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 노리는 개미들, 상폐종목 '정리매매' 대거 뛰어들어
30% 이상의 수익 실현 가능 때문
싸게 사서 장외시장서 팔면 된다는 인식도 강해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국내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한탕을 내기 위한 개인투자자들이 상장 폐지가 이미 결정된 종목의 소위 `정리매매'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단일가로 30분에 한번씩 거래되나, 거래제한폭이 없어 30% 이상의 수익률을 내기 위함이다.
또 정리매매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장외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 정리매매 투자는 일종의 폭탄돌리기 이며, 상장폐지 후 장외시장가도 반드시 오른다는 보장이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리매매를 시작한 팍스넷은 극심한 주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65% 폭락하며 출발했지만 오후부터 하락 폭이 줄어들기 시작해 4.87%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12일에는 46.34% 상승으로 출발했으며 상승폭이 15.85%의 강세로 좁아졌다가 다시 31.1%의 상승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12일 오후 들어서는 2.32%의 하락했다가 다시 8.54%의 반등으로 이어졌고, 다시 재차 하락 전환했다가 9.76% 상승으로 마감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는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는 정리매매 종목을 통해 단기차익을 얻기 위한 개미들의 움직임 때문이다. 정리매매는 일반 주권과 달리 거래제한선이 없고, 30분에 한번 단일가로 거래된다.
즉, 개인투자자들에게 있어 하루만에 30% 이상의 차익 실현이 가능한 종목이다. 만약 전날 팍스넷의 개장가였던 564원에 매수해 이날 시가였던 1200원에 매도했다면 무려 하루 만에 112%의 수익률 시현이다.
실제로 차익실현에 성공한 투자자들도 상당한 것으로 보여진다. 팍스넷 종목토론방 등에는 "시간외 종가로 사놨는데 1200원에 팔았다", "950원에 사서 1060원에 팔고 나간다" 등의 글이 게재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리매매 종목에서 개인들의 단타는 극심한 상황이다. 지난달말 정리매매가 시작됐던 제낙스와 럭슬도 개인들의 단타가 몰렸고, 이 여파로 거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럭슬은 상장폐지일인 10일 거래 상위 종목 5위에 이름을 올렸고, 이날 450% 급등하다가 4.55% 하락해 마감하는 엄청난 변동성을 보였다.
정리매매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이뤄지는 사례도 있어 이를 기회 삼는 투자자들도 있다. 지난 6월9일 퓨전은 마지막 정리매매일에 58.65% 급등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이도헌씨와 특수관계인이 퓨전 지분 70.08%를 사들였다. 이날 퓨전을 투자했던 개인들은 큰 수익률을 얻었다.
또 코스닥 시장에서 차익실현을 내지 못하더라도 향후 장외시장에서 매도하겠다는 관점의 투자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대비 장외시장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상장폐지 된 주식도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해졌다. 이에 정리매매 당시 싼 가격에 사고 상장폐지 후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안정화되면 차익을 실현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중순 상장폐지 된 아이엠텍은 정리매매 마지막날 675원으로 마감했으나, 장외시장에서는 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상장폐지된 파티게임즈도 장외시장에서는 정리매매 종가인 250원 대비 84% 높은 460원에 거래 중이다.
하지만 반드시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퓨전과 에스앤씨엔진그룹은 장외시장에서 정리매매 마지막날 종가보다 69.69%, 52.38%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리매매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투자기법으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리매매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폭탄 돌리기의 일종"이라며 "30분 단일가로 주가 변동성도 심해 자칫 잘못 투자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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