적응 빨리해"
"음성 전달 느려 실시간 수업은 어려울 듯"
학생들 "수업·휴식 시간 지키려면 노력 필요"
"화상이라도 보니 아쉽지만 반가웠다" 의견도
학부모 "자녀 수업에 집중시키기 어려울 것"
"맞벌이 부부는 더 힘들어…학습 격차 우려"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전국 중·고등학교가 고3, 중3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교실에서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조회를 열고 출석 체크하고 있다. 2020.04.09. [email protected]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무사히 학교 수업을 듣게 된 데 안도하면서도 교사의 직접 관리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맞벌이 등 가정환경에 따른 학습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
서울 성동구 소재 도선고등학교(도선고)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이날 온라인 개학식이 끝난 후 담임 선생님에게 "인강(인터넷강의)은 많이 들어봤어도 학교에서 하는 온라인 개학과 강의는 처음이라 조금 어색했다"면서 "학교에서 보던 얼굴을 화상으로 마주치니 아쉬우면서도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영상을 켜주면 끊김 현상이 조금씩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앞으로 혼자서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선고 3학년7반 담임을 맡은 교사 조광호씨는 "아이들 목소리가 1초 정도 늦게 들리고, 움직임도 자연스럽지 못해 좀 더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아이들은 정보통신 장비 등에 익숙해 그런지 금방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도선고 학생들은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 등을 활용해 교장 훈화와 온라인 개학 주의사항 등을 안내하는 동영상을 시청한 후 '구글클래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담임교사와 처음 만났다.
교실 앞 하얀 칠판에는 평소와 달리 빔프로젝터로 쏜 컴퓨터 화면이 그려졌다. 검정색 구글클래스 화면에는 24명의 학생들의 프로필 사진이나 이름, 화상 연결된 모습 등이 나타났다.
조씨는 반 학생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한 학생은 친구들에게 인사를 해보라는 요청에 "안녕 얘들아"라고 외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학생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급식을 먹고 싶어요"라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개학식에 가장 늦은 다른 학생은 "다들 힘내자"고 외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중3·고3부터 온라인으로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성동구 도선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온라인 개학식을 하고 있다. 2020.04.09. [email protected]
학생들의 비교적 밝은 모습과 달리 학부모들은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 양천구 소재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박모(50)씨는 "아침부터 전쟁이었다"면서 "EBS에 있는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해야 했는데, 아이가 어떤 방에 들어가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했다"고 말했다.
이날 개학한 학교들 중 일부는 구글클래스라는 플랫폼을 사용하지만, 많은 학교가 EBS에 마련된 온라인 클래스로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EBS 온라인 클래스의 경우 선생님이 만든 학습터에 모든 수업 동영상이 한꺼번에 올라와 있어 어떤 순서로 들어야 할지 애매했다"고 전했다.
이어 "친구들과 통화나 카톡을 하면서 수업을 듣길래 휴대폰을 뺏었다"면서 "옆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집중시키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맞벌이 부부는 아이가 집중하지 못해도 관리할 방법이 없어, 환경에 따른 학습 격차가 좀 크게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중3·고3부터 온라인으로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성동구 도선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온라인 개학식을 하고 있다. 2020.04.09. [email protected]
도선고에서는 사전 녹화된 수업 영상을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보며 실시간 채팅으로 수업 내용 관련 질문이 오고 갔다. 그런데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속도는 2~4분 정도 차이가 발생해 제때 질문이나 답변이 오가지 못했다. 직접 보면서 설명하는 게 아닌 만큼 학생을 이해시키기도 어려워 보였다.
한 학생이 수업 내용 중 "선과 면의 설명이 반대로 된 것 같다"고 질문하자 교사는 "선과 면의 개념이 비슷해 그런 것 같다"면서 "수업 후 다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불가피하게 온라인 수업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하는 만큼 수업일수 등을 준수하다 자칫 학생들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씨는 "차라리 수업 하나하나라도 제대로 구성해 아이들이 완벽히 참여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첫날부터 7교시까지 수업을 다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수업을 듣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예측할 수 없던 재난이라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하는 아이들의 수업이 완벽하지 않은 채 시간 때우기 식으로 진행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으로라도 학생들의 수업이 시작된 것에 대해서는 안도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도선고 3학년 학생 학부모는 "아이들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못 가는 게 너무 짠하다"면서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개학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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